이른 아침 범어사를 지나 금정산 고당봉을 다녀오는 일이 일과가 되었다. 부처님께 삼배를 드릴 수 있어 좋고 자연의 변화를 체감하고, 사색의 시간을 갖고, 심신이 건강해지니 더욱 좋다. 평소에는 인적이 드문 호젓한 길인데, 매년 정초가 되면 새벽부터 주차 전쟁이다. 금정산성, 고당봉으로 이어지는 길은 인산인해다. 새해 해맞이하려는 인파로 인해서다. 801m 고당봉에 올라서면 해운대에서 광안리 바다를 가로지르는 광안대교, 영도를 잇는 부산항대교, 대마도까지 전경이 펼쳐진다. 해맞이하기에 장관이다. 이런 현상이 어디 범어사뿐이겠는가. 신
승보종찰 송광사 서울 분원인 법련사(法蓮寺)가 창건 50주년을 맞았다. 서울 불자들의 신심을 고양해 온 법련사가 교계 안팎으로 미친 영향력은 지중하고도 지대했다. 사찰서점의 효시인 불일서점(1984), 교계 최초의 전문 미술관으로 기록된 불일미술관(1995)과 전통찻집인 연다원(蓮茶院) 등은 불교 생활 속에 우리의 전통문화가 살아 숨 쉬고 있음을 시민들에게 각인시켰다. 불일출판사(1984)와 불일회보(1980)는 부처님의 지혜를 올곧게 전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도심 포교의 새 지평을 연 법련사는 불교사에서 높게 평가받아야 한다.
영화 ‘서울의 봄’이 근래 핫하다. 내 기억 속엔 10월 유신으로 각인되어 있다. 어린시절을 유신시대와 보냈고, 유신에 대한 포스터도 열심히 그려 상도 받았다. 그 시절 아침에는 늘 ‘새벽종이 울렸네’가 울려 퍼졌다. 깃발을 들고 아이들이 줄을 지어 등교를 하던 아주 옛날 이야기와 같은 시절이다. 박정희 대통령의 서거 소식은 고등학교 1학년 때, 통학버스 안에서 라디오 뉴스로 들었다. ‘서거’라는 말도 처음 들었지만, 어른들의 탄식과 허둥대는 모습에서 뭔지는 모르지만 큰 문제가 생겼구나 직감했다. 사람들은 삼삼오오 모여 걱정하는 소
올해 2024년은 청룡의 해다. 지난 2000년은 경진년(庚辰年)으로 백룡의 해였고 2012년은 임진년(壬辰年)으로 흑룡의 해였다. 2000년대의 시작과 함께 상승하는 용의 기운이 세 번째 돌아오는 것이다. 용은 부귀와 풍요를 상징하는데 오늘날 용과 관련된 지명이 전국에 1200여 개나 된다고 하니 복을 바라는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다.지난해는 다사다난했다. 마음에 두게 되는 2023년 사건을 정리하면 두어 가지 정도다. ‘종교편향적 인사’에 대한 불교계의 공분이 그 하나다. 인사 편중의 원인을 당장에 불자인재가 없다는 자책으
갑진년(甲辰年) 청룡(靑龍)의 해가 밝았다. 돌이켜보면 2023년은 역동의 한 해였다. 지난해 4월 한국불교의 중흥을 향한 도약과 새로운 천년을 준비하자는 의미를 담은 ‘천년을 세우다’ 추진위원회가 출범했다. 경주 남산의 열암곡 마애불을 바로세우기 위한 불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음을 알리는 쾌거였다.전대미문의 상월결사 인도성지순례 ‘부처님과 함께 걷다’도 원만 회향했다. 108명으로 구성된 순례단은 ‘세계평화·생명존중’을 발원하며 부처님께서 걸으신 전법의 길을 따라 43일간 1167km를 도보로 순례했다. ‘교만과 분노가 아닌 존중과
이미 법적으로 단죄된 12·12군사반란을 주제로 한 영화 ‘서울의 봄’이 극장가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이 역사물에 열광하는 층의 절반 이상이 반란 직후인 1980년대에서 2010년대 태어난 MZ세대가 차지한다는 것이 의미심장하다. 그 덕분에 자신의 본분을 지키다 사망한 군인들이 묻힌 묘소를 참배하는 시민들이 늘고 있다. 언론은 물론 인터넷에서는 이들에 대한 재조명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역사가 반격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피와 눈물로 쌓아올린 민주화에 성공한 이후, 권력의 사유화에 대해서는 더 이상 용납하지 않겠다는 시민의식의
옛날에 어떤 앵무새가 어느 산에 갔다. 그 산의 새들과 짐승들은 모두 그를 사랑하고 소중히 여기며 해치지 않았다. 그러나 앵무새는 생각했다. “비록 지금은 이렇게 나를 대하지만, 오래가지 않을 테니 돌아가야 하겠어.” 앵무새는 곧 산을 떠났다. 몇 달이 지난 후, 그 산에 불이 나서 사방이 모두 타고 있었다. 앵무새는 멀리서 그 광경을 보고는 바로 물에 들어가 날개에 물을 묻혀 공중으로 날아올라 젖은 털로 물을 뿌려 큰불을 끄려고 왔다 갔다 하기를 반복했다. 천신이 그 모습을 보고 말했다. “너는 어찌 그토록 어리석으냐! 천 리의
용산 대통령실 불자회장에 이관섭 신임 정책실장이 내정됐다고 한다. 최근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을 예방해 “할머니·할아버지부터 어머니·아버지까지 절에 다닌 불교 집안”이라고 소개까지 한 것을 보면 이 실장의 불자회장 취임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도 무방할 듯싶다. 비서·국가안보 실장과 함께 대통령실의 3대 축의 하나인 정책실장이 맡았으니 기존 정무수석의 불자회장에 비하면 무게감이 있어 보인다. 물론 불자회장의 고위직 여하에 따라 이 단체의 위상이 좌지우지되는 건 아니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이 실렸음을 고려하면 무게감은 더하다.‘용산
지난 11월17일,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장관이 서울의 서소문역사문화공원을 찾았다. 이곳은 조선 시대에 범법자로 몰린 수많은 사람들이 처형당한 장소이다. 1811(순조 11)년 일어났던 홍경래란 연루자들과 1894(고종 31)년 동학농민혁명 가담자들이 이곳에서 목숨을 잃었으며, 조상의 신주를 불태우고 제사를 거부하는 등 조선의 정체성을 부정하고 외국 세력에게 길을 안내하고 지도를 만들어 전하는 방식으로 침략을 도와주거나 황사영처럼 “군함을 보내 조선정부를 무너뜨려 달라”는 편지를 보내는 식으로 반국가·반민족 행위를
지난 12월 4일에 충남 홍성에 있는 홍주읍성에 다녀왔다. 20년째 진행되고 있는 홍주읍성의 복원 상황을 살펴보고, 아울러 천주교의 홍주성지를 직접 걸어보는 것이 목적이었다. 홍성 읍내 곳곳에서는 성곽 발굴 조사와 읍성 복원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1975년에 복원된 동문과 2013년에 복원된 남문이 있지만, 지난 11월에 완공되었어야 할 북문은 아직 미완이었고 서문 복원은 언제 이루어질지 알 수 없는 상태였다. 서문, 남문, 동문으로 이어지는 성곽은 완성되었지만, 아직 전체 성곽의 절반만 완공된 상태였다. 홍주읍성 안에 자리잡은
불교계 대표 의례 중 하나인 생전예수재가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 예고됐다. 문화재청 문화재분과위원회 전통지식분과는 12월7일 제4차 회의를 열고 생전예수재 국가무형문화재 종목지정을 승인했다. 이에 따라 30일간 각계의 의견을 수렴한 뒤 국가무형문화재 지정이 최종 결정된다.생전예수재는 미리(豫) 닦는다(修)는 의미로 살아생전 자기의 삶을 돌아보며 공덕을 지어 죽음 뒤를 준비하는 자력 신행을 대표하는 의례다. 그러나 이번 생전예수재 국가무형문화재 지정이 마냥 반가운 것만은 아니다. 불교는 대한민국 전통문화의 보고라는 말이 있듯이 무형의
고용석 한국채식문화원 공동대표가 12월6일 기고를 보내와 이를 전문 게재한다. 고 대표는 지구온난화 비상협의회 대표와 식생활교육 부산 네트워크 공동대표를 역임했으며, 국제 채식연합회(IVU)를 대표해 세계 NGO대회와 유엔회의 활동에도 참여했다. 편집자.사실 기후변화와 식량안보, 수자원과 생물다양성 같은 문제들은 서로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그럼에도 현재의 제도들과 문제를 다루는 ‘틀’은 분리되고 전문화됐다. 그동안 개최됐던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 회의에서 식량문제가 제대로 다뤄지지 못한 것도 그 사례의 하나다. 유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