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 정 배 동국대 명예교수 세상에서 가장 귀중하고 소담스런 것은 무엇인가. 칠보보물을 가지는 것이 귀하고 소담한가.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재물인 보석 갖기를 바라고 있으니까. 그러나 그러한 것이 보물이라 하더라도 그보다 더 귀중하고 값어치가 몇 십만배 더 나가는 보배가 있으니 그것은 발보리심이다.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발보리심의 믿음은 유행의 칠보구슬보다 신비하기 그지없다. 저 험한 길 봉정암으로 부처님의 진신사리탑에 친견예참하려 가는 불자님의 행열을 보라. 염천 한 여름 땀에 목욕을 한 듯 그 뜨거운 날에도 쉬지 않고 앞다투어 오르는 깔딱고개의 숨막힘, 발걸음도 되지 않는 그 고통 속에서도 한걸음 두걸음 옮기는 고행의 순례. 장엄함과 엄숙함이 자신의 의지력과 싸우며 오르
오 진 모 대한부동산학회 회장 참여정부가 20여 차례에 걸쳐 부동산 대책을 발표 했음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인 처방이 되지 못하고 오히려 시장의 내성만 키워 결과적으로 집값만 올려놓고 말았다. 2003년 10월 29일 강도 높은 대책에 이어 정부도 이제는 웬만한 고강도 대책으로는 잘 먹히지 않는다는 것을 인식하고 지난 8월 31일 초강도 대책을 공표했다. 8·31 부동산 종합대책은 그간 추진해온 수요억제나 공급확대라는 부동산 정책의 종합대책이라 할 수 있다. 그 내면에는 우선 수요억제 대책으로 대형주택에 대한 중과세, 재산세(종합토지세) 현실화, 부동산 실거래가 정착, 토지·건물 합산 과세를 기조로 하고 있다. 특히 종합부동산세는 개인별로 합산해 부과하던 것을 세대별로 합산 과세하고, 대상도 주
박 건 주 전남대 종교문화연구소 연구교수 우리는 얼마 전에 충격적인 뉴스를 들은 바 있다. 지난 1년 동안에 우리나라에서 자살한 학생이 400여명에 이른다는 것이다. 특히 종교인에게 이 사실은 더 심각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없다. 종교란 생사문제를 해결하는 가르침인 까닭이다. ‘종교’에서 ‘종(宗)’은 ‘근본’, ‘근원’의 뜻이고, 근본문제는 곧 생사문제이다. 불교도 생사윤회를 벗어난 영원의 해탈을 설하고, 기독교도 영생을 설한다. 생명의 영원성을 회복하는 길을 가르치는 종교의 정신에서 보면 스스로 자신의 목숨을 끊는 일은 생명의 영원성에 따르지 못하고 오히려 반하는 행위이다. 따라서 그 행위는 근본에 저촉하는 것이라 그 죄악성이 아주 크다. 또한 자기 마음대로 죽을 수 있는 목숨이
지 안 스님 은해사 승가대학원장 종단 안팎의 초미의 관심사였던 제32대 총무원장 선거가 끝났다. 학덕 높으신 훌륭한 스님의 당선에 축하를 보내며 앞으로 종단과 불교의 위상을 제고하기를 충심으로 기원하는 마음이다. 우리 불교계가 안고 있는 많은 문제 가운데 종단 발전을 방해하는 가장 큰 요인은 분파주의로 인한 승가 본연의 정신인 화합정신의 결핍이다. 이는 비록 불교계뿐만 아니라, 나라 전체 곧 한국사회에 있어서의 고질적 병폐가 되어 있는 것으로 반드시 극복해야 할 중대한 시대적 사안이다. 현대 사회를 두고 혹자들이 ‘불신의 시대’니 ‘불화의 시대’니 하고 평하는 말들이 이미 세계적으로 유행되고 있다. 하지만 화합 상생하는 공존의 틀을 무너뜨리는 분파주의의 대결이 특정 지역 사회나 단체 안
목 정 배 동국대 명예교수 모든 사람들은 눈만 뜨면 일을 한다. 일을 한다는 것은 노동을 한다는 뜻도 있지만, 그 안쪽에서 생각하면 의식의 작용을 한다는 의미이다. 일은 바로 업이다. 업은 생각의 촉각으로 밖으로 들어내는 것이다. 그 생각의 촉각은 밖으로 향해 작용하면서 자기 쪽은 가능한 다치지 않고 외형세계를 살피고 나간다. 밖으로 나아가다 조금만 자기 촉각에 손상이 있으면 안으로 움츠리고 만다. 이러한 일상의 일들은 언제나 자기 쪽으로 편향하는 성격이 짙은 자아중심인 것이다. 우리들 주변에도 자아중심에 도취된 사람들이 많다. 이들은 상대에 대해선 조금도 관심이 없다. 설혹 관심을 둔다 해도 상대를 비하하거나 멸시 모멸하는 대상으로 생각할 뿐 상대를 이해하거나 존대할 의향은 전혀 없는 것이다.
오 진 모 대한부동산학회 회장 춘하추동 계절의 순환과 반복이 인생무상이라는 허무함으로 표현되기도 하지만 삶의 변화와 더불어 그 느낌이 새삼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더불어 계절은 사람에 따라서도 제각기 다른 색깔과 맛을 가지는 것이 아니겠는가. 불교에서는 춘하추동의 산색을 세월속에 변하는 우리네 머리색에 비유하기도 한다. 봄의 빛깔은 어린아이 머리처럼 부드럽고, 여름은 청년의 머리처럼 숱과 색깔이 짙으며, 가을의 붉은 빛은 장년의 정열에 비유될만하며, 겨울은 하얗게 세어버린 백발을 떠올리게 한다. 가을은 잎(번뇌)이 떨어지고 열매(보리)를 거두는 때로 생각해 보자면, 허망한 인생의 낙조를 떠올리기보다 본질적 회귀의 가르침으로 생각해 볼 수 있으리라. 가을은 바람으로부터 시작된다. 아름다운 단
박 건 주 전남대 종교문화연구소 연구교수 한국은 대표적인 다종교사회이다. 가정과 직장과 사회에서 이교도와 매일 부딪히면서 어울려 지낸다. 한국에서는 아직 종교 간의 큰 충돌은 없었던 셈이지만 여러 부정적 현상들이 여기저기서 종종 일어나고 있다. 과거와 오늘 날의 종교분쟁들을 보면서 한국의 미래 또한 염려되지 않을 수 없다. 불교도보다 더 많은 다른 종교인들과 함께 부대끼며 살아가야 하는 현실에서 자신의 종교생활을 편안하게 영위하기 위해서라도 평화롭게 공존하기 위한 지혜와 실천을 도모하지 않으면 안 된다. 어느 종교이든 그 근본 교의에 의하면 본래 관용과 화해, 여유, 부드러움 등의 원만한 덕성을 가르치고 있다. 또한 고등종교는 생사를 넘어 영원의 세계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공통된 목표를 지닌다.
지안스님 은해사 승가대학원장 부처님이 성도한 직후 “나는 모든 것에서 이긴 자”라고 선언한 말이『아함경』에 나온다. 일체승자(一切勝者)라고 한역된 이 말에서 어째서 부처님이 자신을 모든 것에서 이긴 승리자라고 했을까 생각해 보면, 어떤 세속적 경계에 끌려가지 않고 오로지 일로 수도에만 종사하여 도를 장애하는 모든 경계를 물리쳤다는 뜻으로 볼 수 있는 말이다. 달리 말하면 고독한 자신과의 싸움에서 지지 않고 무상정각자가 된 기쁨을 토로한 말인 것이다. 세속적 환경에서 볼 때 인간의 삶이란 부귀영화나 입신양명을 추구하여 그것을 누리게 될 때 성공한 인생이 된다. 높은 벼슬을 하고 세도를 부리며 과다한 재물을 소유, 부의 축적으로서 남과의 상대적 우월감을 느끼면서 스스로가 자족을 하게 되는 것이다
장 용 철 윤이상평화재단 사무처장 통계청이 발표한 ‘2004년 사망원인에 대한 통계결과’는 충격적이다. 지난 한 해 우리나라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들은 1만 2000명으로 하루 32명꼴로 자살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이러한 자살률은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 중에 최고라고 한다. 유명 영화배우가 우울증으로 생을 포기하고, 유망한 기업인이 자신의 집무실에 뛰어 내릴 때만해도 그저 그럴 수도 있는 인간사 비정한 ‘고해살이’의 한 현상쯤으로 여겨졌지만, 실제로 우리나라의 자살률이 세계 1위라는 통계를 놓고서는, 그 심각성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세계 10위권의 경제강국, 사회복지예산이 국가 전체예산의 5% 이상을 차지하는, 바야흐로 선진복지국가를 꿈꾸는 나라에서 자살자들이 이와 같
이은영 열린우리당 국회의원 수없이 다양한 인간이 주인공이 되어 우리를 웃고 울리는 ‘인간극장’. 그것은 내가 종종 보는 TV 프로그램이다. 이 방송을 종종 보게 되는 것은 그 안에 담겨있는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들이 드라마나 영화와 다르게 꾸며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카메라가 어떻게 다가가느냐 또는 다가갔기 때문에 생기는 약간의 변화는 있겠지만 진솔한 삶을 있는 그대로 이야기하기에 더욱 큰 감동으로 다가 온다. 그중 기억에 남는 것 하나는 어느 무명가수가 정신지체 아버지를 모시고 사는 내용이었다. 이 정도라면 아들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할 테지만, 놀라운 것은 그 아버지가 친 아버지가 아니라는 점이다. 피한방울 섞이지 않은데다 정신적인 장애까지 있는 노인을 아버지처럼 모시는 그
박 찬 희 중앙대 교수 우리는 인생을 살면서 늘 무엇인가를 바라면서 삽니다. 더 많은 이들의 인간다운 삶을 바라는 분도 있고, 하루하루의 일상이 좀더 편하기를 소박하게 바라기도 합니다. 세상에 종교가 아무리 다양해도 이런 바람의 모습은 어디에서나 비슷합니다. 집안 식구 잊지 않고 두루두루 외우며 몸 건강히 잘 살게 해달라고 매달리는 모습은 다들 마찬가지이지요. 남 잘못되게 해서 나만 좀 더 잘살게 해달라는 것이 아닌 이상 무턱대고 ‘기복신앙’이라고 매도할 수만은 없습니다. 아무리 더 큰 인류의 행복을 기도해야한다고 외쳐도 우리 할머니 우리 어머니는 당신들과 자식인 저의 삶이 소중하기 때문입니다. 소중한 것을 아끼는 것이 나쁜 일은 아니지요. 기도는 누구에게 하는 것인가? 왜 하는가? 누
윤 명 철 동국대 겸임교수 “인류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탐험가는 석가모니입니다.” 아주 오래 전 인터뷰할 때 한 말이다. 사람들은 탐험가하면 늘 콜롬부스나 아문젠이나 피어리 같은 서양인들을 떠올린다. 그리고 탐험이란 범선이나 뗏목을 타고 미지의 바다를 항해한다든가, 깊고 깊은 동굴을 찾아 들어간다든가, 혹은 아마존의 정글이나 북극 남극 등 낯설고 신비로운 자연을 대상으로 활동하는 일을 뜻한다. 물론 남들이 생각하는 통념을 깨뜨리고, 육체적으로 힘들고 때로는 생명을 파기하는 것을 감수하는 것은 고귀하고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하고, 물리적으로 고통스럽고, 자신과 인류를 위해서 바람직한 행위는 진리를 구하고, 그것을 펼치는 작업이다. 즉 인간탐험이다. 우리역사에는 알려지지 않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