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삼월부터 바랑 하나 메고지리산과 제주도 부산을 거쳐메말라 가는 세계평화를 길러내고 있는탁발순례자 도법 스님이 경남을 돌 때인사드린 적이 있었지만그 와중에서 책을 한 권 펴내었지책 제목은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여라였어내용을 요약하면지금 여기의 진실을 외면한 채허상과 욕망을 쫓고 있지 않은가한국 불교와 승단을 비판한 책 내용이었어나 또한 말하고 싶으이주일이면 이삼십 명이 모이는미니교회에서 예배를 드리는 나지만예수를 만나면 예수를 한번 더 죽여라는책을 내고 싶으이안으로는 성장제일주의 대형화한 경쟁이웃사랑 결핍 대형교회의 목사직 세습
누가 보거나 말거나피네누가 보거나 말거나지네한마디 말도 없이피네 지네모든 생명은 누구의 허락을 받고 태어나는 것이 아니고, 누구의 명령이나 지시에 의해서 살아가는 것도 아니며, 누구를 위하여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그냥 자연적으로 태어나서 자연적으로 자연에 순응하다가 인연 따라 사라진다.깜냥대로 살아가는 게 행복분노로 살면 온통 ‘불바다’열반의 고요함 느껴지는 시들꽃도 그렇고 사슴이나 개도 그렇다. 그러나 유독 인간만이 요란하다. 태어나면서부터 요란하다. 생일 돌잔치를 하면서 하늘의 뜻과 천지신명의 가호, 불보살님의 가피를 운운하는
먼 길 떠나가는 아들에게 당부밥먹을 수 있는 곳이 곧 ‘고향’굶는 사람에겐 밥이 최고 법문어리고, 배고픈 자식이 고향을 떴다아가, 애비 말 잊지 마라가서 배불리 먹고 사는 곳그곳이 고향이란다“배불리 먹고 사는 곳/ 그곳이 고향이란다” 배가 고파서 고향을 떠나는 아들에게 새로운 고향을 일러주는 아버지의 눈물 나는 말씀이다. 배불리 잘 먹고 사는 곳이 극락정토이고, 배고픈 곳이 지옥이다. 고향은 어머니의 젖가슴과 같이 포근한 편안한 곳이다. 객지생활을 하는 나그네에게 고향은 항상 마음속에 그리는 이상향이다.서정춘의 ‘30년 전-1959
여기서부터, 멀-다칸칸마다 밤이 깊은푸른 기차를 타고대꽃이 피는 마을까지 백 년이 걸린다백 년 인생을 푸른 대나무에 비유하여 노래하고 있다. 푸른 기차는 푸른 대나무이다. 대나무의 수명은 약 100년이므로 인간의 최대 수명과 비슷하다. 가지 한 마디 한 마디가 인생사의 한 고개이다. 10년, 20년, 30년…을 단위로 인생의 단계를 나누어 볼 수도 있다. 그리고 대꽃이 피면 대나무는 죽는다.우리 인생은 어두운 터널 연속5줄 37자로 아득한 인생 표현상징성 뚜렷…압축미도 탁월‘대꽃이 피는 마을’은 피안의 마을
새떼가 날아가도 손 흔들어 주고사람이 지나가도 손 흔들어 주고남의 논일을 하면서 웃고 있는 허수아비풍년이 드는 해나 흉년이 드는 해나-논두렁 밟고 서면-내 것이거나 남의 것이거나-가을 들 바라보면-가진 것 하나 없어도 나도 웃는 허수아비사람들은 날더러 허수아비라 말하지만맘 다 비우고 두 팔 짝 벌이면모든 것 하늘까지도 한 발 안에다 들어오는 것을편견 사로잡히면 실상과 괴리허수아비는 일심부동의 존재허수아비처럼 바라볼 것 강조내가 잘났다고 주장하는 아만심과 고집이 없는 사람이 진정한 수행자이다. ‘금강경’에서 가르치고 있는 아상·인상·
그 옛날 천하장수가천하를 다 들었다 다 놓아도빛깔도 향기도모양도 없는그 마음 하나는 끝내들지도 놓지도 못했다더라부처님은 ‘법구경’에서 “천만의 군사와 싸워서 이길 수는 있어도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기는 힘들다”고 하셨다. 현재 전국의 선방에서 동안거에 참여하여 정진하고 있는 참선 수행자들은 자신과의 싸움을 하고 있다. 이들의 공통의 화두가 바로 ‘마음’이다.인생은 끝없는 자신과 싸움자기 마음 다스리면 수행자슬픔, 기쁨, 질투 등에 초연수행자는 자기 자신과 싸움을 하는 사람이다. 아군도 적군도 없다. 수행을 방해하는 마왕은 오직 심마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불과 세 행의 짧은 시이다. 폐부를 찌르는 선사의 취모검 같은 일갈(一喝), 이것이 시인의 언어이다. 시는 언어의 결정체이다. 언어를 나열하여 길게 설명하면 시가 아니라 산문이다. 고수는 한 칼에 끝낸다. 두 번 세 번 칼을 휘두르면 상대방의 칼에 맞아 죽는다. 시의 언어는 짧으면 짧을수록 좋다. 선사의 언어도 그렇다.모든 생명체 인생은 일회적연탄처럼 살아야 잘 산 인생보편적 소재로 큰 깨침 전달원호문(元好問)은 “시는 선객에게 비단꽃을 덮어주었고, 선
또다른 말도 많고 많지만삶이란나 아닌 그 누구에게기꺼이 연탄 한 장 되는 것방구들 선들선들해지는 날부터 이듬해 봄까지조선팔도 거리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은연탄차가 부릉부릉힘쓰며 언덕길을 오르는 거라네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는 듯이연탄은, 일단 제 몸에 불이 옮겨 붙었다 하면하염없이 뜨거워지는 것매일 따스한 밥과 국물 퍼먹으면서도 몰랐네온몸으로 사랑하고 나면한 덩이 재로 쓸쓸하게 남는 게 두려워여태껏 나는 그 누구에게 연탄 한 장도 되지 못하였네생각하면 삶이란나를 산산이 으깨는 일눈 내려 세상이 미끄러운 어느 이른 아침에나
아무도 가까이 오지 말라/ 높게/ 날카롭게/ 완강하게 버텨 서 있는 것아스라한 그 정수리에선/ 몸을 던질밖에 다른 길이 없는/ 냉혹함으로/ 거기 그렇게 고립해 있고나아아 절벽!떨어지는 꽃잎 자연 섭리인생 마지막 절벽은 죽음죽음을 초월하는 사람이부처 능가할 충천대장부이형기(1933~2005) 시인은 1949년 진주 촉석루예술제 백일장에서 장원을 하여, 이듬해 ‘문예’에 ‘비 오는 날’과 ‘코스모스’ ‘강가에서’를 발표하여 서정주의 추천으로 17세, 최연소 중학생 시인으로 시단에 등단하였다.국제신문 편집국장, 동국대 국문과 교수, 한국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이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인생 가장 큰 일인 죽음을아름답게 지는 꽃에 비유꽃 피고 지는 게 자연이듯만남 헤어짐 반복이 인생이별과 죽음 그
친구가 원수보다 더 미워지는 날이 많다./ 티끌만 한 잘못이 맷방석만 하게/ 동산만 하게 커 보이는 때가 많다./ 그래서 세상이 어지러울수록/ 남에게는 엄격해지고 내게는 너그러워지나 보다./ 돌처럼 잘아지고 굳어지나 보다.멀리 동해바다를 내려다보며 생각한다./ 널따란 바다처럼 너그러워질 수는 없을까./ 깊고 짙푸른 바다처럼./ 감싸고 끌어안고 받아들일 수는 없을까./ 스스로 억센 파도로 다스리면서./ 제 몸은 맵고 모진 매로 채찍질하면서.1연의 돌은 중생심이고2연 바다는 보살심 상징자기 몸·마음 계율의 매로담금질·채찍질하는 다짐동해
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조용히 울고 있었다.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까맣게 몰랐다.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그는 몰랐다.갈대는 서로를 의지하며집단으로 군생하는 식물자신의 존재 정확히 알고인생을 사는 사람이 부처인생이란 눈물이다. 마음속으로 애태우며 기다라며 눈물 속에서 떨어지는 그 눈물 받아먹고 자라는 나무이다. 첫사랑인 소녀 생각만 해도 그리움으로 눈물이다. 취직시험에 낙방하고 절망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