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3일은 불기 2561년 부처님오신날이다. 불기는 부처님이 입멸하신 날을 기점으로 시작된다. 따라서 부처님께서 이 땅에 사셨던 80년을 불기에 더하면 지금으로부터 2641년 전 부처님은 이땅에 오셨다.경전에 따르면 부처님은 태어나자 마자 사방을 일곱걸음 걸은 뒤 오른손은 하늘을, 왼손은 땅을 가리키며 ‘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 唯我獨尊) 삼계개고 아당안지(三界皆苦 我當安之)’라고 외쳤다고 한다. 그 유명한 탄생게(誕生偈)다.방금 태어난 아기가 걸었다는 것도 놀랍지만, 말을 했다는 사실은 더더욱 믿기 어렵다. 그러나 ‘천상천하 유
3년 만에 모습을 드러낸 세월호에 하늘도 울었다. 세월호 인양이 시작된 3월22일 하늘에 리본구름이 뜨더니 인양이 끝난 3월25일 팽목항에는 추적추적 비가 내렸다. 바람도 없이 바다에 떨어지는 비는 소리 없는 흐느낌이었다. 세월호가 목포신항에 도착하던 3월31일에도 비가 내렸다. 사나운 바람과 굵은 빗방울이 함께 했다. 통곡이었다. 하늘에 뜬 리본 무지개와 슬프게 내리던 비는 자식을 가슴에 묻은 유가족과 국민들의 마음이었을 것이다. 세월호가 놓여있는 목포신항은 이제 사람들의 울음이 가득하다. 자식과 가족을 찾지 못한 미수습자들의 통
세월호가 모습을 드러냈다. 바다 속에 잠긴지 1072일 만의 일이다. 정부는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된 지 5시간 만에 세월호 인양을 결정했다. 그리고 3월22일 인양작업을 시작한지 하루도 되지 않아 세월호는 물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이렇게 쉬운 일이 3년이나 걸렸다. 세월호를 인양해야 하는 이유는 차고 넘친다. 무엇보다 진실이 그곳에 있다. 그리고 배 안에는 부모품에 안기지 못한 아이들을 포함, 9명의 사람이 있다.지난 2015년 4월, 세월호 1주기를 맞아 미수습자 가족 대표 다윤이 아빠를 인터뷰했다.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인류역사상 최초로 인간지위를 획득한 강이 나왔다. 뉴질랜드 정부는 원주민 마우리족이 신성시하는 ‘황거누이강’에 인간과 동등한 인격권을 부여했다. ‘강이 사람이고 사람이 강’이라는 마우리족의 오랜 믿음은 150년에 이르는 긴 법적투쟁으로 이어졌고 정부가 인격권을 보장함으써 강은 개발과 파괴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황거누이강의 사례는 4대강 사업과 새만금 개발을 되돌아보게 한다. 정부는 국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토의 젖줄인 강을 파헤치고 세계4대 개벌 중 하나라는 새만금을 육지로 만들어 버렸다. 각각 23조와 7조라는 혈세가 투입됐
박근혜 대통령이 파면됐다. 대한민국 헌정 역사상 처음이다. 헌법재판소는 3월10일 “박 대통령의 행위는 대의민주제 원리와 법치주의, 국민의 신임을 배반했으며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배 행위를 저질렀다”고 밝혔다. 질서정연한 촛불민심과 국회의 탄핵절차, 헌법재판소의 판결까지 지난한 과정이었지만 주권자인 국민의 힘을 보여준 놀라운 사건이었다. 지난해 9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불거진 탄핵정국은 6개월 동안 대한민국을 혼란으로 몰아넣었다. 그러나 거대한 인파의 물결 속에서도 폭력사건 하나 없는 평화로운 촛불행진
국회가 3월2일 ‘공동주택관리법’과 ‘항공보안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공동주택 경비원에게 입주민들이 부당한 지시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항공기 안에서의 승무원 폭행 등 안전운행 저해 행위에 대한 강력한 처벌내용을 담고 있다. 언론에서는 이를 ‘갑질퇴출법’이라 부르고 있다. 계약관계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쪽을 갑이라 하고 약자인 쪽을 을이라 한다. 사회에서는 이를 확장해 관계에 있어 우의를 점하고 있는 사람을 갑이라 지칭한다. 따라서 갑질은 강한 갑이 약한 을에게 가하는 부당 행위를 비하해 부르는 표현이다.법으로 금지시켜야 할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2015년 기준 1인 가구는 27%였다. 2인 가구, 3인 가구, 4인 가구를 포함해 1위였다. 한국국토정보공사는 ‘2050미래 항해 보고서’에서 2050년에는 1인 가구가 56.2%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1인 가구가 대세로 굳어지는 느낌이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심사는 복잡하다. 늘어가는 저임금 비정규직, 독거노인의 증가, 일자리가 없어 연애와 결혼, 출산을 포기한 3포 세대의 등장이 1인 가구 증가의 원인이라는 평가 때문이다.선진국에 진입할수록 1인 가구 증가는 필연적이다. 2011년 일본과 노르웨이
국정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신청 학교가 1곳에 불과한 것으로 밝혀졌다. 교육부가 마감을 연장하고 각종 혜택을 약속했지만 5429개 중고교 중 2월15일까지 신청한 곳은 경북 경산 문명고 단 1곳뿐이었다. 채택률 0.02%로 교육현장에서 사실상 탄핵된 셈이다. “바르게 역사를 알지 못하면 혼이 비정상이 된다”는 대통령의 황당한 발언으로 시작된 국정역사교과서는 편찬기준, 집필진 등 모든 것이 밀실에서 짬짜미로 이뤄졌다. 지난해 12월 최종본이 공개됐으나, 친일독재 미화에 오류 또한 수백 곳에 이르는 함량미달의 불량교과서로 학계와 국민들로부
2015년 원자력안전위원회로부터 수명 연장을 받아 재가동했던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에 대해 법원이 연장취소 판결했다. 월성 1호기는 국내 최초 원전으로, 2012년 운영허가 만료로 멈췄다가 2015년 원자력안전위원회로부터 10년 수명을 연장 받았다. 그러나 당시 안전우려가 제기되자 과학적인 결론 대신 투표를 통해 연장결정을 내리면서 국민 안전을 무시한 상식 밖의 결정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따라서 이번 판결은 원전 위험에 대한 주의를 환기시킨 것으로, 정부의 원전정책에 적지 않은 파장을 미치게 될 것이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제국의 위안부’라는 책에서 ‘자발적’ ‘매춘’ ‘위안부는 군인의 전쟁을 도운 애국적 존재’ 등의 표현을 써 명예훼손으로 고소됐던 박유하 세종대 교수에 대해 법원이 무죄판결을 내렸다. 일부 표현에 명예훼손의 소지가 있지만 전체 위안부를 향한 것으로 고소인인 피해 할머니만을 특정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또 “학문적 표현의 자유와 가치판단문제는 시민과 전문가들이 상호검증하고 논박할 사안이지 법원이 형사처벌 할 문제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에 대한 무죄판결은 우리에게 많은 고민을 안겨준다. 먼저 학문적 저술을 시
새해가 밝아도 설을 보내야 한 살을 먹는다. 어린 시절 매년 쌓이는 나이는 설렘 그 자체였다. 어서 자라 어른이 되면 마음껏 꿈을 펼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유년 시절은 화살처럼 빠르게 가버렸다. 이제는 매년 돌아오는 새해가 갈수록 부담스럽다. 살날이 줄어들고 육체의 스러짐이 슬퍼서가 아니다. 어린 눈에 비췄던 우람했던 어른의 삶은 어디에도 없었다. 사회를 짓누르는 거짓과 반칙은 세월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았다. 미약하나마 바른 길을 향해 힘들게 나아갔다고 생각했는데 돌아보니 세상은 회색 빛 그대로였다.이재용 삼성부회장에 대
역행보살(逆行菩薩)이라는 용어가 있다. 사전적인 의미로 “그릇된 짓의 나쁜 과보를 남에게 보여 주기 위해 일부러 그릇된 짓을 하는 보살”이다. 같은 뜻의 사자성어로 타산지석(他山之石)과 반면교사(反面敎師)가 있다. 남의 잘못에서 교훈을 얻는다는 의미는 같지만 역행보살은 이들 사자성어와 달리 세상을 보는 다른 눈이 숨겨져 있다. 옛말에 “부처님 눈에는 부처만 보이고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인다”고 했다. 비루한 삶을 사는 중생일지라도 부처님 눈에는 반드시 성불할 부처로 보이고 돼지 눈에는 자신들과 전혀 다를 바 없는 탐욕덩어리로 보인다
10년 안에 1800만 명이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역설적이게도 인류의 미래를 밝혀 줄 꿈의 영역으로 여겨지는 인공지능과 로봇의 발전 때문이다. 한국고용정보원이 3월4일 국내 인공지능 및 로봇 전문가 21명을 설문조사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전문가들은 “취업자 2천560만 명 중 70%가 넘는 사람들이 10년 안에 일자리에 잃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저소득층의 타격이 컸다. 전문가들은 청소원이나 주방보조원, 상점판매원 등을 사라질 직종 1순위에 꼽혔다. 반면 기업 고위임원, 회계사, 대
2016년 병신(丙申)년이 저물어 간다. 매년 해가 저물 때면 아쉬움과 섭섭함이 밀려온다. 더 열심히 살지 못했음에 대한 반성, 한해가 또 이렇게 기억 저편으로 사라지는구나하는 서늘한 마음 같은 그런 것이다. 그러나 올해 세밑은 한해를 반추할 여유를 주지 않는다. 박 대통령과 최순실의 국정농단 관련 국회 청문회를 보는 심사가 편치 않다. 증인으로 출석한 사람들의 답변을 듣고 있으면 사람의 품격이 어디까지 떨어질 수 있는지 참담하기만 하다. 국정을 좌지우지했던 지도층이라는 인사들이 청문회에서 보여준 모습은 딱 2가지다. ‘모르쇠’와
12월13일 조계사 일주문 앞에 크리스마스 트리가 불을 밝혔다. 16년째다. 행사에는 불교와 가톨릭, 개신교, 원불교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조계사 어린이합창단 어린이들이 산타 복장을 하고 한국불교 1번지 조계사 앞에서 신나게 캐럴을 불렀다. 전통등 형식으로 제작된 트리와 사슴, 소년, 소녀는 전통과 현대, 한국과 서양의 환상적인 조합으로 탄성을 자아냈다. 불과 20여년 전불교계는 부처님오신날이 다가올수록 불안에 떨어야 했다. 극성스런 개신교인들로 인한 방화가 끊이질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불교와 기독교가 서로 손을 잡
한로축괴(韓盧逐塊) 사자교인(獅子咬人)이라는 가르침이 있다. 중국 전국시대 한로(韓盧)라는 명견이 있었다. 한로는 세상에 널리 알려진 명견이지만 개의 습성을 버리지 못해 사람이 흙을 던지면 흙을 쫓았다. 그러나 백수의 왕 사자는 사람이 흙을 던지면 흙 대신 흙을 던진 사람을 물어버린다. 부처님의 말씀을 사자후(獅子吼)에 비유하듯 깨달음을 추구하는 수행자는 모름지기 개가 되지 말고, 사자가 돼야 한다는 결기어린 경책이다.12월9일 박근혜 대통령이 결국 탄핵됐다. 국회는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찬성 234대 반대 56표라는 압도적 찬성으로
박정희 전 대통령 추모관이 방화로 전소됐다. 충북 옥천에서 열린 육영수 여사 숭모제는 항의하는 시민들로 난장판이 됐다. “하야하라”는 국민요구를 무시하며 버티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분노의 표출이다. 국민의 분노가 높아지자 지자체들은 박 대통령 흔적을 지우고 있다. 울산시는 대왕암공원 대통령 방문기념 안내판을 철거했다. 안내판 일부가 훼손되자 아예 철거해버렸다. 서산시의 철새관광지에서도, 대구시 대통령 생가터에서도 대통령의 흔적은 지워졌다. 친일과 독재, 부패의 어두운 과거를 개발논리로 호도하며 신격화에 몰두했던 거짓된 허깨비 놀음
불교에 빈자일등(貧者一燈)이란 고사가 있다. 부처님께서 오시자 왕과 귀족들이 크고 화려한 등을 바쳤다. 가난한 여인도 등을 밝히고 싶었다. 그러나 돈이 없었다. 온종일 굶으며 구걸을 해 작고 소박한 등 하나를 겨우 밝혔다. 밤이 깊어지자 화려했던 등들이 하나둘 꺼졌다. 그러나 작은 등 하나가 꺼지지 않고 끝까지 어두운 밤을 밝혔다. 제자들이 끄려하자 부처님께서 만류했다. 비록 가난하고 작은 등이지만 그 여인의 지극한 정성이 깃들어 있기에 결코 꺼지지 않을 것이라고 일깨웠다. 부자들의 화려한 등보다 가난한 이들의 정성 깃든 등 하나가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파탄 책임을 묻기 위해 국민들이 촛불을 들었다. 매주 토요일 100만 명이 넘는 국민들이 “대통령 하야”를 외쳤다. 광화문 일대는 대통령에 대한 분노의 촛불이 거대한 바다를 이루고 있다. 우리의 근대사는 영욕의 역사였다. 치욕스런 일제강점기를 지나 민족이 서로 갈려 싸우는 처참한 전쟁과 서슬 퍼런 군부독재에 신음한 신산(辛酸)의 세월이었다. 그럼에도 국민들은 개미처럼 일했다. 그렇게 나라를 일으켜 세웠다. 젊은이들은 독재에 맞서 거리에서 뜨거운 피를 흘렸다. 반세기 만에 우리는 부와 민주주의를 쟁취했다. 가장 짧
‘실럼프’라는 신조어가 유행이다. 최순실과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트럼프의 합성어다. 최순실과 트럼프로 인한 우리 국민의 정신적인 충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나라는 마비상태인데도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들의 하야요구에 묵묵부답으로 버티고 있다. 최순실을 비롯해 청와대 비서관들은 모든 부정과 불법이 모두 대통령의 지시였다고 밝히고 있다. “도대체 이게 나라인가!” 국민들의 탄식이 깊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 대선에서의 트럼프 후보의 당선은 두려움 그 자체다. 트럼프는 선거과정에서 한국을 비하하고 모욕했다. 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