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아난다(Ānanda, 阿難) 존자는 웃띠야(Uttiya)라는 유행자(paribbājaka)에게 불교의 수행 원리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러나 여래는 ‘세상으로부터 [열반으로] 인도되었고, 인도되고, 인도될 자들은 모두, 다섯 가지 장애[五蓋]를 제거하고, 지혜로써 마음의 번뇌들을 무력하게 만들고, 네 가지 마음챙김의 확립[四念處]에 마음을 잘 확립하고, 일곱 가지 깨달음의 구성 요소[七覺支]를 있는 그대로 닦은 뒤에 비로소 세상으로부터 [열반으로] 인도되었고, 인도되고, 인도될 것이다’라고 압니다.”(AN.Ⅴ.195) 이처
승이 풍혈에게 물었다. “큰사슴[麈鹿]이 무리를 이루고 있는 경우에 어찌해야 우두머리[主中主]를 쏘아 맞힐 수가 있습니까.” 풍혈이 말했다. “낚싯배를 저어서 소상강의 언덕에 도착해보니, 숨이 막히고 무료하여 해오라기에게 물어본다”일반적으로 법거량으로 제기되는 스승과 제자의 문답에서 의기투합하여 마치 상자와 뚜껑이 딱 들어맞는 경우라면 서로 찻잔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자연스럽게 한걸음 앞으로 나아갈 수가 있을 것이다. 그렇지 못하고 생뚱맞게 동문서답으로 전개된다면 그것이야말로 문답의 본래의도로부터 동떨어진 결과가 초래되어 깨달음의
사람들은 자신의 일이 정당하게 평가 받기를 원한다. 하지만 정당한 평가란 주관적이어서, 사람들이 좋게 평가하더라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우리는 질문을 하게 된다. ‘도대체 정당한 평가란 무엇인가?’엄밀하게 말하면 ‘정당한 평가’란 주관적 관점에서 벗어나 ‘사실을 사실 그대로 인정’할 때 가능해진다. 사실을 사실 그대로 인정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우리는 다양한 생각과 느낌과 관념을 갖고 사실을 판단하고, 해석하기 때문이다. ‘맛지마니까야’에 ‘뽀딸리야의 경(Potaliyasutt
내 오른쪽 어깨에는 커다란 우두자국이 남아있다. 어린 시절 겪었던 콜레라, 장티푸스 등이 지금의 코로나19와 같은 공포였다. 친구들이 며칠 씩 학교에 오지 않으면 혹시 죽은 것이 아닐까 생각했고, 감염된 집은 붉은 깃발로 격리됐다. 예방주사는 팔이 짓무르도록 2~3일에 한 번씩 맞았다. 그래도 그 속에서 우리는 용케 살아남았다.이후로도 질병들은 새롭게 창궐했고 1990년대부터는 이름조차 생소한 조류인플루엔자(AI), 사스, 메르스, 신종인플루엔자를 비롯해 최근의 코로나19까지 끊임없이 인류를 괴롭혀 왔다. 원인이야 학자마다 다르겠지
쓰고 있던 건 다른 글이었다. 매체를 통해 조금, 아주 조금의 어눌함이 느껴지는 저 한국어를 들었을 때, 쓰던 글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겹친다. 익숙지 않은 영어로 ‘우리’를 알리려 했던 그 해 5월 트럭 위 청년의 인터뷰가. “우리를 잊지 말아 주세요.” 마지막 밤 시가를 돌며 애끓는 어조로 호소했던 그 여성분의 목소리가. 그해 그 계절, 푸른 눈의 이방인이 사투를 벌이며 카메라에 현장을 담지 않았던들, 목숨 걸고 탈출하여 그 필름을 세계인 앞에 내어놓지 않았던들, 그날의 우리는 영영 잊히고 묻혔을 것이다. 그래서 고개 돌려 바라
Q. 저와 아내 모두 70대로 은퇴이후 자녀들도 출가시키고 부부만 생활하고 있습니다. 아내는 몸이 아플 때마다 약을 복용하는데 나이가 있기에 크게 걱정할 정도는 아니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외출 준비를 하다가 아내의 약상자를 보게 됐습니다. 평소에도 복용하는 약들이 있기에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그 날따라 약의 개수가 많아보였습니다. 아내에게 무슨 약인지 물어보니 우울증 약이라 하더군요. 그 소리를 들으니 지금까지 열심히 살아왔고 연금도 받아 노후 걱정이 없는데 왜 그런 약까지 먹어야 하는지 이해가 안되고 화도 났습니
인도에서 개와 관련된 가장 유명한 이야기는 ‘마하바라타(Mahābharata)’에 등장하는 떠돌이 개의 이야기이다. 주인공 유디슈티라(Yudhiṣṭhira)는 쿠루왕조를 세우고 후손에게 나라를 물려준 후 천계(天界)에 이르는 길을 떠난다. 험한 여정 끝에 가족들은 모두 죽고 천계로 가는 마차에는 유디슈티라와 우연히 만난 떠돌이 개만이 오르게 된다. 천계의 신 인드라는 하늘에는 천한 개가 머물 곳은 없다고 하면서 개를 내리게 하지만 유디슈티라는 개를 버릴 수 없다며 자신도 마차에서 내린다. 이 이야기는 유디슈티라의 ‘동정심’이나 ‘자
서양 음악사에서 1685년은 상당히 중요한 해로 여겨진다. 바로크 시대 음악의 중심이 되는 작곡가인 요한 세바스찬 바흐와 게오르그 헨델이 태어났기 때문이다. 바로크의 또 한 명 주요 작곡가인 도메니코 스카를라티는 역시 바흐와 헨델과 같은 해에 태어났다. 스카를라티는 ‘근대 건반악기 주법의 아버지’라고 불릴 만큼 바로크 시대의 대표 작곡가인 동시에 훌륭한 하프시코드(Harpsichord, 피아노가 상용화되기 이전 르네상스와 바로크 시대의 대표적인 건반악기로 건반을 누르면 플렉트럼이 현을 뜯어 소리를 낸다) 연주자였다. 나폴리에서 태어
인애(仁愛)에 관한 철학적 해석은 보다 풍부하게 사랑을 이해하게 해준다. 신유학(성리학)의 정초를 닦은 정이천은 인 자체는 성이며(仁自是性), 애 자체는 정이다(愛自是情)고 해석했다.(‘근사록’ 도체류35). 본성의 이치를 궁구하는 성리학의 관점에서 공자 이래 유학에서 특별히 강조돼 온 인을 인간의 본성으로 본 것이다.그러면서 맹자가 측은지심을 인의 단서(‘맹자’ 공손추 상6, 고자 상6)라 했지 인 자체라 하지 않았음을 상기시키고, 한퇴지가 박애를 인이라 한 것도 잘못이며 더구나 애는 인과 등치될 수 없다고 했다. 인에 박애나 애
서양화가 이만익(李滿益, 1938~2012)을 잘 모르는 분이라고 하더라도 뮤지컬 ‘명성황후’ 포스터는 많이 보셨으리라 생각된다. 그 작품이 바로 이만익의 작품이다. 그는 황해도에서 태어났으나 1946년 가족들이 모두 월남하면서 초등학교는 서울에서 다니기 시작했다. 이미 이때부터 미술반에 들어가 그림을 공부했으며, 중학생이던 1953년에는 국전에 ‘정동의 가을’과 ‘골목’을 출품하여 입선할 정도였다. 입선시켜놓고 보니 고작 중학생인 것이 밝혀져 논란이 되었다고 하는데 이로 인해 국전 출품자의 나이 제한 조항이 신설되었다고 하니 그의
‘얘야! 내 유튜브 계정 하나 만들어 봐라.’2018년 11월 말 내가 카톡으로 젊은 선지식에게 했던 말이다. 유튜브를 구독만 하다가, 운영한다는 것은 완전히 다른 관점을 요구한다.나는 흔히 “절에 신도로 30년을 다니는 것보다, 행자로 3개월 사는 게 사찰에 대해서 더 많이 안다”고 말하곤 한다. 신도분들은 ‘설마?’ 할지 모르지만, 스님들에게 얘기하면 100% 공감받는 말이다.이런 마법 같은 일이 유튜브에서도 일어난다. 처음에 생각 없이 저작권 동영상을 올렸다가, 삼진 아웃으로 계정을 정지 먹었다. 얼마 지나면 풀리겠거니 했으나
한국이 속해 있는 아시아든 유럽·아프리카 등 다른 대륙이든 가릴 것 없이, 옛날이나 지금이나 국가가 특정종교에 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특혜는 ‘국가종교[國敎]’의 지위를 부여하는 것이다. 이 지위를 얻어낸 종교가 휘둘렀던 권위와 힘이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크고 무서운 것은 근대 이전 유럽 전역에서 벌어진 종교재판과 마녀사냥 역사를 돌아보거나 최근 일부 이슬람 국가가 신정(神政)일치 체제를 도입하면서 보여준 모습에서 생생하게 알 수 있을 것이다.물론 이웃 중국에서도 2000여년 전부터 ‘유교만을 존중한다’는 독존유술(獨尊儒術)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