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12월 19일은 21세기의 첫 대통령 선거일이다. 1987년의 시민혁명으로 부활한 국민에 의한 대통령 직접선거가 벌써 4회째를 맞이하고 있다. 민주화 이후 치루어진 과거 3번의 대통령 선거에 나름대로의 의미를 부여해 보도록 하자. 우선, 1987년의 대통령 선거는 권위주의 정권세력과 민주화 추진세력들 간의 위신과 명예를 건 한판 승부였다. 결과는 국민 대다수의 군정종식의 열망을 뒤로한 채, 민주화 세력이 분열하여 선거에 임함으로서 권위주의 정권의 아류정권이 탄생하게 되었다. 1987년 선거에서 탄생한 6공화국 정권은 군사정권의 연장이라는 한계를 극복하기 어려웠지만, 국민의 직접선거에 의하여 선출된 정권이라는 정통성마저도 부인되지는 않았다. 1992년의 대통령선거는 40년 가까운 정치인생의
지난 2월 18일 대구지하철 사고가 있었다. 우리에게 인재(人災)가 왜 이렇게도 많은가. 처음 그 만한 방화로 왜 이렇게 많은 사람이 비참하게 죽어야 하는가. 너무나 후회스럽고 원망스럽다. 지난해 우리는 월드컵축구를 성공적으로 개최하였고 4강도 이루었다. 조직적이고 국민적인 축구응원에 세계가 주목하기도 하였다. 그런데 이번 지하철참사는 무엇인가. 우리는 잘 할 수도 있지만 문제도 많다는 것이다. 대체로 이러한 큰 문제는 정부나 정치에 관련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국민의 배신감이 크다. 이번 사고도 상상도 할 수 없는 사고가 일어난 것이 아니다. 그러한 사고의 가능성에 대한 준비부족으로 크게 당한 것이다. 일이 터지고 보니 너무 허술함을 깨닫는다. 이것이 우리의 실재 모습이다
양대 선거가 치러지는 올해 다양한 형태의 TV 토론이 수없이 벌어질 것이다. 한 후보를 상대로 패널들이 돌아가며 질문하는 방식의 토론부터 여러 후보를 한 자리에 모아놓고 사회자 조정 아래 후보들간의 논쟁, 쟁점에 대한 공격과 방어가 이루어지는 후보 대 후보의 토론 등 다양한 토론이 이미 벌어지고 있다. TV토론이 가진 문제점 이 같은 TV 토론은 후보의 자질, 능력, 도덕성 등 유권자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는 올바른 정보를 제공해주기 때문에 바람직하다. 그러나 TV 토론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TV라는 매체의 감상적인 속성으로 말미암아 시청자들이 토론 내용보다 후보자의 외모나 화법 따위의 이미지에 더 크게 좌우된다는 문제가 있다. 정책보다는 말솜씨나 순발력, 매너 등 비본질적인
망덕사 승려 선율(善律)은 시주 받아좥육백반야경(六百般若經)좦을 간행하려다 과업을 이루기전 갑자기 저승으로 잡혀갔다. 저승의 염라대왕 앞에서 이승에서 하던 일을 말하니, 수명은 다 되었지만 좋은 발원을 마치지 못했으니 다시 인간 세상으로 돌아가 보전(寶典) 간행을 끝마치라고 돌려 보내주었다. 돌아오는 길에, 신라 사람이라는 여자가 울면서 부모가 절의 논을 몰래 취한 죄에 연좌되어 지옥고를 받고 있다며 신원(伸寃)을 호소하여 그렇게 해 주기로 약속하였다. 돌아와 소생하고 보니 죽은 지 10일이 지난 후였다. 무덤 속에서 3일간이나 소리를 치자 목동이 이를 듣고 본사에 알려 큰 절의 스님들이 와서 꺼내주었다. 선율은 약속을 지키기 위해 저승에서 만났던 여자의 집에 찾아갔더니 놀랍게도 죽
동국대 불교문화연구원에서 학술지 「불교원전연구」를 창간해 냈다.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원전연구는 한역에 의존했던 불교연구를 다양한 언어와 주제로 해방시킬 것이다. 연구자들의 역량은 과거보다 훨씬 성숙하여 기왕에 바란다면, 한국의 불교학계 내에서 영문잡지의 발간을 기대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불교학 영문 잡지의 국내 발간은 국내의 연구정보를 해외에 전달하여 외국에서 한국불교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촉진할 뿐만 아니라, 거꾸로 국내연구자들 스스로 자신의 학문적 역량을 점검하도록 만든다. 일본은 이미 1921년 스즈키(D. T. Suzuki)에 의해서 영문 불교학술잡지인 「동양 불교도」(The Eastern Buddhist)를 만들어냈다. 이를 통해 일본의 선불교와 대승불교를 국외에 알리게 되었
말은 불교문화재 속에서 흔히 사용되는 소재의 하나로 신비로움과 정진력을 상징하는 동물로 표현돼 왔으며, 사찰 벽화나 탱화, 조각, 탑, 부도 등에서 다양하게 묘사돼 있다. 통일신라시대 때 것으로 추정되는 태화사지 12지상 부도를 비롯해 많은 석탑에서 12지상의 하나로 말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발굴작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 양주 회암사지 북쪽에 위치하고 있는 부도탑의 기단에는 구름에 휩싸인 말이 생동감 있게 조각돼 있어 눈길을 끌고 있으며, 고려시대 때 만들어진 법주사 마애불에도 창건 설화와 관련해 경전을 실은 말이 새겨져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말이 가장 많이 등장하고 있는 곳은 불화다. 특히 두루마리 명부를 들은 저승사자와 함께 등장하는 말은 조선시대 사자탱의 단골 주인공이다. 또 최근에는 제작
내가 있는 청계산에도 푸른 기운이 감돌고 있다. 휴일이면 수많은 사람들이 산을 찾고 절을 참배한다. 유난히도 산이 많은 우리나라에는 명산일수록 대찰이 있으며, 그 곳만은 울창한 산림이 자리하고 있다. 어디 고찰이 있는 산에 나무 없는 절이 있는가 보아라. 이와 같이 전국 사찰림에 숲과 나무가 울창하기까지에는 역대 스님들의 나무사랑, 산사랑이 남달리 지극하였기 때문이다. 요즈음에야 산에서 땔나무를 하지 않지만, 70년대까지만 하여도 집집마다 부엌 아궁이는 이산 저산의 나무를 모두 다 집어 삼켰으며, 시골 동네마다 나무 짐을 지고 다니는 일꾼들이 줄을 이었다. 도시에서도 땔나무를 파는 장터가 열렸으며, 장작더미를 높이 쌓아 두는 것이 마치 부의 상징인 것처럼 여길 때도 있었다. 그 뒤에 나온 것이 연탄이
한보에서 기아에 이르는 기업 부도사태에 뒤이은 금융위기와 외환위기가 IMF구제금융으로 까지 이른 일련의 과정 속에서 한국경제 상황을 지켜 볼 때 기업의 가장 큰 사회적 책임은 기업의 경쟁력을 제고시키는 것이라는 것을 새삼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기업의 경쟁력을 제고시키기 위해서는 지켜야 할 기본이 있다. 경영의 기본은 이익-고객-기술-사람-가치로 이어지는 “전략의 고리”로 설명될 수 있다. 기업은 이익을 추구하고 이익으로써 생존을 정당화한다. 그러나 이익을 남기기 위해서는 우리 제품을 사주는 고객이 있어야 하고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품질이 좋아야 한다. 품질이 좋기 위해서는 기술이 있어야 하는데 기술은 사람의 잠재력 개발을 통해서 향상되는 것이다. 그러나 많은 기업이 이익에만 치중하고, 고객
변화하는 것을 기준으로 보면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그러나 변화하지 않는 것을 기준으로 보면 변하는 것은 또 아무 것도 없다. '산천은 의구하되 인걸은 간데 없네' 하는 시인의 영탄도 맞지만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속담 또한 진리다. 같은 말, 비슷한 표현이라도 경우에 따라 함축하는 의미가 꼭 같지 않다는 것을 유념하면 일견 상반된 것처럼 보일 수도 있는 어긋나는 표현이 실은 모순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래서 한 단계 높은 차원에서 종합과 이해가 가능해진다. 이러함에도 세상에는 본질이 아닌 표현의 모순성을 두고 끝없이 시비하거나 다른 차원의 것을 동렬에 놓아 혼돈 속에 갈등을 증폭시키는 일이 흔하다. 우리 사회에서 아직도 가닥이 덜 잡힌 과거사 정리가 그런
관음보살의 교화의 땅 티베트. 관음보살의 화신으로 전생활불(轉生活佛)인 달라이 라마! 고향 땅에서 쫓겨 40여 년 세월을 망명객으로 떠도는 티베트의 성자 달라이 라마와 이 땅 이천만 불자와의 인연이 이어질듯 말듯하니 답답한 가슴 가눌 길 없다. 티베트의 역사는 중국 역대 왕조의 간섭과 영향력을 떼어놓고 생각할 수는 없다. 한때 원(元)나라는 무력으로 티베트 전역을 장악한 적도 있었지만 세조 쿠빌라이는 티베트 라마교의 고승을 황제의 스승으로 모시기도 했다. 그후 명(明)·청(淸) 시대를 거치면서 중국의 종주권 밑에서 정교합일 체제를 갖추어갔다. 20세기 들어와 신해혁명 후 국민당 정부도 전통적인 종주권을 유지하려고 관리를 파견하기도 했지만, 제2차 세계대전 때 중립을 지킨 티베트는 종전 후 독립정부를 구
지금 조계종은 제 31대 총무원장 선출이 최대의 관심사다. 원장은 '종무행정의 최고 책임자'로서 주요 종무를 결정한다. 따라서 '원장'은 바로 조계종의 모습이 된다. 최근, 비구니 종회의원 스님들은 원장 후보인 두 스님을 모시고 간담회를 가졌다. 조계종의 현안과 그 발전을 위한 정책과 비전을 들었다. 이 자리에서 의원스님들은 비구니의 위상 제고와 전법교화의 종단업무에 비구니의 대폭 참여 확대를 요청하였다. 구체적으로는 중앙종무기관에 대한 비구니 참여 확대, 각종 선거에 대한 비구니 참정권, 계단 업무에 있어서 비구니 계율본을 비구니가 강의되어야 하는 것 등에 대해서다. 두 후보는 종무에 임하게 되면 이러한 현안이 시정, 실현 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였다. 현재, 구족계를 받은 조계종도
총무원이 위치하고 있는 조계사는 서울의 중심지에 위치하고 있으며 한국 불교를 대표하는 사찰이다. 스님들이 서울에 오면 으레 조계사를 방문하고 많은 신도와 일반인들이 이곳에 모인다. 그런데 정작 조계사 주변에는 스님들이 편하게 식사할 장소가 없으며, 식당에 가도 스님들이 드실 채식 위주의 음식이 없다. 이웃 인사동에는 물론 두세 곳의 채식식당이 있으나 가격이 비싸거나 공연까지 하여 스님들이 가기에는 적당하지 않다. 스님들이 일반 음식점에 들어가 오신채를 쓰지 않은 음식을 먹는 것은 사실상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심지어 한식집에서 스님이 백반을 먹을 때 상에 반찬으로 고기가 올라 있으면 스님이 그것을 먹은 것으로 오해를 하는 사례도 있다. 조계사 이웃의 인사동에 있는 어느 교회에서는 최근 지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