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40대 후반의 사람이 한 말이 생각난다. '지금의 건강상태로 한 10년 잘 살았으니 앞으로도 이 정도는 더 살지 않겠느냐' 하는 말이다. 그런데 그는 얼마 되지 않아 세상을 떠났다. 출생은 차례가 있으나 죽음은 그렇지가 않은 법, 인간사에는 예고 없는 사건이 많은 법이다. 지금 우리는 북한의 핵 문제로 불안한 마음을 갖고서 살아간다. 핵 문제로 세계인의 관심이 집중된 북한이 바로 분단된 우리 민족이 아닌가. 어떤 사람은 '지금까지 한 50년 동안 전쟁없이 잘 살아왔는데 무엇이 불안하냐'고 한다. 남북 이산 가족의 만남이 있고, 금강산 관광도 있었고 하니 전쟁은 우리하고 상관없는 것처럼 여기는 사람도 많다. 바깥 세계에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다.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곳
'금강경 결제 논강'이라는 테마로 실상사에서는 매주 한번 토론형태의 논강을 열고 있다. 필자도 새로운 방식의 결제이기에 몇 번 참석하였다. 논강의 논주가 일정한 주제를 정하여 발제하고 그것에 대해 각 분야별로 정해진 토론자와 그곳에 참석하는 대중이 함께 논강에 동참하였다. 이번 금강경 결제는 '경을 보는 그 자체가 주요한 수행'이라는데 있음을 밝히고, '사부대중이 다 함께 모여 공간의 제약에서 벗어난, 공개되는 결제'라는 것에 의미를 두었다. 참으로 훌륭한 발상이고 뜻깊은 수행이라고 본다. 그러나 교단에서 처음 시도하는 탓인지 형식상에서 조금은 매끄럽지 않았고, 논강에 대한 이해 부족 때문인지 논쟁을 통해 명확한 의결이나 해답을 내려고 하는 인상도 남겼다. 전통적으로 강원에서 경전반에 입학하면 논
불교가 전래된 이후 1600여 년 동안 한국불교는 사찰주변의 자연환경을 보존하여 왔으며, 민족문화를 창조하고 유지하여 왔다. 특히 산중 사찰은 산의 주인으로서 임상을 보호하고 산의 생태적 관리에 이바지한 바가 크다. 이러한 결과는 국립공원의 지정에서 나타나는데, 현재 전체 국립공원에는 해인사와 월정사 등의 교구 본사 급 사찰 7개를 포함하여 총 313개의 사찰이 소재하고 있으며 국립공원별 사찰이 차지하는 면적은 0.36%에서 41.54%로 나타난다. 이러한 사찰은 우리 나라 지정문화재의 16%에 달하는 문화유산을 포함하고 있어 한국을 대표하는 풍경을 창출하고 있으며, 사찰경내 지의 산림은 국립공원에서도 가장 생태가 양호한 보존지역으로 지정되어 있어 국립공원의 자연성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봄이다. 가장 맛있는 햇차 세작(細雀)이 나온다는 계절이다. 차인들의 마음은 벌써 푸른 물결로 넘실거리는 차밭으로 향한다. 달콤 쌉사라한 그 맛. 봄을 따라 차 내음을 물씬 풍기는 남쪽 들녘. 맛과 흥취의 고장 남도로 차 문화기행을 떠나보자. 국내 최대 차 재배지 ‘보성’ 남도의 봄은 푸른빛으로 옷을 갈아 입은 보성 차밭에서 시작된다. 20만평에 이르는 우리 나라 최대의 차 재배지로 차인이라면 한번쯤은 들려 볼만한 곳이다. 보성읍에서 남쪽 바다를 향해 가다가 활성산 붓재를 넘으면 넓은 들판을 가득 메운 짙푸른 이랑들을 만나게 되는데 이곳이 바로 우리 나라에서 가장 큰 차밭인 보성 차밭이다. 이곳의 차나무들은 대밭이나 떡갈나무, 오리나무 숲 산비탈에서 이슬 맞으며 자라는 야생 차나무
얼마 전 외신에 의하면, 미국 과학자들은 중국 동북부의 500년 된 연못 바닥에서 출토된 연꽃씨를 처리하여 붉은 꽃을 피우는데 성공했다고 한다. 이와 같이 연꽃씨는 오래 되어도 발아의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아름다운 꽃을 피울 수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우담발화는 3000년에 한번씩 핀다고 하지 않는가? 부처님께서는 꽃을 무척 좋아 하셨다. 특히 그 중에서도 연꽃을 가장 아끼셨던 것 같다. 그래서 태어나면서부터 일곱 걸음마다 연꽃이 받쳐주었으며, 마음의 법을 가섭에게 전할 때에도 연꽃을 들어서 정법안장열반묘심(正法眼藏涅槃妙心)을 부촉 하신 것이다. 따라서 연꽃은 불교를 상징하는 불화(佛花)이며, 때로는 부처님을 대신하여 표현하기도 한다. 또한 불교의 이상적인 국토를 연화장세계(蓮華藏世界)라고 하며
종교 조직이 그 성직자나 신도들의 신행생활을 도와주기 위해 적절한 제도를 마련하는 것은 당연하다. 나아가 진정한 종교 단체란 그 종교에 대해 무지하거나 그것을 불신하는 사람조차도 거두어주면서 삶의 길잡이 역할을 해주어야 할 것이다. 삶의 길잡이가 되는 종교 필자는 송광사 여름수련회에 참가했는데, 그 경험은 그때까지 누릴 수 없었던 값진 것이었다. 사찰에서 자면서 예불에 참여하고 참선 수행도 하여 출가자의 생활을 실천해 보는 것은 세속에서의 내 삶을 되돌아보고 반성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송광사 여름수련회는 불교도뿐만 아니라 다른 종교를 믿는 사람들과 종교가 없는 사람들까지도 일정한 비율로 받아 주었다. 송광사는 줄곧 스님들의 수행 중심으로 절을 이끌어 왔지만 여
개인적 사회적 삶의 질곡 속에서 순간적 오판이나 실수로 인하여 폐쇄된 공간에 격리 수용되어 응보형(應報刑) 제도에 따른 공공적 형행(刑行)을 치르고 있는 수인(囚人)들은, 중생 자비구제를 궁극적 목표로 삼고 있는 불가(佛家)에서 가장 큰 관심과 애정으로 감싸안고 교화해야할 대상이다. 그들에게 동체대비의 부처님 인연을 맺을 수 있게 하여 하루 빨리 사회의 일원으로 통합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불교의 사명이라 본다. 20여 년 전 모 선배 스님의 교도소 위문 법회에 동행 권유로 참석했다가 인연을 맺은 후, 지금까지 매월 1회 교도소 법회를 주관하며 교정 활동을 해오고 있다. 법회 때마다 100∼300여명 분 공양물을 준비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지만 설법내용을 준비함에 있어 고심을 하게 된다.
1945년 8월15일이라고 누구나 대답할 것이다. 그러나 필자의 생각은 좀 다르다. 정신적 의미에서까지 한국이 일제로부터 풀려난 날은 1987년 6월29일 이라고 본다. 그렇게 따지면 올해는 해방 16년째다. 웬 뚱딴지같은 주장이냐고 할지 모른다. 요약해 설명하면 이렇다. 1945년 일제가 미국에 항복함으로써 한국은 식민지배 상태에서 외형상 풀려났다. 그러나 일제를 대신해 남북에 각각 진주한 미국과 소비에트러시아의 군정은 실제에서 식민지배의 변형에 불과했다. 1948년 각각 수립된 양쪽 정부는 자유민주주의와 공산주의의 겉포장을 둘렀으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그런 이념적 대치와는 달리 오히려 유사성이 컸다. 이승만정권은 본질에서 조선왕조의 봉건통치에 더 가까웠고 김일성 정권 또한 그런 속성
매일 아침 예불 후 새벽 사찰의 업무를 부지런히 보고 출근시간에 맞춰 복지관에 들어서면 직원들의 미소가 담긴 합장 인사와 어린이들의 재잘거림, 에어로빅실의 음악소리와 노인대학의 민요노래, 의료서비스 수혜 차 오신 지역 어르신들의 반가운 덕담 등으로 복지관은 온통 복지인연의 활기가 가득하다. 전 직원이 함께 간단한 불전의식에 이어 업무회의를 갖고 70여 종의 유·무료 프로그램의 기안과 진행과정 결과보고서, 각종일지·수입 지출서·공문서 등을 살펴 결재하고 난 후 지역 단체장이나 후원자, 봉사자 등을 만나 협조와 감사의 인사를 나누고 나면 서녘으로 지는 해를 보며 다시 사찰로 퇴근을 하게 된다. 벌써 5년 차에 접어든 바쁜 나날에 다소 소진되는 감도 없지 않지만 복지관 운영이 불일증휘 법륜상전(佛日增輝 法輪
어떤 방식의 통일이건 모든 게 좋은 것일까? 일찌기 냉전체제의 적막을 뚫고 천둥번개처럼 내리쳤던 '74 남북공동성명'(1972)의 충격과 감격 앞에서 장준하는 '그렇다. 통일 이상의 지상명령은 없다'고 부르짖었다. 민족적 양심에 살려는 사람 앞에 갈라진 민족, 둘로 나누어진 자기를 다시 하나로 통일하는 이상의 명제는 없다고 선언했다. 통일지상주의는 여기서 싹텄다. 그런데 이 통일지상주의는 어떤 통일을, 통일조국이 어떤 모습의 사회가 될 것인가에 대해서는 본격적인 관심이 없었다. 사회주의체제가 붕괴하고, 독일통일의 환호성이 울려 퍼졌을 때 우리도 금새 통일이 될 것 같은 열망에 들떴다. 체제경쟁은 끝났다. 이제 우리는 북한 동포들을 음습한 독재체제로부터 빵과 자유, 젖과 꿀이 흐르는 약속의 땅 자유민주
요즈음 변화하는 사태를 반영하는 말에 “3번아 잘 있거라, 6번은 간다”가 있다. 아버지가 농사를 지어 공부시키고 결혼시킨 서울 아들네 집에 올라가 한 일주일 지내다 보니 자신의 존재가 별반 대접받는 자리에 있지 못함을 느꼈다. 그 집에서 가장 큰 소리 하고 위세가 있는 1번 자리는 며느리였다. 손녀가 2번, 아들은 3번이었다. 그리고 그 집 강아지가 4번, 파출부가 5번 그리고 자기 자리는 6번임을 알았던 것이다. 개에 대한 두가지 입장 그래서 다시 시골에 내려가서 살리라하고 서울역에 와서 아들에게 전화해서 그렇게 말했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에는 여러 가지로 변화하는 상대적인 입장이 담겨져 있다. 부모 자식간의 문제, 남녀 차별 등이다. 강아지의 자리 또한 두드러진다.
계미년 새해가 밝았다. 국가적으로는 새로운 대통령이 취임하고 의욕적인 개혁정치를 예고하고 있는 가운데, 종단에서는 정대 스님이 총무원장직을 그만두고 동국대학 재단이사장을 맡게 되어 후임 총무원장을 선출하는 선거가 있을 예정이다. 종단의 최고직에는 종정이 있지만 종정은 종단의 대표자로서 상징적 존재이고 실무적으로는 모든 업무를 총무원장이 수행하기 때문에 훌륭한 총무원장을 선출하는 것은 불교계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일이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우리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첫째, 각 당의 후보는 상호 정책을 제시하고 국가를 이끌고 나갈 방안을 제시하였다. 둘째, 상대방 후보에 대한 비방이 어느 때보다 적었다. 셋째, 방송에서 토론이 당선에 영향을 주었다. 넷째, 젊은 세대의 역할이 매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