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이 도오에게 물었다. “화상의 심심한 본의는 무엇입니까.” 도오가 선상에서 내려오더니 여인이 절하는 시늉을 하고 말했다. “그대가 애써 멀리서 찾아왔는데 그 고마움에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구나.”도오는 도오원지(道吾圓智: 769~835)로서 도오종지(道吾宗智)라고도 한다. 속성은 장(張)씨이고 어려서 열반화상(涅槃和尙)에게 출가하였고, 약산유엄(藥山惟儼)에게 가서 참문하고 인가를 받아 그 법을 이었으며, 호남성 장사부 도오산에서 선풍을 크게 드날렸고, 수일대사(修一大師)라는 시호를 받았다.일찍이 달마대사가 중국에 대승선법을 전승한
불교의 여러 계율에는 ‘음주계’를 두어 술을 마시는 것을 금지시키고 있다. 이는 술에 취해서 자신의 의도를 벗어난 실수를 하기 때문이다. ‘범망경’에서는 이러한 술이 원인이기에 ‘제5 고주계(酤酒戒)’를 두어 ‘술을 팔지 말라’고 금지시키고 있다.술을 파는 것은 중생들에게 음주계를 어기게 하고 여러 죄의 원인을 제공하는 것이기에 엄격하게 금지시키고 있다. 그러나 출가자의 경우 당연히 미혹함을 만드는 술을 만들거나 파는 것을 철저히 금지시키지만 사회에서 살아가야 하는 재가자는 입장이 다르다. 그렇기에 고주계에 대해 많은 주석가들이 재
혹여 오해가 있을까봐 미리 말하지만 이 글에 등장하는 스님은 지방에서 열정적으로 포교하는 분이다. 스님께서는 참선을 오랫동안 한 후 대중포교의 원력으로 세상 속으로 들어가 활발한 법회활동과 다양한 봉사활동으로 신도들과 지역사회로부터 사랑과 존경을 받고 계신다. 열린 사고와 포용력을 가진 스님께서 계율에 대한 생각은 보편적으로 많은 이들이 가지고 있는 견해와 유사하다는 느낌이 드는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이하는 스님의 말씀을 중심으로 필자의 의견을 보탠 편지글 형식이다.‘수행을 위한 계율이어야 한다’는 스님 말씀이 ‘능엄경’의 ‘
지난 휴일 어느 날, 예쁜 부부가 세심청심에 나오는 저의 글을 보고 찾아왔습니다. 독자가 직접 찾아오기는 처음이라 신기하기도 하고 기쁘기도 했습니다. 부부는 불교공부도 같이 하고, 틈 날 때마다 전국 사찰을 순례할 정도로 신심이 깊었습니다. 함께 나들이 하는 건강한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간단히 차 한 잔을 놓으니 의외의 이야기를 했습니다. 지금까지 절에서 차를 마셔본 적이 없다는 것입니다. 어느 사찰이든 참배만 했지, 보살님이나 스님들과 이야기할 기회가 없었답니다. 스님을 만나 차를 마시는 설레는 장면은 텔레비전에서만 볼 수 있는
각처 각색의 크고 작은 대만의 교단 중 포광산(佛光山), 중다이산(中臺山), 파구산(法鼓山)을 3대 총림으로 꼽는다. 3대 총림의 특징을 들자면 포광산은 ‘문화홍법’, 중다이산은 ‘수행’, 포광산은 ‘불교학’으로 유명하다. 명문대학 학생들이 집단으로 출가한 이야기며, 수행의 이적에 관한 일화가 많은 중다이산의 의례율조와 음악을 들어보기 위해 부리(埔里)에 위치한 본사로 향했다. 하지만 완공된 지 얼마 되지 않은 때라 거대하고 매끄러운 대리석이 위압적으로 느껴졌다. 아쉬운 마음에 중다이산 몇 곳을 더 갔는데 그 중 티엔샹바오타샨스(天
경산 백천사회복지관(관장 성민 스님)이 설 명절을 앞두고 지역 소외 어르신들을 초청해 떡국을 공양했다. 1월22일 백천사회복지관 경로식당에서 진행된 떡국공양은 조계종 제10교구본사 은해사 관장 돈명 스님 후원으로 이뤄졌다. 이날 나눔행사에는 경산 미타사 주지이자 백천사회복지관장 성민 스님과 미타사 총무 우덕 스님을 비롯해 봉사자 2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500여명의 어르신들에게 떡국과 사과, 우유 등을 공양했다. 백천사회복지관은 1997년 경산시로부터 위탁받았으며 장학금 지원과 함께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지역의 어려운 이웃들에
목적이 좋다하여 잘못된 수단이 정당화 될 수는 없다. 민주를 실현하기 위해서 비민주적인 방식을 도입하는 것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는 말이다. 어떤 수단을 쓴다는 것은 그 수단에 깃든 성향을 형성하는 것이기에 비민주적인 방식으로는 민주를 정착시킬 수 없다. 반대로 수단이 정당하다 하더라도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정당한 수단이라 하더라도 목적을 성취시킬 수 있도록 여러 보완적인 방법들을 동원하여 목적이 성취될 수 있도록 해야만 한다. “이것이 민주적인 방법이다”하면서 고지식하고 단순한 방식으로 밀어붙인다고 민주가 성취될 수
경자년(庚子年) 새해가 밝았습니다. 곧 설도 다가오니 진짜 새해의 시작입니다. 새해가 되면 항상 올해는 무슨 동물의 해인지 생각하게 됩니다. 경자년이니 올해는 12간지 중 첫 번째 쥐띠 해입니다. 쥐띠 해이니 쥐 그림 한 점 감상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바로 신사임당의 ‘수박과 들쥐'입니다. 이 그림은 신사임당의 ‘초충도 8곡 병풍’ 중 제1폭에 있는 그림으로 색감, 구성, 묘사가 모두 훌륭한 작품입니다.‘초충도(草蟲圖)’는 풀과 벌레를 소재로 한 그림을 말합니다. 하지만 엄격하게 풀과 벌레만으로 구성된 예는 드물고 대개 채소·
우리나라에는 옛날 옛적부터 많은 곰이 살고 있었다. 우리의 속담에 곰이 많이 등장하는 것으로도 알 수 있다. 곰 같은 사람, 곰 발바닥 핥기 등 모두 성질이 느긋한 사람이 하는 행동을 견주어서 말하는 속담이다.곰은 우리나라 첫 이야기인 건국신화에 호랑이와 같이 등장한다. 사람이 되고 싶어 하는 곰과 호랑이가 있었는데, 하늘에서 내려온 환인(도리천의 왕인 제석환인)의 왕자 환웅(桓雄)이 쑥 한 다발과 마늘 스무 개를 주어서 먹게 하고, 100일 동안 굴 속에 숨어, 햇빛을 보지 못하게 했다. 성질이 느긋한 곰이 매운 마늘, 쓴 쑥을
‘바람’은 선의 세계인 천신들과 악의 세계인 적류들이 경쟁하면서 서사의 입체성을 확보한다. 선악이라는 이분법적 구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작가는 천신, 영지, 적류의 무리가 복잡다단한 선연과 악연의 고리에 얽혀 있다는 설정을 가미했다. “신중탱화 중에는 제석천과 수라가 함께 있는 탱화가 있다”는 작가의 말에서 알 수 있듯, 작가는 판타지의 선악구도 전통을 불교적으로 승화하고 있는 것이다.작품의 후반부는 크게 제철이 지옥문으로 가면서 납에게 참회하는 대목과 천신의 장수인 천수성이 적류의 본방에서 수라의 수장인 현문과 다투는 대목으로
제60칙(2) : 오로지 나 한 사람만이 진실로 범부라고 보아야 한다.집에 있거나 암자에 있거나 상관없이, 반드시 윗사람에게는 공경하고 아랫사람에게는 온화해야 한다. 남들이 참을 수 없는 것을 참고, 남들이 행할 수 없는 것을 행하며, 남의 힘든 일을 대신해주고, 남의 아름답고 훌륭한 일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조용히 앉아서 항상 자신의 허물을 생각하고, 한담할 때에 남의 그릇된 점을 말하지 말아야 한다. 걸어 다닐 때나 멈추어 서 있을 때나 앉아 있을 때나 누워 있을 때나 옷을 입을 때나 밥을 먹을 때나 아침부터 저녁
한국과 영어권 사회에서는 경험을 통해 이루어 내면화된 삶과 세계에 대한 통찰이 지혜라고 이해된다. 그런데 좀 더 전문적이고 철학적으로 중요한 지혜의 이해방식이 있다. 플라톤의 대화록은 철학의 시조라는 소크라테스가 당시 아테네 사람들이 상식으로 받아들이고 있던 믿음에 대해 여러 질문을 던지며 그런 상식을 의심케 하는 비판 작업을 진행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철학에서는 어떤 주장이나 지식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그것이 참이고 옳다는 근거를 체계적으로 따져가며 가려야 하는데, 이렇게 의심의 눈초리를 견지하는 태도가 철학하는 바른 자세이다
현존하는 대장경에는 정치·경제·사회·문화·심리·가정·직업·풍속·습관은 물론 우화와 설화 등 무수한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다. 인간 생활에서 일어나는 온갖 일을 다 다루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대장경은 인류정신문화의 보배 창고가 아닐 수 없다. 그 중에서도 특히 인간에 관한 담론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왜냐하면 불교는 처음부터 무신론에 토대를 둔 인간을 위한 ‘인간의 종교’이기 때문이다.붓다의 전체 가르침은 인간의 자기 형성의 길을 제시하고 있다. 이른바 이상적 인간상인 아라한이 되는 길을 제시한 것이 붓다의
인도에서 출발한 불교는 1세기에 중국, 4세기에 우리나라에 전해졌다. 불사리는 생전의 석가모니와 다름없다는 사리신앙은 불탑의 건립을 유행시켰고 나아가 불교의 전파에 큰 동력이 되었다. 사리관(舍利觀)도 확대 변화되어, 처음에는 석가모니의 사리만 예경의 대상이었으나 나중에는 고승들의 사리 역시 그 가르침을 이어받으려는 제자들에 의해 존숭되었다. 그래서 석가모니의 사리를 특별히 ‘진신사리’ 또는 ‘불사리’라고 하여 승려의 사리와는 구분해 부르기도 했다.문헌으로 보면 우리나라 사리신앙은 4~5세기 무렵 뿌리를 내린 것으로 보이는데, 이때
35세에 정각을 성취해 붓다가 된 고따마는 바라나시(Bārāṇasī, 까시국의 수도)에서 첫 교화를 시작했다. 붓다는 다섯 수행자를 이시빠따나(Isipatana)에 있는 미가다야(Migadāya, 녹야원)에서 교화하고 얼마 안 되어 야사라고 하는 청년을 만나게 된다.야사는 불교사에 있어서는 매우 중요한 인물 중 한 명이다. 그는 바라나시에 사는 부호의 아들이었다. 엄청난 부를 지닌 야사의 아버지는 그를 위해 궁전에 버금가는 겨울용, 여름용, 우기용의 전각을 지어주었다. 야사가 붓다를 만나게 되는 때는 마침 우기(雨期)였다. 야사가
3장에서는 부처님과 조사가 사람들을 고통으로부터 해탈하는 방편법을 시설했다는 것을 밝히고 있다.“법에도 여러 가지 뜻이 있고 사람에게도 다양한 근기가 있기 때문에 (법을)시설하는데 방해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이를 “법이란 한 물건이요, 사람이란 중생이다. 법은 변하지 않는 것(不變)과 인연을 따르는 것(隨緣)의 뜻이 있다. 사람은 문득 깨달음(頓悟)과 점차로 수행함(漸修)의 근기가 있기 때문에 문자와 언어로 설법해야 한다. 말하자면 ‘관공서의 일(官)이라면 바늘도 허용할 수 없으나 개인의 일(私)은 마차와 수레도 통한다’라고 한다
‘보살’이란 용어가 대승불교의 전반에 걸친 주요개념 가운데 하나임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금강경’에서도 “보살은 그 마음을 이렇게 항복시켜야만 하느니라”라는 등등의 글귀를 통해 수행의 주체로서 지속적으로 언급되는 까닭에 보살에 대한 일반적인 개념에 대해 일괄해보는 것도 ‘금강경’의 이해에 도움이 될 듯싶다.‘보살’이란 용어의 사용은 꼭 대승불교부터 시작된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불교 이전부터 사용되지도 않았으니, 윤회(輪廻)나 불타(佛陀) 등의 용어들과는 달리 불교에서만 사용된 독자적 용어인 것만은 사실이다. 보살은 이미 빠알리
불교는 우리가 왜 괴로움과 고통에 빠지며 어떻게 하면 벗어날 수 있는지를 가장 잘 말해주고 있다. 괴로움과 고통으로부터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핵심 수행이 바로 마음챙김 명상이다.우리가 늘 바르게 생각하고 행동하면서 규칙적으로 꾸준히 마음챙김 명상을 하면 괴로움은 최소화하고 삶의 만족도는 최대한 높일 수 있다고 불교에서는 보고 있다. 이런 수행은 뇌를 더 나은 쪽으로 변화시킨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우리의 뇌가 선천적으로 가소성(可塑性)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뇌는 구조적으로 변화할 수 있는 충분한 유연성을 가지고 있
‘마하승기율’ 권28에 병든 비구가 있을 때 승단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몸소 가르침을 보인 사례가 있는데 부처님께서 얼마나 섬세하고 자비롭게 환자를 돌보시는지 마치 한 편의 단편영화를 보는 듯하다. 환자와 눈을 맞추고 자애로운 음성으로 대화를 주고받는 부처님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작게 소리 내어 읽다보면 그분의 무한한 자비심과 대중을 꾸짖는 엄격함이 깊은 여운으로 남는다.어느 날 부처님께서는 아난과 함께 승방을 순례하였다. 허름한 방에 도착하니 그곳에는 병든 비구가 똥오줌이 널린 방 가운데에 누워서 꼼짝도 못하고 있었다. 부처님께
우리가 살면서 가장 쉽게 잘못을 저지르는 것은 무엇일까? 불교에서는 우리가 항상 하는 ‘말’을 가장 주의시킨다. 말은 무엇을 하건 항상 제일 먼저 나오는 것이기에 그것에 따르는 책임은 무겁다. 불교에서는 말로써 짓는 죄를 ‘망어(妄語), 양설(兩舌), 악구(惡口), 기어(綺語)’의 4가지로 보고 엄격하게 주의시키고 있다. 이는 어떤 죄보다도 말로 하는 것이 가장 가볍게 저지를 수 있고 그 책임에 대한 마음을 쉽게 못 느끼기 때문이다.이러한 말로 짓는 죄를 ‘범망경’에서는 ‘제4 망어계’로 다루고 있다. 이 망어계는 다른 사람을 속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