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총장 출신 대선 후보 윤석열이 가수 이승철의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를 부르는 것을 보고, 저거 나도 좋아하는 노래인 데라고 맞장구쳤던 기억이 난다. 그는 노래를 선곡하게 된 배경으로 노무현 대통령의 비극적인 죽음을 자연스럽게 끌어들이는 언어 구사력까지 발휘했다. 순간 시큼털털한 감동이 밀려왔다. 실제로 이승철은 영결식장에서 이 노래를 처연하고 담담하게 읊조리며 할 말이 많았을 고인의 마지막 길을 토닥토닥 꼭꼭 여미어주었다. 딱 거기까지였다. 대통령 윤석열의 언사와 몸짓은 거칠고 무례하다. 도리도리까지는 뭐 어쩔 수 없다하더라
젊은이들 사이에 '힙한' 분위기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종로 익선동 한옥마을. 고즈넉한 기와지붕 너머로 우뚝 솟은 사찰이 눈에 들어온다. 도시의 바쁜 숨결 속 고요가 깃든 이곳에선 재가 수행자들이 화두에 집중하고 있었다.3·1 독립운동의 성지 종로 대각사(주지 종원 스님)에는 매주 수요일 참선을 배우려는 대중들이 문을 두드린다. 허정선 동국대 철학박사가 진행하는 ‘도심 속의 화두참선’ 봄학기를 찾는 수행자들이다. 대각사를 창건하고 참선을 널리 알리는 데 진력한 용성 스님(1864~1940)의 가르침을 실천하고자 지난해 9월 신도 등
속리산 토굴에서 지내고 있다. 집 뒤로 냉골이라는 계곡이 있는데 올라가면 속리산에서 제일 높은 천황봉에 다다를 수 있다. 냉골이라는 말처럼 계곡에 들어서면 서늘한 기운이 돌고 아직도 응달에는 잔설과 얼음이 골짜기마다 남아 겨울을 놓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양지바른 곳에는 애기냉이들이 듬성듬성 있어 지난주에는 여린 냉이로 된장찌개를 끓였다. 어려서인지 향은 그리 나지는 않았다. 동장군이 쎄다 해도 봄날 훈풍을 어찌해보겠는가.나는 일주일에 한 번 보은 읍내에 나가 장도 보고 목욕도 하는데 새로 잘 지은 건물이 선거관리위원회 건물이었다.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공기가 필요하다. 공기의 존재를 느끼며 살기란 어렵다. 그래서 고맙다는 생각조차 없다. 그러나 밀폐된 공간에 갇히거나 물에 들어가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비로소 공기의 존재를 강하게 인식한다. 공기를 들이마시며 숨 쉬고 산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 느끼게 된다.걷고 달리고 움직이며 보고 듣고 말하는 일상의 삶이 보통의 사람에게는 공기와 같이 자연스럽다. 인식하지도 못하고 특별하게 고마움을 느끼지도 않는다. 그러나 장애인에게는 인간이라면 누려야 할 이런 사소한 일들이 마치 기적처럼 느껴진다. 밀폐된 공간에
“앞으로의 불교환경운동은 욕망의 충족에서 행복을 찾는 것이 아니라 복덕구족을 지향하는 삶, 보살행으로서 자비로운 삶을 위한 기도가 됐으면 좋겠습니다.”10여 년 전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며 돌연 은거했던 불교환경연대 전 상임대표 수경스님이 ‘현시대불교환경운동을 위한 제언’을 발표했다. 수경 스님이 공개적으로 의견을 표출한 것은 2010년 이후 처음이다.수경 스님은 ‘불교평론’ 제97호에 ‘욕망을 줄여야 합니다’ 기고를 통해 “인간과 자연은 분리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스님은 “인간과 자연은 공생관계지만 그 공생의 존재 양태는 인
조계종 제19교구본사 지리산 화엄사(주지 덕문 스님)가 2월 25일 각황전과 부도전에서 ‘불기2568년 갑진년 지리산 화엄사 화엄문도 합동추모다례재 및 화엄문도 부도탑 제막식’을 봉행했다. 화엄문도 부도탑은 문도들이 입적할 경우 화장 후 유골을 봉안할 공용 부도탑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화엄사 각황전에서 열린 다례재에는 화엄문도회 문장 종국 스님을 비롯해 화엄사 주지 덕문, 부주지 우석, 선등선원장 본해, 종회의원 대진‧연규 스님 등 화엄문도 스님들과 장길선 화엄사신도회장 등 사부대중 100여 명이 동참했다. 이날 다례재는 명종 5타
평생 무소유(無所有)를 지향하며 텅 빈 충만으로 일생을 채웠던 법정 스님의 가르침을 되새길 수 있는 귀중한 책이 발간됐다. 불교계 원로소설가 정찬주 작가가 법정 스님 입적 14주기를 맞아 산문집 ‘마지막 스승 법정스님’을 내놓았다. 입적을 앞두고 허례 의식을 거부하며 오로지 비구 법정으로만 기록되기를 바랐던 스님은 평생에 걸쳐 사리처럼 내놓았던 책들 또한 ‘말빚’이라며 절판을 당부했다. 이런 이유로 스님에 대한 기억은 시나브로 엷어지고 있다. 이런 때에 다시 맑고 투명했던 스님의 삶이 한 권의 책으로 세상으로 걸어 들어왔다. 법정
은빛 눈꽃으로 물든 산맥을 따라 올겨울 마지막 정진을 알리는 목탁소리가 “또르륵…또르륵” 메아리쳤다. 하나 둘 선방에 자리 잡은 스님들은 3개월 동안 동고동락한 좌복에 다시 가부좌를 튼 채 삼매에 빠져들었다. 해가 산등성이로 숨을 무렵, 경쾌한 죽비소리가 공기를 갈랐다. 길고 긴 정진 끝에 깨달음이 있었을까.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스님들이 좌복을 털고 기지개를 켰다.전남 장성 백양사 운문선원. 2월 24일 선원장 보인 스님을 비롯한 10여 명의 스님이 안거를 마치고 만행에 나섰다. 1400년 전 백제 무왕 때 여환조사가 창건한 백양
한 생각 화두에 제행(諸行)이 총섭(總攝)이 되니 얼마나 한가한가! 납자의 이 여유, 이 멋. 화두가 없으면 죽은 목숨이다. 무슨 맛으로 사나? 산 눈동자 환희심이다. 일체가 일반 반(般)이요, 둘이 아니니 같을 야(若), 반야로다. 눈뜬 이 자리 응관(應觀)이요, 반야요, 불가사의 이뭘까다.“이륙시중 부작일물(二六時中 不作一物), 어떤 것도 짓지 마라. 쉬지 마라. 입이 벌려져 감탄해져도 한 주먹으로 쳐 날려버려라. 아방궁이라 해도 한 발로 차 뒤집어 엎어버려라. 기운 있을 때 더욱 다그쳐라. 재미없는 곳에 재미를 봐라. 쉬어라.
금정총림 범어사가 해봉당 자승 대종사의 49재 회향법회를 봉행하며 스님의 가르침을 기렸다.범어사(주지직무대행 정오 스님)는 1월16일 경내 보제루에서 ‘해봉당 자승 대종사 49재’를 봉행했다. 이날 법석에는 범어사 주지직무대행 정오 스님을 비롯한 사중 소임자 스님들과 신도 등이 동참했다.사시불공에 이어진 49재는 명종5타에 이어 개식, 헌향 및 헌다, 종사영반, 헌화, 조가, 죽비 삼배, 인사말씀 등으로 진행됐다. 조가 순서에서는 범어사 합창단과 불교TV염불공양모임(회장 하정선)이 각각 추모 음성공양을 올렸다.부산지사=박동범 지사장
20년째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을 108배로 시작하는 주근호(77, 일법) 불자. 2024년 1월 1일도 평소와 다름없이 향을 사르고 절을 올렸다. 마지막 108배를 마치고 일어서자 볼 위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고 가슴은 환희로 가득 차올랐다. 절 수행을 시작한 지 20년이 되는 날이자 150만배 회향의 순간이었다.“숫자에 연연하지 않지만, 그날만큼은 잊을 수 없죠. 절수행을 하면서 나를 찾아온 신비한 일들이 이날도 똑같이 일어났으니까요. 잘 아는 스님에게 물어보니 업장이 소멸된 거라고 기도한 보람이 있다고 하셨죠. ‘아, 내가
소림선종 초대 종정에 연화 스님이 추대됐다.소림선종은 12월 26일 총본산 원주 용화사에서 ‘종정 덕산당 연화 대종사 추대법회’를 봉행했다. 사부대중 200여명이 동참한 추대법회는 육법공양을 시작으로 종정 인례, 삼귀의 및 반야심경 봉독, 가사점안, 고불문 낭독, 종정 연화 대종사 행장 소개, 축사, 법어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참석대중은 이날 종정에 추대된 연화 스님에게 삼배를 올리고 불자와 죽비를 봉정했다. 종정 연화 스님은 취임 법어에서 “부처님의 법신은 색도 형상도 없지만 밝고 대자대비하며 끝없이 청정하다”며 “그 빛은 처처에
조계종 10대 종정을 역임한 혜암당 성관 대종사 열반 22주기 추모 다례재가 12월29일 해인총림 해인사(주지 혜일 스님) 대적광전에서 봉행했다.추모다례는 혜암당 성관 대종사 부도탑에서 헌향·헌다로 시작됐다. 거불에 이어 해인총림 방장 원각 스님의 헌향을 시작으로 성법·무영·여연 스님 등 문도대표스님들이 함께 헌다했다. 동참 대중들은 죽비에 맞춰 추모 입정 후 성관 대종사의 법어를 합송했다. 이어 해인총림 동당 세민, 전계사 무관, 주지 혜일 스님을 시작으로 총림 대중들이 대종사의 영전에 헌화한 후 산중원로 선용 스님이 성관 대종사
부산 금정산 동쪽 기슭에 자리 잡은 금정총림 범어사는 신라 의상대사가 창건한 10대 화엄사찰 중 하나다. 근대기 한국 선의 중흥조 경허 스님이 머무르며 수많은 선지식을 양성했던 선찰대본산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대종사 여산정여(如山正如) 스님은 지난해 10월 말 범어사 산중총회에서 금정총림을 이끌 새로운 방장 후보에 만장일치로 추대됐고, 11월 1일 조계종 중앙종회 인준을 거쳤다.범어사에서 벽파 스님을 은사로 산문에 든 정여 스님은 지난 50여 년간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진흙에 더럽혀지지 않는 연꽃처럼 살아왔다. 스님은 순
5주간에 걸쳐 선가에서 방망이를 휘두르거나 소리를 지르는 등 활발발한 선기와 대기대용(大機大用)을 언급했다. 앞 원고에서 언급했듯 선기의 획기적인 연출은 당나라 때부터 시작되었다. 그러면 선사들의 활기찬 언행이 현시대에도 활용되는지를 보자.현재 중국은 사찰마다 조금씩 다른데, 대체로 선종 사찰에서는 객당에 두 개의 향판을 세워놓는다. 향판 하나는 보편적인 청규를 말하고, 다른 하나는 그 사찰만의 청규를 말한다. 그 향판에 ‘청규(淸規)’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는데, 선가의 엄격한 규율을 상징한다.청대 이후로는 방(棒)보다 향판(香版)
조계종 전 총무원장 자승 스님의 입적 소식이 전해진 이튿날인 11월30일 오전부터 여야 정치인들은 예상하지 못한 뜻밖의 비보에 잇따라 애도를 표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며 "자승 스님께서 강조하신 사회 통합과 화합, 공생과 상생의 정신을 늘 되새기겠다"고 말했다.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페이스북을 통해 추모 메시지를 냈다. 홍 원내대표는 "우리 사회의 길을 밝혀주신 소중한 어른을 잃은 슬픈 소식이다. 자승 스님은 불교의 모든 가르침과 화두는 차별없는 세상을 이야기하고 있음을
태고총림 선암사(주지 승범 스님)는 11월27일 계묘년 동안거 결제일을 맞아 경내 대웅전에서 결제법회를 봉행했다.법회에는 태고총림 방장 지암, 주지 승범 스님을 비롯해 선방에 방부를 들인 현오·원우·일우·일해·대우 스님과 대중스님들이 동참했다. 방장 지암 스님은 법어에서 “번뇌를 멀리 벗어나는 일이 예삿일이 아니니 마음의 고삐를 단단히 잡고 한바탕 힘써 공부하라”며 “한차례 매서운 추위가 뼛속을 사무치지 않으면 어찌 매화가 코를 찌르는 향기를 얻을 수 있겠냐”고 용맹정진을 당부했다. 이어 “입제법회가 봉행된 후부터 선방수좌는 물론
저는 대전교도소에서 복역 중인 58세 ○○○ 라고 합니다. 한달에 한두 번 운 좋게 주어지는 법보신문을 통해 불교의 지혜 가르침과 삶의 숭고함을 배우고 있는 부족한 중생입니다. 아무도 도와주는 사람 없고 도움받을 곳 없이 살아오던 제게 법보신문은 신앙심 그 이상입니다. 탐진치 삼독을 잘못 여윈 채 안하무인으로 살아온 제게 법보신문은 참회와 성찰의 깊은 울림으로 죽비를 내려주고 있습니다. 갈 길 먼 수감생활 신실한 불자로 거듭날 수 있도록 법보신문을 보내주시길 두손 모아 서원합니다. 나무석가모니불.[1706호 / 2023년 11월 2
전쟁이 터져 사람 가슴에 총을 쏘고 있습니다. 아차! 어떻게 할까? 한 방울의 미움이 사람 죽이는 전쟁이 됩니다. 작은 날개짓이 하늘을 찢는 천둥이 됩니다. 가슴으로 돌아오소서. 지심으로 돌아오소서.산천은 단풍이 들어 낙엽이 뿌리로 돌아가고 출가 납승은 동안거에 들어갑니다. 목숨 같은 화두 몰두 이외에 전쟁 씻을 무슨 방법이 있나? 동안거 결제보다 더 큰 전쟁 씻어낼 기도가 있나? 내 책임입니다. 내 업장입니다. 이 일밖에 없으니 한 생각 이탈하지 않겠습니다.‘상래소수 공덕해 회향삼처 실원만(上來所修 功德海 廻向三處 悉圓滿)’ 부처
청담 스님(1902~1971)의 정법불교를 유지 계승해오며 꾸준히 지역 상생 발전을 도모해온 호국참회기도도량 삼각산 도선사(주지 태원 스님)가 청담 스님 열반 52주기를 맞아 11월15일 추모다례재를 봉행했다.다례재는 청담 스님이 생전에 건립한 호국참회원 3층 강당에서 청담문도회 스님들이 참석한 가운데 청담대종사 각령전 죽비 삼배, 청담대종사 육성법문, 청담문도손상좌회 회장 도호 스님의 행장소개, 헌향 및 헌다로 이어졌다.문도를 대표해 회주 혜암동광 스님은 “그 어떤 사람에게나 자상하게 가르침을 주셨던 청담 스님의 모습이 아직도 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