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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정부, 로힝자족에 대한 군사작전 중단하라"

  • 사회
  • 입력 2017.09.20 08:26
  • 수정 2017.09.21 0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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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인 183명, 기자회견·성명 발표

9월19일, 서울 미얀마 대사관 앞서
"생명은 조건 관계 없이 존중돼야"

▲ ‘로힝자 인권과 평화를 촉구하는 한국 종교인’은 9월19일 서울 주한 미얀마 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얀마 정부에 로힝자족 관련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최근 미얀마 라카인 지방에서 벌어지고 있는 로힝야족과 미얀마 보안군의 무장충돌에 대해 한국 종교인들이 미얀마 정부에 모든 군사작전을 중단할 것을 요청했다.

‘로힝자 인권과 평화를 촉구하는 한국 종교인 일동’은 9월19일 서울 주한 미얀마 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얀마 정부에 로힝자족 관련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기자회견에는 불교환경연대 상임대표 법일 스님과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실천위원 현성 스님이 함께 했다. 이날 발표한 종교인 성명에는 한국의 불교, 원불교, 가톨릭, 기독교 종교인 183명이 함께 했다.

8월25일 미얀마 라카인 지방에서 이슬람 소수민족 로힝야 민병대가 미얀마 보안군을 공격한 사건을 발단으로 무장충돌이 벌어졌다. 유엔인권보고관에 따르면 이를 발단으로 지금까지 약 1000명 이상의 로힝야족이 사망했고 국제이주기구는 마을 전체가 불에 타고 로힝야족을 대상으로 한 성폭행, 아동 살해가 벌어졌다고 발표했다. 유엔난민기구는 로힝야족의 1/3인 31만명이 방글라데시로 피난하고 있다고 전했다.

종교인들은 성명서에서 “로힝자 사람들의 종교·출신성분에 관계없이 그들의 생명은 존중돼야 한다”며 “미얀마 현 정부는 현 사태를 책임지고 로힝자 민간인에 대한 모든 군사작전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미얀마 정부는 사태의 원인을 로힝자 무장세력으로 돌리고 증오를 부추기고 있다”며 “미얀마 민주주의 상징인 아웅산 수치여사가 이끄는 현 정부에서도 여전히 로힝자 사람들을 탄압하는 모습은 미얀마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사람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겨줬다”고 비판했다.

▲ 로힝자 이주민 모하메드 이삭씨는 “로힝자족도 일반인과 같은 사람이다.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살고 싶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민간인 폭력을 정당화하는 미얀마 내 이슬람 혐오문화 확산에 대해 우려했다. 이들은 “현재의 폭력사태가 ‘종교간 갈등’으로 거짓 포장되고 있다”며 “극우민족주의를 신봉하는 소수 불교도가 미얀마 전체 불교를 대표할 수 없듯 소수의 무슬림 무장세력이 전체 로힝자 무슬림을 대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성명낭독 후 종교인들은 ‘로힝자 피해자와 난민을 위한 기도’를 통해 공포 속에 죽어간 로힝자 피해자들에게 깊은 애도를 전했다. 기자회견 후에는 미얀마 대사관에 공동성명서를 제출했다. 

2000년 입국해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로힝자 이주민 모하메드 이삭(51)씨는 “로힝자족은 미얀마에 오랫동안 살고 있는 소수민족이지만 정부에 의해 강제 이민과 인종청소를 당했다”며 “로힝자족도 일반인과 같은 사람이다.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살고 싶다”고 호소했다.

▲ 기자회견에 참석한 종교인들은 ‘로힝자 피해자와 난민을 위한 기도’를 통해 공포 속에 죽어간 로힝자 피해자들에게 깊은 애도를 전하며 목숨을 걸고 피난한 피해 생존자들의 안녕을 기원하였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불교환경연대 법일 스님은 미얀마 승단의 적극적 개입을 요청했다. 스님은 “불교국가인 미얀마에서 일어나는 유혈사태에 대해 미얀마 승단에서 나서서 강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미얀마 정부도 생명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일을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아웅산 수치 미얀마 국가자문역은 수도 네피도 국제컨벤션센터에서 국정연설을 갖고 8월25일 이후 진행되고 있는 무장충돌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수치 국가자문역은 “이번 사태를 가능한 빨리 해결하고 싶다. 난민 송환을 위한 신원 확인 절차를 언제든 시작하겠다”며 관련국들의 협조를 요청했다. 하지만 이는 40만명의 난민 가운데 미얀마 주민임이 확인된 경우만 재입국을 허락하겠다는 의미로 얼마나 되돌아올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 CNN 등 외신들은 수치 국가자문역이 공개된 자리에서 처음으로 로힝야족 사태에 대한 해결 의지를 포명하고 국제사회의 도움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 기자회견 후 종교인들은 공동성명서를 미얀마 대사관에 전달했다.

한편 불교를 국교로 하는 미얀마 정부와 이슬람 소수민족 로힝자족의 갈등은 2차 세계대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장준영 한국외대 교수·동남아연구소 책임연구원에 따르면 미얀마 정부는 1824~1826년 1차 영국-버마전쟁 이전 현재 영토에 거주한 자들을 모두 미얀마 국민으로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로힝자족은 8-9세기 이슬람 상인과 함께 미얀마로 유입됐으나 전쟁기간 동안 이주한 난민으로 분류됐다. 뿐만 아니라 벵갈족에 속해 언어, 종교, 역사적 유사성이 없어 일등 시민권을 부여받지 못하고 있다. 로힝자족은 1939년 발발한 2차 세계 대전에 영국군에 가담했고, 1948년 미얀마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이후 당시 동파키스탄(현재 방글라데시)에 합병을 요청하기도 했다. 1974년 이후 미얀마 군부는 중앙정부에 반기를 드는 로힝자족을 체포 또는 구금했으며 이로 인해 로힝자족은 1978년 한 해 동안 약 20만 명이 방글라데시로 피난했다. 1991~1992년에도 비슷한 대탈출이 진행돼 25만명의 난민이 발생했다. 2009년부터는 정부 탄압을 피해 바닷길로 피난을 떠나는 선상 난민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조장희 기자 banya@beopbo.com

다음은 성명 전문.

미얀마 정부는 로힝자 민간인들에 대한 적대행위를 즉각 중단하라

오늘 한국의 종교인 183명은 미얀마 라카인지역에서 벌어지는 폭력의 악순환을 멈추고 죽음의 공포와 생존의 고통속에 힘겨워하는 로힝자 사람들과 함께 하고자 이 자리에 섰습니다. 지금 로힝자 사람들은 사상 최악의 위기상황에 내몰리고 있습니다. 지난 8월 미얀마 라카인(Rakhine)주에서의 미얀마정부군과 로힝자무장세력간의 분쟁 이후 미얀마정부는 로힝자무장세력을 ‘테러단체’로 지명하며 로힝자 거주마을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토벌작전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현지언론보도와 피해생존자 증언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미얀마 군부는 로힝자 민간인들을 집단 학살하고 거주 마을을 방화하였다고 합니다. 또한 작전을 수행하는 군인들은 무장세력과 민간인 가릴 것 없이 공격했고, 심지어 헬기에서 무차별 사격을 하여 어린아이를 포함한 약 천 여명의 민간인 사망자가 발생했습니다.

이와 같은 미얀마군의 잔혹행위를 피해 전체 미얀마 거주 로힝자 인구의 1/3인 40만명이 산과 강, 바다를 넘어 방글라데시로 피난하고 있습니다. 이들 중 6000명은 방글라데시 국경에 가로막혔고, 피난민을 실은 선박이 전복되어 수십명이 사망하는 안타까운 소식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간신히 도착한 피난처에서도 로힝자 난민들이 직면하는 현실은 처참합니다. 이미 오래전에 피난왔던 난민들이 거주하는 난민촌은 하루 2만명에 가까운 난민들이 유입되면서 더 이상 난민을 받을 수 없는 포화상태입니다. 식량과 물, 의료품 등 모든 생필품은 부족하고 국제구호기구의 접근 조차 극히 제한적인 상황입니다. 구호품을 받기 위해 한꺼번에 몰려든 난민들이 서로 뒤엉켜 수명의 난민이 압사되었다는 소식도 전해집니다. 더욱 충격적인 소식은 피난하는 로힝자 민간인을 향해 미얀마 군부는 박격포와 자동화기를 발포하였고, 난민들이 돌아오지 못하게 지뢰를 설치하였다 합니다. 너무도 잔혹하고 끔찍한 소식들입니다.

하지만 미얀마 정부는 사태의 원인을 로힝자무장세력에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에서 쏟아지는 우려를 ‘가짜뉴스’에 의한 잘못된 정보라고 폄훼하고 있습니다. 미얀마 군 최고 사령관은 로힝자 사람들이 불법이민자이고 이슬람무장세력의 배후이기에 군사작전은 정당하다고 언론에 발표했습니다. 사태를 해결하기는 커녕 지금도 증오와 혐오를 부추기고 로힝자 민간인에 대한 인권유린행위를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수십년동안 미얀마 군부정권은 로힝자 사람들을 차별하고 핍박하는 정책을 통해 미얀마의 민주주의에 대한 내부의 열망을 가로막았습니다. 하지만 미얀마 민주주의의 상징인 아웅산 수치여사가 이끄는 현 정부에서도 로힝자 사람들을 탄압하는 모습은 미얀마의 민주주의를 지지했던 우리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겨주었습니다.

또한 우리는 현재의 폭력사태가 ‘종교간 갈등’으로 거짓 포장되어 미얀마내에서 이슬람 혐오문화가 확산되고 있다는 점을 우려합니다. 극우민족주의를 신봉하는 소수의 불교도인들이 미얀마 전체 불교를 대표할 수 없듯이 소수의 무슬림무장세력이 전체 로힝자 무슬림을 대표할 수 없습니다. 어떠한 종교도 무고한 민간인에 대한 폭력을 정당화 하지는 않습니다. 백번 양보하여 미얀마 정부의 발표대로 로힝자 무장세력에 의한 테러가 군사작전의 원인이라 하더라도 로힝자 민간인에 대한 공격과 학살이 정당화 되진 않습니다.

모든 생명은 귀하고 소중합니다. 차별이 있을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이를 나누고 차별하고 폭력으로 짓밟는 것은 커다란 죄악입니다. 로힝자 사람들의 종교가 무엇이고 출신성분이 어떠하던지 간에 그들의 생명은 존중되어야 합니다.

오늘 이 자리에 모인 종교인들은 미얀마 정부에게 강력하게 요구합니다. 미얀마 정부는 현 사태를 책임지고 해결해야하는 주체가 본인임을 인정하고 로힝자 민간인에 대한 모든 군사작전을 중단해야 합니다. 또한 로힝자 난민들에 대한 인도주의 구호 접근을 허락하며 평화적 사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합니다.


2017. 9. 19.

 

개신교, 불교, 가톨릭, 원불교 종교인 183명 일동

고수봉 권영종 김미경 강명권 강인근 고금 김검회 김경숙 김경희 김광숙 김귀동 김근자 김나령 김두홍 김명섭 김명희 김미숙 김방희 김선옥 김성환 김성훈 김영선 김영선(1) 김영순 김영애 김영일 김은영 김은호 김인옥 김정미 김정욱 김정훈 김종수 김종화 김태성 김평안 김현수 김현숙 김형균 김형중 김희헌 나명옥 나승구 나충열 남궁영미 남궁희수 남기창 남승원 남창현 남해윤 노재화 도철 문지영 박기호 박명숙 박문수 박민서 박성호 박세환 박윤성 박종열 박채순 박혜영 박혜원 배지용 배판렬 백광진 백미정 백승은 백종연 법공 법상 법안 법일 변성자 복아름 부경 부우준 서경혜 서북원 석일웅 선욱 시공 신성은 신소희 안광훈 안정호 여암 오기백 오미순 오세욱 우성구 유곡 유리라 유미란 유미옥 유승원 유찬호 유형선 윤인중 윤치상 이강서 이광옥 이광일 이광휘 이대수 이미숙 이병일 이상선 이상원 이선애 이성환 이소아 이송민 이승봉 이승현 이애령 이영문 이영선 이영우 이인영 이정규 이정배 이정화 이주형 이준모 이지이 이진영 이춘섭 이현아 이현옥 일문 임승철 임용환 임한욱 장동식 장명화 장진숙 재범 전나미 정문자 정상시 정수용 정윤채 정현숙 정휴 조금숙 조숙자 조은미 조은주 조인영 조정례 조정선 조정현 조현철 종호 지몽 진이삭 진일우 채수일 천권환 최민규 최민성 최성민 최연엽 최은진 최일심 최종관 최종덕 최홍대 퇴휴 하림 한경아 한경자 한국염 한기양 한수 현대일 현성 혜문 혜조 황정임 황진 (가나다 순, 종교별 존칭생략)

[1409호 / 2017년 9월 2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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