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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과 평화를 배수의 진으로

세계의 언론은 한반도가 곧 전쟁터가 될 것처럼 요란하다. 남북전쟁 이후 줄곧 정전상태인 북한이 핵무기와 미사일을 개발하는 것에 대해 한미일이 공세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남쪽 사람들은 하도 많이 겪는 일이라 그저 그렇거니 하고 있다. 바쁜 일상 속에서 그처럼 큰일은 개인이 어떻게 할 수 없다는 인식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긴장되는 것은 북한과 미국의 험한 말 때문이다. 북한이야 말할 것도 없지만,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대해 “화염과 분노” “완전한 파괴”라는 말을 통해 우리 한반도에 불안을 더하고 있다. 세계는 그가 오히려 북한의 무기개발에 빌미를 제공하는 깡패 두목처럼 유치하고도 흉한 언설을 쏟아내고 있다고 비판한다.

실제 전쟁에 대한 공포를 포함해 그 말은 여전히 약육강식이 횡행하는 국제사회에서 힘이 없는 우리를 더욱 두렵게 한다.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그러한 말이 미국 유권자들의 지지와 한국, 중국, 북한에 대한 미국의 이해를 관철시키기 위한 전략이라고 보고 있다. 그렇지만 이렇게 험한 말을 국제평화를 위해 논의하는 UN에서 했다는 것이 고통스럽다. 자신의 동맹국 사람들이 왜 강대국 지도자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가슴 졸여야 하는가.

‘범망경’의 무거운 계의 첫 번째는 살생계다. 부처님은 “직접 죽이거나, 남을 시켜 죽이거나, 방편을 사용해서 죽이거나, 칭찬을 해서 죽게 하거나, 죽이는 것을 보고 기뻐하거나, 주문을 외서 죽이는 따위가 있다. 이러한 죽임에 직접 관계하거나, 간접적으로 관계하거나, 또는 죽임의 방법을 제공하는 것은 죽임의 업을 짓는 것이므로 모든 생명체를 결코 죽이지 말아야 한다”고 설하신다.

이 법문에 의거한다면, 직접 살생에 관계하는 북한의 무기개발이나 이에 대응하는 트럼프의 전쟁발언은 서로의 업력을 더욱 무겁게 하는 일이다. 전쟁이나 이와 유사한 말을 내뱉는 것만으로도 그 업력은 더욱 강화되어 그 굴레를 벗어나기 힘들다. 당연히 멈추어야 한다.

북한이 어떤 무기를 개발하고, 트럼프가 어떤 말을 내뱉더라도 남북한의 운명은 같다. 전쟁은 또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되며, 끈질긴 협상과 타협으로 막아야 한다. 촛불혁명으로 탄생된 정권은 그 열망 속에 반전과 평화가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헌법 10조에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 그리고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되어 있다. 전쟁은 이러한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지키지 못한 것에 해당한다. 자신을 지켜달라는 국민이 준 권한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다면 전쟁국가를 책임질 자격은 없다. 결국 안전과 평화를 지켜줄 정부를 유권자는 원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이 땅의 위기관리를 다른 나라에 맡기지 말고, 주체적으로 나서야 한다. 북한에게든 미국에게든 남한은 볼모로 잡혀 있다. 우리의 고통이 더욱 악화되기 전에 당선 전 약속한 한반도 평화를 위한 대화를 위해 지금이라도 북한의 지도자를 만나야 한다. 그것이 유권자에 대한 예의이자, 북한과 미국의 업연의 악순환을 끊어주는 길이기도 하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무선무악한 존재다. 그러나 자신의 업장이나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에 따라 능히 악하기도 하고 능히 선하기도 하다. 이러한 사실은 인도의 전륜성왕 아쇼카왕이 잘 보여준다. 무자비했던 정복의 왕은 자신의 모습을 참회하고 불법에 귀의하여 불도를 따랐다. 그의 정치의 이상은 법(dharma)에 의한 통치였다. 광대한 영역을 통치하기 위한 하나의 전략이기도 했다. 이제라도 북한과 미국의 지도자는 서로의 대결을 멈추고, 평화협정과 수교를 통해 한반도 평화의 진정한 주역으로 거듭나길 바랄 뿐이다. 이들이 불살생계를 근본으로, 반전과 평화, 상생(相生)과 상화(相和)를 배수의 진으로 치는 전략으로 전환하도록 우리 불자들의 관심과 촉구가 절실히 필요하다.

원영상 원광대 정역원 연구교수 wonyosa@naver.com

[1409호 / 2017년 9월 2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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