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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대초열지옥의 문을 열며

기자명 김성순

이번 회차부터는 팔대 근본지옥 중 초열지옥 다음인 대초열지옥에 대해 얘기하고자 한다. 메마르고 뜨거운 초열지옥보다 더한 대초열지옥이니 그 고통상이나 업인이 훨씬 중하리라는 점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전체적으로 대초열지옥 역시 오계를 근간으로 하는 기본적인 금계를 범한 것이 업인이 되어 떨어지게 되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초열지옥보다 고통 심한 지옥
오계 근간으로 하는 범계 업인
죄인 육신 치즈처럼 흐물흐물
나쁜 업 누구도 대신하지 못해

대초열지옥에 떨어지게 되는 업인 중 첫 번째로 제시되고 있는 것은 청정 지계 비구니를 유혹하여 타락시킨 자이다. 그 파계자는 “부처란 일체의 지혜를 가진 사람이 아니다. 부처도 일체의 지혜를 가진 사람이 아닌데, 하물며 그 제자로서 비구니가 청정한 행을 가지겠는가?”라는 논리로 비구니의 계율을 무너뜨리고 타락시킨 행위가 업인이 되어 대초열지옥에 떨어지게 된다.

대초열지옥에 떨어진 죄인들은 육신이 마치 녹아내리는 치즈나 버터처럼 아주 부드러워지게 된다. 문제는 이 흐물흐물하게 연해진 육신으로 인해 다섯 감관까지 지나치게 부드러워짐으로써 죄인이 받아들여야 하는 모든 외부로부터의 체험과 감각들이 모두 고통이 되고, 약간의 자극으로도 죽을 수 있을 정도가 된다는 것이다.

또한 이 대초열지옥의 근본지옥에 관한 묘사에서는 죽음을 앞둔 인간이 겪게 되는 현상들에 대해서도 자세히 서술하고 있다. 대초열지옥에 떨어지게 될 인간은 죽기 사흘 전부터 감관이 힘을 잃고 흐트러져서 음성은 말을 잃고, 큰 두려움에 시달리며, 행동을 하지 못하고, 의식이 놀란다고 한다. 몸을 구성하고 있는 각 사대 요소 역시 분노를 일으키며 제멋대로 날뛰어서 조절할 수 없게 된다.

지옥행이 예정되어 있는 인간이 죽기 전까지 사흘 동안 지수화풍 사대 요소의 경계에서 겪게 되는 고통상은 다음과 같다. 먼저 땅의 경계를 보면 온 몸의 힘줄·혈맥·뼈·골수가 모두 막히어 곳곳이 부서지고 갈라지게 된다. 다음 물의 경계에서 살펴보면 온 몸을 힘줄과 혈맥으로 단단하게 얽어놓았던 것이 풀리면서 몸의 모든 구멍에서 오물이 흘러나오게 된다. 불의 경계에서는 열기가 치성하여 온 몸의 피부가 검붉은 구리색으로 변하고, 입속은 바짝 메말라 갈증에 시달리며, 왕성한 심화(心火)가 일어난다. 다음 바람의 경계에서는 바람이 온 육신의 기관을 돌아다니면서 마르고 막히게 하므로 대소변이 통하지 않고, 숨도 고르지 않으며, 눈·귀·코·혀의 감각기관이 제 기능을 못하고, 생식기는 오그라들고, 항문은 불에 덴 듯하고, 피부는 부풀어 오르며, 모발도 단단하게 버티지 못한다.

드디어 목숨을 막 마친 때에는 환영처럼 저승의 모습이 나타나게 되는데, 검은 장막 같은 집들과 검은 빛깔의 불꽃, 섬뜩한 느낌의 짐승들과 철봉을 들고 나타난 지옥의 옥졸을 보게 된다. 이제 막 숨이 끊어진 죄인은 중유에 나게 되는데, 이때는 육신을 구성하고 있는 사대요소가 아주 미세해져서 수미산을 뚫고 지나가도 전혀 방해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문제는 지옥에 떨어질 악업을 지은 죄인은 중간지대인 중유에서도 그 죄업에 해당하는 고통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중유의 옥졸은 검은 오랏줄로 죄인의 몸을 한 치의 빈틈도 없이 묶은 후에, 녹아버린 버터처럼 약해져 있는 그의 감관에 대고 생전의 악업을 하나하나 짚어주며 게송을 읊는다.

‘나쁜 업을 짓는 것도 혼자서 하고
나쁜 과보 받는 것도 혼자서 한다.
나쁜 여기 오는 것도 혼자서 왔나니
이 세상에서는 동무할 이가 없다.
누구나 많은 악을 지을 때
다른 이와 인연 있었더라도
제가 지어 다시 제가 받나니
그 인연은 나를 구원하지 못한다.’

김성순 서울대 종교문제연구소 연구원 shui1@naver.com
 


[1409호 / 2017년 9월 2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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