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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심장으로 네 가족 생계 책임질 가장의 기도

  • 상생
  • 입력 2017.10.02 09:14
  • 수정 2017.10.10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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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사·화계사·법보신문 이주민돕기 공동캠페인

▲ 프르푸 씨는 동두천 네팔 법당 용수사에서 요양하며 사찰의 소소한 일들을 돕고 있다.

사지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몸이 축 늘어졌지만 마냥 누워있을 순 없었다. 건강을 핑계로 일을 하지 않는 것은 프르프씨에게 사치였다. 네팔 가족의 생계가 온전히 자신의 손에 달렸기에 몸이 움직이는 한 일을 해야했다. 하지만 그날 이후 그는 심장병으로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는 몸이 됐다.

네팔인 프르프 도제씨
갑작스런 심장 수술로
당분간 일 할 수 없어
병원비 1000만원 밀려

네팔인 이주노동자 타망 프르프 도제(39)씨는 한국에 오기 전 전기 수리, 벽돌 미장, 히말라야 산행 안내 등 생계를 위해 할 수 있는 건 다 해봤다. 그러나 3개월 이상 지속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얼마 전 둘째 아이도 태어났다. 일이 생길 때까지 마냥 기다리기에는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이 어깨를 짓눌렀다. 유난히 밝은 아들의 얼굴에 웃음만 선물하고 싶었다.

드문드문 생기는 일로 가족의 생계를 꾸려나가기엔 역부족이었다. 그저 기다리기보다는 일을 찾아나서야겠다고 생각했다. 그에게는 외국인들과 함께 히말라야를 등반하며 가지게 된 도전정신이 있었다. 가족들의 희망과 함께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2013년 입국해 처음 한 일은 비닐하우스 시공이었다. 다른 외국인 노동자들과 숙소에서 지내다 일이 잡히면 몇 날 며칠 비닐하우스를 지으러 이곳저곳 떠돌았다. 자신의 키와 몸무게보다 몇배는 길고 무거운 파이프를 들고 비닐을 밴딩하고 땅에 고정하는 일을 반복하다 보면 온몸의 진이 다 빠져나가는 것 같았다. 몸은 고됐지만 일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몰랐다. 힘들게 일을 하고 집에 돌아오자마자 쓰러져 잠에 드는 일상의 반복이었지만 고향에 있는 가족을 생각하며 힘을 냈다.

“통신비 때문에 자주 할 수는 없지만 영상통화로 딸·아들의 얼굴을 보는 것이 정말 큰 힘이 됐죠. 한국에 오기 전보다 살이 오른 아이들 모습 덕에 타국생활의 고됨을 견딜 수 있었어요.”

비닐하우스 시공으로 네팔에 있을 때보다 조금 여유롭게 생계를 꾸릴 수 있었다. 하지만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아이들을 양육하려면 여윳돈이 필요했다. 비닐하우스 시공보다 노동 강도는 세지만 일당이 높은 아파트 건설 현장으로 일자리를 옮겼다. 매일매일 벽돌을 들고 현장을 오르락 내리락 하는 사이 건강했던 몸은 조금씩 삐그덕대기 시작했다. 프르프씨는 여름에 건설현장에 투입됐다. 내리쬐는 햇볕 아래 땀을 흘리다보면 어지럽기 일쑤였다. 잠시라도 쉬는 것이 반장 눈에 띄면 독하게 일을 시키기에 부지런히 몸을 움직여야 했다. 너무 열심히 한 것이 탈이었다. 고열과 통증으로 더 이상 현장에 나갈 수 없게 됐다. 낙천적인 성격의 프르프씨는 몸을 추스릴 틈도 없이 다시 일을 찾아 나섰다. 다행히 스티로폼 공장에 취직할 수 있었다. 건설일이 너무 힘들었던 탓일까 계속 살이 빠졌다. 소화도 잘 되지 않아 먹는 것도 쉽지 않았다. 최근 석달 사이 10kg이 빠졌다. 몸에 힘이 잘 들어가지 않는 것 외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었기에 그날 아침에도 공장에 나갔다. 점심을 먹고 오후작업을 시작하려는데 가슴에 걸린 밥이 내려가지 않았다. 구토와 경련이 심하게 일어나 근처 병원으로 갔다. 응급조치는 취했지만 병원에서는 단순한 탈수증이 아니라며 큰 병원으로 갈 것을 권했다. 병원을 옮겨 검사를 받고 결과를 받아든 프르프씨는 절망했다. ‘승모판 및 대동맥판막장애’ ‘상세불명의 급성 심내막염’ 등 지금의 심장으로는 당장 살기 어렵다고 했다. 바로 수술에 들어갔다. 그의 심장은 이제 인공판막으로 작동한다. 더 이상 무리하게 일할 수 없다. 갑작스러운 수술로 1000만원이 넘게 나온 병원비가 그를 압박하지만 가족을 생각하며 다시금 힘을 낸다.

“숙소가 없어 한국의 네팔 법당에서 지내고 있어요. 태어날 때부터 불자로 살았기에 매일 부처님 께 기도드리고 있어요. 조금이라도 빨리 몸을 회복해 일을 할 수 있게 해 달라고요.” 모금계좌 농협 301-0189-0372-01 (사)일일시호일. 02)725-7014

조장희 기자 banya@beopbo.com
 

[1410호 / 2017년 10월 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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