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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삼생(三生)을 태우는 집착의 불

기자명 김성순

비구 파계 권한 죄로 떨어지는 지옥

대초열지옥은 음행이나, 비구에게 파계를 권한 죄가 업인이 되어 떨어지는 대지옥이기 때문에 그 고통상도 다양하지만 지면상 다 적을 수 없어서 특징적인 것만 옮겨보기로 하겠다. 중유에서 불타는 업풍에 쏘이며 고통 받던 죄인은 마침내 대초열지옥의 근본지옥에서 하나하나의 별처지옥으로 옮겨가게 되는데, 그 첫 번째가 ‘일체방초열처(一切方焦熱處)’라고 불리는 곳이다. 중유에 있을 적에는 온 지옥이 불에 타는 것을 보면서도 몸 속 기관까지 추위에 얼어 벌벌 떨리는 현상에 시달리지만 일단 지옥에 들어오면 불구덩이 속에 떨어져 다 타게 된다.

비명 지르며 팡팡 튀던 죄인
다시 불구덩이 빨려들어 가
가족과 지인에 대한 애착도
악업이 되어 후생까지 고통

그렇게 타고 나면 또 다시 새로운 몸이 생겨서 끊임없이 고통을 반복하다가 금강의 불판에 떨어지게 되는데, 이것은 트램폴린 뛰는 모습을 상상하면 될 것 같다. 죄인은 불땅에 떨어지면서 팔을 휘젓다가 바닥에 닿으면 마치 고무공이 튀듯 다시 뛰어오르게 된다. 이렇게 비명을 지르면서 공중과 땅바닥 사이를 팡팡 튀어 오르던 죄인은 어느 순간엔가 다시 불구덩이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또한 삿된 음행을 저지른 죄로 이 대초열지옥에 떨어진 죄인들의 눈에 전생에 알던 여인들이 나타나 울면서 구해달라고 하소연하기도 한다. 그런 상은 전생의 업력으로 인해 나타나게 되는 것이며, 잿물의 강에서 허우적대는 그 여인들을 구하러 뛰어드는 것 역시 악업의 어리석음 때문이다. 잿물 속의 그 여인을 구하려고 안는 순간에 이미 죄인의 몸은 부서지고, 그 여자의 몸 역시 날카로운 쇠손톱을 가진 뜨거운 쇠로 변하게 된다. 하지만 죄인은 그렇게 부서졌다가 다시 살아나서도 여전히 남아 있는 집착으로 인해 그 여인을 향해 달려들었다가 부서지는 고통을 끝없이 되풀이하게 된다.

다음 ‘대신악후가외지처(大身惡吼可畏之處)’는 지옥의 열과 고통에 의한 갈증에 시달리던 죄인이 간신히 빠져나와  연못을 발견하고 벌컥벌컥 들이킨 시원한 물이 바로 고통과 직결되는 별처지옥이다. 그 연못의 상 역시 죄인의 업력에 의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그가 마신 물은 바로 납이 녹은 용액이었으며, 그 안에는 아주 미세한 벌레들이 살고 있다. 그 벌레들은 뱃속에서 커다란 뱀으로 자라게 되어 몸 속 기관들을 하나하나 물어뜯으며, 마침내 전생에 거짓으로 남을 속였던 죄인의 혓바닥을 깨문다.

다음 화계처(火髻處)는 뜨겁게 달 구어진 불모래가 공중에서 내려와 지 옥중생들을 태우고 굽는 별처지옥이 다. 그 밖에 내비열처(内沸熱處), 우사 화처(雨沙火處) 타타타제처(吒吒吒嚌 處), 보수일체자생고뇌처(普受一切資 生苦惱處) 비다라니처(鞞多羅尼處), 무간암처(無間闇處), 고만처(苦鬘處), 우루만두수처(雨縷鬘抖擻處), 만괴오 처(鬘塊烏處), 비고후처(悲苦吼處) 등 의 별처지옥 역시 대초열지옥의 뜨거 운 열기, 날카로운 금속, 사나운 지옥 짐승, 납이 녹은 물 등으로 인해 고통 을 겪는 곳들이다.

다음 대비처(大悲處)는 사견을 강변했던 업이 원인이 되어 떨어지는 별처지옥으로서 생전의 가족이나 지인 등에 대한 집착과 애정이 고통으로 변하게 되는 별처지옥이라 할 수 있다. 죄인은 전생에 자신이 사랑했던 이들이 이곳 지옥에서 굽고, 태워지는 모습을 눈앞에서 보게 되며, 이들을 구하기 위해 뛰어들었다가 함께 타서 부서지게 된다. 그가 품고 있는 근심과 슬픔으로 인해 지옥의 불이 몇 배로 더 뜨거워져서 자신에게 고통으로 가해지는 것을 체험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사람에 대한 애정이 그렇듯이, 사견에 대한 집착 역시 악업이 되어 후생의 고통이 될 뿐이라는 경고일 것이다. 그 고통상을 보고 지옥의 옥졸은 다음과 같이 게송을 읊는다.

저 천상은 탐욕의 불에 타고
저 축생은 분노의 불에 타며
이 지옥은 우치(愚癡)의 불에 타지만
사랑의 불은 세 세계를 다 태운다.

김성순 서울대 종교문제연구소 연구원 shui1@naver.com
 

[1410호 / 2017년 10월 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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