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8. 신데렐라 ⑤

기자명 김권태

신데렐라는 ‘나’와 ‘법’의 집착서 벗어났다

아들, 딸 낳고 왕자님과 행복하게 살던 신데렐라에게 그만 심각한 우울증이 생겼다. 상담실에 예약을 하고 찾아갔더니, 약속시간보다 빨리 온 걸 보니 ‘불안’이 좀 심한 것 같다고 말한다. 그래 다음날은 약속시간을 정확하게 맞춰 방문했더니, 알고 보니 ‘강박’이 더 심한 것 같다고 말한다. 그 다음날은 차가 막혀 약속시간 보다 조금 늦게 도착했더니, 상담자에게 적대적인 태도가 있으며 ‘부인 방어’를 주요 방어기제로 쓰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내담자를 섣불리 판단하고 평가함을 경계하는 상담실의 오랜 농담이다.

하나의 증상에 대한 다른 처방
부처님 비유법 듣고 혼란 벗어나
내담자 섣불리 판단해서는 안돼

상담실을 대표하는 세 명의 전문가가 각기 자기의 견해에 맞춰 신데렐라를 진단했다.

인지치료사가 말했다. “공주님의 우울은 비합리적 신념과 역기능적 사고에 기인한 것으로 보입니다. 평소의 자동적 사고 패턴을 찾아내 문제적 사고를 조정해야 합니다.”

정신분석가가 말했다. “공주님의 생애 초기 기억과 주요 인물들, 그리고 반복되는 꿈을 분석해 봐야합니다. 그래서 핵심감정을 이루고 있는 억압된 무의식과 분열된 무의식을 찾아내 그것을 의식화하고 새롭게 정신을 구조화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행동수정전문가가 말했다. “공주님의 우울은 잘못된 학습으로 생겨난 정서반응으로 보입니다. 단계적 둔감화와 반복된 행동조성으로 바람직한 행동을 강화해야 합니다.”

하나의 증상에 대한 이해와 처방이 서로 다른 관점과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신데렐라는 너무나 혼란스러운 나머지 부처님을 찾아가 괴로움을 토로했다. 부처님은 묵묵히 신데렐라의 이야기를 듣다가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이 세상 모든 것들은 꿈과 같고 환과 같고 물거품과 같고 그림자와 같으며, 이슬과 같고 또한 번갯불과 같으니 마땅히 이와 같이 보아야 합니다.(一切有爲法 如夢幻泡影 如露亦如電 應作如是觀)”

부처님이 이어 말씀하셨다.

“그대는 지금 중병에 걸려있는데, 그것은 몸의 병입니까, 마음의 병입니까? 만일 몸의 병이라면, 몸은 지수화풍(地水火風) 네 가지 요소가 잠시 모여서 된 것이니 그 앓는 자는 누구입니까? 만일 마음의 병이라면 마음은 수상행식(受想行識) 네 가지 요소가 잠시 모여서 된 것이니 그 앓는 자는 또 누구입니까? 이 고통은 어디서 왔으며, 이 고통은 무엇입니까?”

신데렐라는 부처님 말씀을 경청하며 자신의 괴로움을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그 괴로움이 ‘오온’을 ‘나’라고 여기는 집착과 착각에서 비롯됨을 알아차렸다.

“이 세계에는 하나의 태양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 세계가 1000개 모인 것을 소천세계라고 하고, 소천세계가 1000개 모인 것을 중천세계라고 하며, 중천세계가 1000개 모인 것을 대천세계라고 합니다. 이를 통틀어 삼천대천세계(三千大千世界)라고 하며, 이러한 삼천대천세계가 갠지스강의 모래알만큼이나 많이 있습니다.”

신데렐라는 부처님 말씀을 경청하며 ‘나’와 ‘공간’에 대한 집착과 착각에서 벗어났다.

“이 세계는 생겼다 머물렀다 무너졌다 사라집니다. 이것을 통틀어 겁(劫)이라고 합니다. 사방 40리 되는 바위를 천녀가 100년에 한 번 내려와 옷깃으로 스쳐서 마침내 바위가 다 닳아 없어지는 시간입니다. 이 세계는 이러한 성주괴공(成住壞空)의 일을 갠지스강의 모래알만큼이나 많이 반복해 왔습니다.”

신데렐라는 부처님 말씀을 경청하며 ‘나’와 ‘시간’에 대한 집착과 착각에서 벗어났다.

“비문증(飛蚊症)이라는 눈병이 있습니다. 투명하게 반짝이는 모기들이 눈앞에 날아다니는 듯한 증상입니다. 하지만 이 눈병이 나으면 눈앞의 모기들은 모두 사라지게 됩니다. 우리가 실재한다고 생각하는 주관과 객관, 선악과 시비, 생사와 고락 등은 다만 이 모기의 일들과 같습니다.” 

신데렐라는 부처님 말씀을 경청하며 ‘나’와 ‘법’에 대한 집착과 착각에서 벗어났다.

김권태 동대부중 교법사 munsachul@naver.com

[1410호 / 2017년 10월 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