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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역단 NGO사단지원팀 이영식-상

기자명 이영식

삶은 지혜롭게, 마음은 자비롭게 지금 여기 붓다로

▲ 71·지운
시작은 개인적인 부분이었다.

독실한 아내의 기도 외호
정년퇴임 뒤에 깊은 불연
군법당에서 첫 전법 활동

낙타가 바늘구멍을 뚫고 들어갈 만큼 어렵다고 했던 직장 승진고시를 준비하면서 불연이 손을 내밀었다. 독실한 불자였던 아내는 원을 이루는데 도움이 되니 무조건 외우라며 수첩 하나를 건넸다. 독송본 ‘금강경’이었다. 승진시험 준비로 바빴지만 틈나는 대로 읽었다. 무슨 뜻인지도 몰랐지만 열심히 읽었다. 이게 도움이 됐는지 안 됐는지 알 수 없지만 몇 차례 고배를 마신 뒤 승진시험에 합격해 간부가 됐다. 아내가 기도하러 가는 남해 보리암이나 팔공산 갓바위, 설악산 봉정암에도 운전기사 겸 보디가드로 그냥 동행 역할만 했었다.

정년퇴임 후에야 불연이 성큼 다가왔다. 아내 권유로 서울 조계사에서 기본교육을 이수하고 통도사불교대학을 졸업했다. 내친 김에 포교사 품수를 받고 2016년 법주사에서 봉행된 팔재계실천대법회에서 전문포교사 품수도 받았다. 처음 배치 받은 현장은 제53사단 좌삼부대 군포교 지국천팀이었다. 놀랍게도 당시 부대는 46년 전 군복무를 했던 곳이었다. 60중반을 넘은 나이에 부처님 법을 전하는 포교사로서 다시 방문하게 되리라곤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일이다. 인연의 오묘함을 느끼며 전법현장에 발을 디딘 것이다.

부처님이 인도했다는 확신이 들었다. 팀원은 19명이었지만 활동 인원은 10여명에 불과했다. 대중교통편이 거의 없었고 양산시 외곽에 위치해 접근하기 쉽지 않았던 탓이기도 했다. 교회와 호국백일사가 경쟁 관계에 놓였다.

법회를 마친 장병들이 기다리는 점심 메뉴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장병들 점심과 불전에 올리는 공양물, 간식준비는 포교사들 호주머니에서 나오는 시주가 전부였다. 장병들 기호에 맞춰 충분히 준비하기란 늘 형편이 여의치 않았다.

법회가 열리기 전 참석 장병과 포교사 인원, 먹고 싶은 점심메뉴를 파악해 부대 인근 식당에 주문을 넣는다. 항상 주문하진 않는다. 아들에게 먹이는 것과 같이 정성으로 마련한 반찬과 밥, 국을 주로 포교사들이 직접 준비한다. 장병들이 고기가 너무 먹고 싶다고 하면 풍성한 쌈 채소와 양념으로 숙성시킨 불고기를 실컷 먹을 만큼 마련하기도 한다. 이런 날엔 장병들이 어린애처럼 웃고 그렇게 즐거워한다. 그저 흐뭇하고 잘 먹어주는 장병들이 고맙고 대견할 뿐이다.

하지만 법회에 소요되는 경비는 큰 고민거리 중 하나다. 월 1만5000원 단비를 내고 팀활동비로 1만원 이상을 시주해야 한다. 매년 열리는 행복바라미 모금에도 포교사들은 마음을 보탠다. 그러다보니 의욕이 상실되는 몇몇 사례를 보기도 한다. 사비 털어 전법하는 포교사들 신심이야 말할 것도 없다. 오로지 수승한 부처님 가르침 전하려는 마음도 가끔 힘에 부친다. 경제적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종단 차원 대책이 아쉽다.

그럼에도 열과 성을 다했다. 예불과 ‘반야심경’ ‘천수경’도 의례집전 능력 평준화를 위해 윤번제로 시행하고, 개정된 조계종 표준의례에 의거해 한글의례를 진행하는 등 법회 분위기를 일신했다.

휴일인 일요일에도 가정사나 개인사를 뒤로 미뤘다. 새벽부터 준비해 군법당으로 향했다. 새벽 4시30분에 일어나 서재에서 예불을 올렸다. 칠정례, ‘반야심경’ 봉독, 이산혜연선사발원문 봉독, ‘화엄경’ 약찬게, 법성게를 목탁에 맞춰 봉독하고 ‘천수경’ ‘금강경’을 독송하고 나면 날이 밝아온다. 아침 한 술로 허기진 배를 달래고 군부대를 향해 차를 달리곤 했다.

부대에 도착해 위병소에서 신분증 검사를 받는다. 비표 받아 영내로 진입하면 당직 사관실에서 열쇠를 받아 법당 문을 연다. 조촐하게 법당 불전을 준비해 온 공양물을 올리고 상단 불보살에 경건한 마음으로 삼배 올린다.

장병들 불심이 새록새록 그 싹을 틔우기를 간절히 기원하면서….

이영식 부산지역단 NGO사단지원팀 ysslee1048@hanmail.net
 

[1410호 / 2017년 10월 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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