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도 대원선재어린이합창단
늦게 출범했음에도 청출어람
스님·불자 신심으로 급성장
이제는 순회공연 발길 늘어
말로 먼저 배우고 뜻을 이해하는 일이 너무나 많은 것 같다. 어느 스님이 한참 깨달음을 찬탄하는 법문을 하고 있는데 누군가 갑자기 튀어나와 예의 없이 불쑥 말했다.
“스님은 깨달아 봤어요?”
질문이 아니라 시비라는 걸 바로 알 수 있는 분위기였다. 답은 없다. 깨달았다고 하면 그걸 따지고 들고 아니라면 깨닫지도 못했으면서 함부로 그 경지를 얘기한다고 말다툼 하려 할 게 뻔한 질문이다.
많은 상황에 있어 실제보다 언어가 먼저 일 때가 다반사다. 하지만 말을 익히고 그 상황에 맞닥뜨리면 정말 오랫동안 꿈꾸어온 여행지에 발을 디딘 듯 기쁘고 즐거울 때가 많다. 영도 대원사에서 약천사 리틀붓다어린이합창단을 따라 합창단을 결성하겠다고 처음 말했을 때 정말 우리들 일 같이 생각하며 뭔가 도울게 없을까 애써 주었다. 대원사 주지 담화림 스님의 열정과 부산 불자들의 신심으로 급성장을 이루더니 창립 첫해부터 여러 곳을 다니면서 공연하기도 하고 자체적인 활동도 멋지게 꾸려나갔다.
작년에는 전국 천진불어린이합창단연합회를 구성하여 함께 공연 하였을 때는 전국 어디에 나가도 조금의 손색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어느 모임이나 기업이건 간에 잘 되는 곳은 잘 되는 이유가 한 없이 많고 안 되는 곳은 안 되는 이유가 한 없이 많은 법이다.
부산 영도 대원선재어린이합창단은 잘 될 수 있는 수많은 이유를 가지고 있고 정말 찬사가 아깝지 않을 정도다. 지난 주말 대원사는 자기 절 신도들을 위해 작은 공연을 가졌다. 합창단뿐만 아니라 대금반과 기타 연주반까지 열어 연습하고 무대에 올라 공연을 하니 합창제가 아니라 대원문화제라고 해야 할 것 같았다.
지난해부터 함께 공연도 하고 정기공연에 서로 교류하며 참가도 하면서 몇 번 보았다고 단원들은 우리 리틀붓다처럼 달려와 인사하고 사진을 찍는다. 친근하기가 우리 절 단원들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정말 어린이들의 마음은 때 묻지 않은 하얀 백지와 같아서 누군가가 무엇을 그려주면 그려주는대로 그 모습을 나타낸다. 이토록 순박한 어린 아이들에게 아름다운 부처님 나라를 그려준다면 그 아름다움 속에서 일생 행복을 엮어나가지 않을까?
출가 스님이거나 재가 불자들을 막론하고 어린 불자들에게 보다 많은 관심을 가지고 함께 이끌어 주어야 한다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우리들의 의무라고 생각된다. 대원선재어린이 합창단의 공연을 보면서 다시 한 번 청어람의 문구가 떠올려지는 것은 단순한 감정의 느낌만이 아닌 것 같았다. 다시 한 번 우리 리틀붓다도 람색의 짙은 깊이를 세상을 향해 더 푸른 빛으로 나투어야 할 것 같다. 형만한 아우 없다는 것을 당당히 보여주어야 할 텐데 함께 경쟁하며 발전해 나아가니 가을 들판을 바라보는 맘보다 더 뿌듯하다.
성원 스님 sw0808@yahoo.com
[1410호 / 2017년 10월 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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