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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집은 이제 그만

기자명 원빈 스님
  • 세심청심
  • 입력 2017.10.02 12:01
  • 수정 2017.10.02 12:03
  • 댓글 3

불교에서 성인과 범부의 차이는
무아로 삶의 자유 성취하는 정도
고집에 사로잡히면 '독불장군'

불교에서 성인과 범부의 차이는 의외로 간단합니다. 무아(無我)에 대한 앎이 생기기 시작하면 그는 성인으로 분류됩니다. 하지만 꿈에도 무아를 모를 때는 범부라고 부르죠. 이것은 지식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무아로 삶의 자유를 성취하는 정도를 말하는 것입니다. 더 간단하게 구분해보자면 ‘나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워졌는가?’ 이것이 성인을 구분하는 척도입니다.

아라한이라는 존재는 다른 이름으로 무학(無學)이라 불립니다. 더 이상 무아에 대해서 배울 것이 없다는 뜻이죠. 즉, 나로부터 온전히 자유로워졌다는 것입니다. 범부를 자유롭지 못하게 묶고 있는 족쇄를 번뇌라고 부르는데 이 번뇌도 끊어지는데 어느 정도 순서가 있다고 합니다.

흥미로운 족쇄는 바로 만(慢)인데 이것은 마지막 아라한이 될 때 끊어지는 번뇌라고 하니 매우 미세하고 근본적입니다. 만은 흔히 자만, 교만 등으로 쓰이는데 그 작용을 보면 비교하는 마음입니다.

이 비교하는 마음은 성인의 마지막 단계인 아라한이 되기 전까지 끊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이 매우 놀랍기도 하지만 한편 안심이 되기도 합니다. 우리는 흔히 이렇게 말합니다.

“남과 비교하는 것은 행복에 도움이 되지 않으니 비교하지 말라.”

말은 참 쉽죠. 이 말이 틀렸다는 것이 아니라 매우 어렵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인간이란 세상을 인식할 때 항상 비교를 하는 성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네덜란드의 심리학자 디데릭 스테이플은 이와 유사한 실험 하나를 진행했습니다. 두 그룹의 대학생을 컴퓨터 앞에 앉혀 놓고 모니터 정중앙을 집중해서 보도록 요구했습니다. 화면의 어느 위치에서 뭔가가 빠르게 나타나도록 설정해놓고 그것이 만약 왼쪽에 나타난다면 Q자판을, 오른쪽에 나타나면 P자판을 누르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화면에 나타나는 그것이 무엇인지는 말하지 않았죠.

절반의 학생들에게 나타난 것은 아인슈타인 사진이었고, 나머지 학생에게는 광대 사진이 나타났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실제로 학생들에게 그 사진이 나타난 시간은 오직 0.11초였을 뿐이라는 점이죠. 학생들은 사실상 그 사진을 정확하게 분별할 수 있는 인지능력이 없었기 때문에 사진에 대해서 판단할 수 없었습니다.

이런 실험을 반복한 후 학생들 스스로에게 자신이 얼마나 똑똑하다고 느껴지는지를 7점 만점으로 자가평가 하도록 시켰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한 그룹은 평균 5.79의 평점을 다른 그룹은 평균 5.00의 평점이 매겨졌습니다. 7점 만점에 0.79의 차이는 매우 큰 점수죠. 어떤 그룹이 스스로를 더 똑똑하다고 평가했을까요?

광대의 사진을 본 학생들은 스스로를 5.79로 평가했습니다. 아인슈타인 팀은 5.00이었죠. 정말 놀랍지 않나요? 우리들의 의식에서는 이 사진을 정확히 판단하지 못했기 때문에 비교할 거리가 없다고 느껴질지 몰라도, 무의식은 0.11초 사이에 대상을 인지하고 대상과 자신을 비교한 것입니다.

우리는 지나치게 자신의 감각과 판단 그리고 생각을 신뢰합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비교를 통해서 나온 결과값입니다. 상황과 조건이 변화함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할 수밖에 없는 정보라는 뜻입니다.

폭류와 같은 마음의 흐름을 붙잡고 이것이 진실이라고 우기는 것은 유치한 일입니다. 상황이 바뀌었고, 조건이 달라졌는데 어떻게 똑같은 결론을 유추할 수 있을까요? 그것은 진실이라기보다는 고집에 가깝습니다.

▲ 원빈 스님
내 생각이 옳다는 고집에 사로잡히는 순간 우리는 독불장군으로 변모를 시작합니다. 다른 사람 생각은 다 틀렸다고 때 쓰고 우기는데 과연 그 사람을 누가 품어줄까요? 외롭기만 할까요? 오판으로 인한 다양한 손해도 많이 생길 것입니다. 이렇게까지 하면서 오답을 정답이라고 우길 필요가 있을까요? 이제 자기기만을 그만두죠. 스스로 고집피우고 있다는 것을 인지할 때마다 자신에게 이렇게 말해주시길.

“고집? 이제 그만!”

원빈 스님 행복명상 지도법사 cckensin@hanmail.net
 

 

[1410호 / 2017년 10월 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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