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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국가 내 불교탄압 거세지고 있다”

  • 인터뷰
  • 입력 2017.10.08 19:42
  • 수정 2017.10.09 14:36
  • 댓글 4

[단독인터뷰]줌머인 실태 알리는 프라즈나난다 스님

 

▲ 프라즈나난다 스님

“방글라데시 정권이 줌머족에게 행하고 있는 인권 침해를 멈출 수 있는 행동을 요청 드립니다. 로힝야족 탄압을 빌미로 방글라데시 내 불교 탄압 특히 줌머족에 대한 탄압이 더욱 심해지고 있습니다. 현지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치타공 산악지대를 방문하거나 방글라데시 총리에게 성명서를 보내는 등의 국제적 행동은 정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최근 미얀마 로힝야 문제의 영향으로 방글라데시에서 한층 심해지고 있는 줌머족의 탄압을 알리기 위해 한국에 방문한 바노풀 아디 바시 그린 하트 대학 설립자 프라즈나난다 스님(66)은 최근 법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사회와 불교계의 관심을 간절히 당부했다. 미얀마의 로힝야족 탄압은 이슬람권의 대대적인 여론전에 힘입어 전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지만 이슬람국가인 방글라데시의 소수민족인 줌머족은 지속적인 탄압을 받고 있음에도 큰 관심을 못 받고 있다는 것이다.

방글라데시 줌머족 인권침해
로힝야 탄압 빌미 불교 탄압
방화 등으로 삶 터전 빼앗겨

한국 내 줌머인 공동체 줌머인연대(대표 차크마 보디 프리요)에 따르면 6월2일에는 치타공 산악지대 랑가마티힐 지역에서 뱅갈족이 줌머인 마을을 약탈하고 공격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 사건으로 250채 이상의 주택이 전소됐고 7000여명의 줌머인이 삶의 터전을 잃었다. 앞서 1989년 같은 지역에서 1011채의 주택이 방화로 전소됐고 줌머인 32명이 사망했다. 미얀마 로힝야 문제를 빌미로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의 줌머족 학교가 경고위협을 받는 일도 있었다. 스님은 “이번에 한국 방문을 위해 다카에 머무를 때, 동료 스님에게 뱅갈족들이 불교도들은 여기서 살 권리가 없다며 붙잡으려 했다”고 전했다.

▲ 6월2일 치타공 산악지대의 랑가마티힐 지역에서 뱅갈족이 줌머인 마을을 약탈하고 공격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이번 사건으로 250채 이상의 주택이 전소됐고 7000여명의 줌머인이 삶의 터전을 잃었다. 9월22일 진행된 세미나에서 줌머활동가는 "줌머족은 정부군과 경찰의 지원으로 이루어진 화재와 방화라고 생각해 정부가 지원하는 구호물품은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재한줌머인연대 제공.
▲ 방글라데시 카그하차리 지역에 위치한 케다차라 사원 주지 비나 락시 스님이 9월6일 뱅갈족 이슬람극단주의자들에게 구타당했다. 재한줌머인연대 제공.

줌머족은 방글라데시 치타공 산악지대에 밀집해 살고 있는 선주민으로 방글라데시 인구의 0.4%인 65만명이다. 민족 전통에 따라 대부분 불교를 종교로 갖고 있지만 이로 인해 방글라데시 인구의 98%차지하는 벵갈인들에게 탄압의 대상이 돼왔다.

스님은 탄압의 근본적인 이유로 영토문제를 꼽았다. 2015년 세계은행 자료에 따르면 방글라데시 인구는 1㎢당 1237명으로 (도시국가, 섬국가 제외) 인구밀도가 세계 1위다.

“과거 줌머인들은 방글라데시와 힘을 합해 파키스탄으로부터 독립했습니다. 자치권을 약속했던 방글라데시는 1971년 독립 후 오히려 치타공 지역에 군대를 주둔하고 뱅갈인들을 이주시켜 우리의 터전을 빼앗았습니다. 폭발적인 인구증가 때문입니다. 치타공은 불교 지역이었지만 뱅갈족들이 장악해 여기저기에 이슬람 사원을 세웠습니다.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은 불교도들이 이슬람교로 개종하는 것을 원해 줌머 마을을 방화하거나 줌머 여성들을 납치해 성폭행하는 등 말할 수 없는 인권탄압을 자행하고 있습니다.”

방글라데시의 줌머족 탄압은 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979년 방글라데시 정부가 뱅갈인 50만명 이상을 강제 이주시키면서 시작된 줌머인 민족말살정책은 40여년이 다돼가는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1977~1979년 치타공 산악지대로 이주한 벵갈인 40만명과 군인 10만명은 줌머족에 방화, 학살, 폭행, 약탈 등을 무차별 자행했다. 무차별 학살 등 인권침해는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고 대대로 살던 토지를 빼앗겨 난민이 되거나 핍박을 견디지 못하고 고향을 떠나는 이들이 생겼다. 줌머족은 각종 불법 행위와 탄압에 저항했고 방글라데시 군대가 개입하면서 상황은 극으로 치달았다. 결국 1997년 방글라데시 정부와 줌머족은 ‘치타공 산악지대 평화협정’을 체결했다.

하지만 평화협정 역시 무용지물이었다. 방글라데시 정부는 여전히 줌머족의 자치권 보장은커녕 협정 체결 20년이 지나도록 인권침해, 학살, 폭행, 방화 등을 자행하고 있다. 스님에 따르면 최근 방글라데시 정부는 치타공 지역으로의 로힝야족 이주를 지원하고 있다. 로힝야족이 밀집돼있는 미얀마 라카인 지역과 방글라데시 치타공 지역은 인접해 있는 데다 로힝야족은 치타공지역의 뱅갈족과 민족, 종교적으로 유사한 점이 많은 것을 이유로 꼽았다.

탄압 속에서도 불교에 귀의
“교육은 평화 실천위한 방편”

그럼에도 줌머인들이 이들에게 평화적으로 대응하는 이유는 불자로서의 정체성이 명확하기 때문이다. 스님은 “줌머인들은 석가족의 후예로 부처님의 피가 우리 몸에 흐르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때문에 모든 줌머인들에게는 부처님 가르침을 수호해야하는 의무가 있다. 아무리 탄압하더라도 불교에 귀의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스님은 방글라데시에서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실천으로 학교를 설립하고 교육을 제공했다. 1974년 치타공 산악지대에 모노갈 고아원을 세우고 줌머족에게 기본교육과 기술교육을 실시했다. 1980년에는 고아와 빈곤한 아이들에게 현대교육과 불교교육을 제공하는 고등학교를 설립했다. 2004년에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에 다양한 종교, 문화의 조화를 교육하기 위한 바노풀 아디 바시 그린 하트 대학을 세웠다. 스님은 “교육은 인간적인 삶을 영위하기 위해 매우 중요하다”며 “줌머족에게 교육은 세계 어디서나 살아갈 수 있는 자원을 얻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프라즈나난다 스님은 1965년 파르바티 차탈부다 아나 아쉬람으로 출가해 1968년 비구계를 받았다. 1978년 치타공대학에서 벵골문학 학사, 1980년 다카대학교에서 팔리문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1978~1988년 치타공 산악지대의 가장 오래된 불교이자 최고 승가위원회인 단체인 파르바티야 비구 상가 사무총장을, 2011~2014년 같은 단체 대표를 역임했다. 1987~1995년, 1998~2013년 방글라데시 다카의 NGO 파르바티야 부다 상가의 대표를 역임하고 현재 반풀아디바시교육재단 회장이며 반풀아디바시그린하트컬리지 학장직을 맡고 있다.

▲ 재한줌머인연대는 불교국제개발구호NGO 로터스월드와 함께 9월22일 “인권세미나-줌머인 활동가와의 만남”을 진행하고 현지 줌머인의 실태를 알렸다.

한편 프라즈나난다 스님을 초대한 재한줌머인연대는 불교국제개발구호NGO 로터스월드와 함께 9월22일 김포시외국인주민지원센터 강당에서 “인권세미나-줌머인 활동가와의 만남”을 진행했다. 조계종 총무원 사회부의 후원과 김포시외국인지원센터, 김포이주민센터의 협력으로 이뤄진 세미나에는 시민 50여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현지에서 온 두 활동가와의 대화를 통해 현지 줌머족 상황을 공유하고 한국 사회에서 그들의 인권 보호를 위한 방안들을 함께 모색했다.

조장희 기자 banya@beopbo.com 

[1411호 / 2017년 10월 1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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