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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영 칼럼- 미국 대통령 선거 '혼선'을 보는 시각

기자명 연기영

法治, 이번에도 미국을 지탱해낼까?

"정치적 공방과 함께 차분한 법률적인 대응을 하는 모습은 미국을 지탱하는‘법의 지배’를 실감하게 한다."

21세기의 첫 번째 미국대통령 선거는 끝났지만 당선자 결정에 사상 초유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박빙의 대접전을 치른 선거가 플로리다주의 1차 개표결과 공화당죠지 W 부시 후보와 민주당 엘 고어 후보의 득표차가 근소하여 재검표와 손작업 검를 실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플로리다 주 선거법에 의하면 당선자와 낙선자의 표가 0.5%보다 적으면 투표결과를 재검표하도록 명시돼 있다. 미국언론들이 성급하게 부시의 승리를 보도하면서 고어는 부시에게 당선축하의 전화를 걸었다가 불과40분후에 패배시인을 철회하고 곧바로 대응체제에 돌입하는 드라마를 연출했다.

미국정치 양분화 현상 극치
한편 기표용지 디자인이 비정상적으로 인쇄되어 유권자를 혼란시켜 고어측이19000표 정도를 도둑맞았다는 이유로 일부 선거권자들이 재투표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여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아울러 민주당후보의 이름이 누락된 일부 기표용지, 경찰력의 흑인밀집지역 투표방해 의혹, 교회에 숨겨졌던 미개봉된 투표함의 발견, 부시 후보의 친동생이 플로리다 주지사로 부정선거의혹 등이 공론화 되면서 혼미상태가 장기화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손작업 재검표로 표차가 200여표까지 좁아져서 이러한 의혹들은 점점 더 불거져 나오고 부재자 투표함을 개표하는데 시일이 더 걸릴 것으로 보여 “대혼란”으로 빠져드는 느낌이다.

또한, 국민들 투표에서는 엘고어가 19만표 정도로 부시를 이겼지만, 선거인단이 미대통령을 선출하기 때문에 부시가 당선될 경우 국민들의 불만이 높아질 것이다. 이번 기회에 선거인단에 의한선거제도를 폐지하여야 한다는 주장이 강력히 제기되고 있다. 이 선거인단 제도는 미국건국당시 헌법제정자들이 만들었으며, 대통령의 권한을 제한하고 일반국민들의 동등한 참정권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당시의 주도세력에 의하여 만들어 졌다. 이 제도는 1778년 필라델피아 헌법회의에서 채택된 이래 여러차례 헌법개정을 시도하였으나, 보수주의자들의 반발로 무산되었다.

그러나 누가 백악관의 주인이 되느냐는 결과와는 상관없이 미국의 정치가 팽팽하게 두 쪽으로 분열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미국의 민심이 분열되고, 양당의 당파적 정쟁이 더욱 격화됨으로서 미국사회의 전반에 심각한 후유증을 낳게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번 선거를 계기로 대통령직에 대한 대통령선출방식의 민주성이 논의될 것이며, 정당성과 합법성의 문제를 둘러싸고 심각한 논쟁이 벌어지기도 하였다. 미국의 선거인단 제도가 과연 다수결의 원칙을 기원으로 하는 민주주의 정신에 부합되는가에 관심의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주권자인 국민들의 지지가 높아도 플로리다주에 할당된 선거인단을 획득하지 못할 경우 사실상 대통령이 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미국뿐만이 아니라 세계의 최고권력자로 인정받고 있는 미국대통령이 플로리다 주민의 몇 천표에 의해서 당락이 결정되는 것이 타당한가. 이러한 문제점들은 오랜동안 미국의 정치학계와 정치인들 사이에 많은 토론이 있어 왔다. 그러나 1888년 이후에 이번과 같은 선거결과는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그렇게 심각한 문제로 거론되지는 않았다. 이번 선거를 계기로 이 선거인단 제도에 대한 찬·반론이 강력하게 제기될 것이다.
미국이 아직도 간접선거로 대통령을 선출한다는 것은 민주주의를 철저히 실천하지 않고 있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

선거인단 제도 폐지 움직임
이렇게 대통령 당선결과가 유보되고, 극도의 불안정한 정국이 펼쳐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양당의 후보들이 의연하게 대처하는 모습을 볼 때 미국의 민주주의는 아직도 건강하다고 보여진다. ‘법의 지배’에 의한 위기극복의 슬기로움을 확인할 수 있다.

이번 미국대선에서 주목할 것은 녹색당의 랄프네이더후보의 변수라고 생각된다. 소비자운동의 선구자로서 오랜동안 시민운동가로 활동하여 오다가, 이번에 제3의 당인 ‘녹색당’을 만들어 양당의 팽팽한 대립구도 속에서 케스팅보트를 톡톡히 행사하였다.

부시가 이번 선거에서 승리할 경우, 랄프네이더의 변수가 작용한 결과라고 볼 수밖에 없게 되었다. 네이더후보는 선거과정에서 양당이 내세우고 있는 시장만능의 경제체제와 신 자유주의적인 세계화 정책에 강력히 비판하고 나섰다. 그는 특히 민주당의 진보적 세력을 흡수하고, 민주당의 보수화와 우경화를 비난하면서 미국정치의 새로운 진보적 대안을 제시하였다.

민주당내 참신한 젊은층 유권자들과 진보세력을 규합함으로서 민주당 고어후보를 압박하였다. 그 결과 네이더후보는 대선결과에 엄청난 결과를 미쳤고, 진보적인 제3당의 가능성을 확인해 주었다. 이미 유럽에서는 녹색정당이 환경문제를 중심으로 대안사회를 제시하고 자리를 확고히 잡고 있다. 독일은 이미 사민당과 함께 연립내각을 구성하여 정치중심에 서있다. 우리도 제3의 신선한 진보정당의 출현할 때가 되지 않았는가? 우리의 정당정치를 바라보면 정말 한심한 생각이 든다.

이번 미국대통령선거를 통해서 우리는 민주주의를 다시 한번 배운다. 양진영의 법률가들의 활동이 대단함을 확인할 수 있다. 정치적인 공방과 함께 차분한 법률적인 대응을 하는 모습은 미국을 지탱하는 법의 지배를 실감하게 한다. 이번 선거를 둘러싼 여러 가지 소송에 있어서 신속한 판결이 내려지고 언론들은 성숙한 보도를 통해 여론의 흐름을 주도해 나가는 것을 우리는 보고 있다.


연기영 /동국대법과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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