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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 민영규 선생

기자명 최기준

완벽한 문장 섬세한 표현, 문향(文香) 넘쳐

《예루살렘 입성기》는 일찌기 1965년 9월부터 꼭 두 해에 걸쳐서 서여 민영규선생님께서 `연세춘추'에 연재한 49회분 원고의 전재이다.

이 책은 3부로 구성되어 있다. 베이루트를 떠나면서 사해문서(死海文書)의 쿰란˙엣센 유적을 더듬는데까지의 30회분이 제1부로 주축을 이뤘고, 제2부는 선생님의 심오한 불교사상과 기독교의 진수를 비유한 39회분까지이며, 쿰란 동굴을 거쳐 예루살렘으로 입성하는 밤길의 대화로써 제3부를 마치었다. 이에 덧붙여, 《예루살렘 입성기》가 연재되는 동안, 김찬국˙지동식 두 교수가 이 글을 읽고 쓰신 12회분의 원고도 함께 게재되어 있다.

나는 당시 `연세춘추'주간으로 선생님의 글을 얻을 양으로 한 해의 삼복을 온통 원고청탁으로 보낸 일이 있다. 주위에서 지켜보던 몇몇 분들은 아예 단념하기를 권하기도 하였다. 그도 그럴사 한 것이, 한번의 잡문도 쓰시지 않으신 선생님께서 시속(時俗)의 연재물을 청탁하기란 그리 쉬운 일은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끝내는 나의 간청에 선생님께서 아량을 베푸셨음인지, 선생님의 구상 계산이 이미 서셨음인지는 모르나, 10회 정도의 기행문을 주시겠다는 힘겨운 약속을 얻어낸 것은, 그 해 말복도 지난 때라고 짐작되어 진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이로 인연하여 선생님께서 《예루살렘 입성기》를 완성하는 계기를 이룬 것만은 틀림 없는 사실이다.

서여 민영규선생님은 우리나라 불교학의 대두시요, 동양사학의 대가시요, 한국서지학의 제일인자이시다. 이미 학계에서 중후한 권위자로 존중받아 오는 터에, 더욱이 완벽한 표현에 섬세한 문장으로 그 성가를 지녀오고 있는 터라, 모처럼 선생님의 다듬어진 글을 읽을 기회를 얻은 기쁨은 대단했지만, 이 글의 연재가 거듭됨에 따라 조예 깊은 지식과 풍부한 표현으로 짙은 문향(文香)을 맛보게 되매, 독자의 회자됨이 더욱 높았다. 그에 따라, 선생님의 열정과 고심과 그리고 정성이 글자 한자 한자에 어려짐을 보고 나서야 짐짓 선생님의 야심이 어디에 있었던가를 느낄 수 있었다.

일찍이 에르네스뜨 르낭이 훼니키아 고적답사의 한 결실로 불후의 명작《예수의 생애》를 집필한 것은 1863년 여름의 일이다. 그로부터 1백년이 지난 1964년 봄에 선생님께서 예루살렘 성지를 답사한 결실로 이 원고를 집필한 것은 결코 우연의 일치만은 아닌 역사적 필연성의 작용인지도 모른다.

불교사상의 축적과 기독교문화의 이해로써 동서문화의 해박한 지식을 구사하여 엮은 이 《예루살렘 입성기》가 다시 이제로부터 1백년 뒤엔 어떤 역사적 이적이 나타나게 될 것인지는 혹시 선생님께서나 짐작하시게 되리라 믿어질 뿐이다. 다만 우리로서는 이 글을 책으로 읽을 수 있는 기회를 얻게된 것을 퍽이나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최기준 (연세유업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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