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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총무원장의 수난사

총무원장 임기 평균 18개월
채 1년 못 채운 경우도 50%
불교계 낮은 위상 잘 드러나

말도 탈도 많았던 조계종 제35대 총무원장 선거가 설정 스님 당선으로 막을 내렸다. 10월18일 조계종 최고 의결기구인 원로회의 인준과정을 거치면 설정 스님은 오는 10월31일부터 2021년 10월30일까지 4년간 총무원장직을 수행하게 된다.

조계종 종정이 법의 상징이라면 총무원장은 조계종의 행정을 총괄하는 수반이다. 전국 사찰 주지 임명권을 비롯해 사찰 재산 감독 및 처분권을 갖는다. 또 조계종은 물론 천태종, 진각종, 관음종 등 30여 개 종단이 가입해 활동하는 한국불교종단협의회 당연직 회장도 맡는다.

막대한 권한을 지닌 총무원장은 선망의 자리일 수는 있지만 존경받기는 쉽지 않다. 수많은 이해관계가 모이고 그 결정의 최종 결정권자가 총무원장이기 때문이다. 총무원장의 결정과 행보에 따라 찬사와 원망이 뒤따르고는 한다. 때로는 강력한 저항에 직면하거나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에 물러나는 사례들도 적지 않다. 역대 총무원장들 재임 기간을 살펴보면 이 같은 사실이 여실히 드러난다.

1962년 4월11일, 조계종 통합종단이 출범하고 현재 34대에 걸쳐 총무원장직을 이어오고 있다. 이 중 서울 칠보사 조실이었던 석주 스님이 3회, 청담, 경산, 영암, 월주, 의현, 자승 스님이 2번씩 맡았으므로, 지금까지 27명이 총무원장직을 수행한 셈이다. 또 통합종단 출범 이후 65년 6개월 동안 5명의 권한 대행(탄성, 도법, 원택, 선용, 현고 스님) 직무기간 약 9개월을 제외하면 총무원장의 평균 재임 기간이 1년 10개월에 불과하다. 심지어 임기를 1년도 채우지 못하고 물러난 총무원장도 전체 34대 중 17대로 절반에 이른다. 이들 스님 중에는 대중적인 지지와 존경을 받았던 월산, 청담, 자운, 혜정, 석주, 서암, 성수, 탄성, 고산 스님 등도 포함돼 있다.

그렇다면 총무원장 스님들의 재임기간이 이토록 짧았던 것은 왜일까.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분명한 것은 불교계 기반이 허약하고 늘 요동쳤다는 사실이다. 1960년대는 불교정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1970년대는 종단 내부 갈등으로, 1980년대는 10‧27법난 등 외부 요인까지 겹치면서 내홍은 끊임없이 되풀이됐다. 총무원장의 짧은 임기는 불교계의 혼돈과 낮은 위상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이런 상황에서 의현 스님은 4년 임기를 채운 첫 총무원장이었으며, 1994년 3선에 도전했다가 두 번째 임기를 4개월 남겨둔 채 물러나야 했다. 1980년대까지 총무원장 교체를 주도한 것이 교단 내 중진스님들이었다면 1990년대 이후 젊은 스님들과 재가자들이 총무원장 거취 문제에 깊이 가세한 것도 큰 변화다. 그 영향으로 불교민주화는 확대됐지만 종헌종법의 약화, 힘의 논리 등이 직면 과제로 떠오르기도 했다.

이런 여건에도 월주 스님이 임기를 채웠고, 지관 스님은 통합종단 이후 처음으로 평화적 종권이양이라는 뜻깊은 자취를 남겼다. 자승 스님도 보름 뒤면 두 번의 임기를 모두 채운 첫 총무원장으로 불교사에 기록될 전망이다.

역대 조계종 총무원장의 임기가 짧기에 35대 총무원장으로 당선된 설정 스님이 임기를 마칠 지에 관심이 모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설정 스님은 10월12일 당선 인사에서 “달리는 말은 말굽을 멈추지 않는다는 마부정제(馬不停蹄)의 뜻을 거울삼아 종단 발전에 진력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스님도 언급했듯 여러 의혹들을 명백히 밝히지 못하면 총무원장의 길은 극히 험난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설정 스님은 선거기간 중 불거졌던 의혹들을 조속히 밝혀야 한다. 더불어 조계종 선거의 고질병인 금품살포가 누군가에 의해 자행됐다면 그에 따른 책임도 무겁게 지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마부정제의 첫 걸음이다.

 

이재형 mitra@beopbo.com

[1411호 / 2017년 10월 1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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