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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듭된 의혹제기에 “종단발전 이룰 수 있다면” 정면 돌파

  • 교계
  • 입력 2017.10.13 21:28
  • 수정 2017.10.16 11:39
  • 댓글 47

설정 스님 당선까지 역경과 과제

무분별한 의혹에 지지자 결집
경쟁구도 선거서 최다 득표
인사원칙 확립‧선거사범 징계
설정 스님 풀어야 할 선결과제

▲ 조계종 제35대 총무원장에 당선된 설정 스님. 선대본부 제공
설정 스님이 조계종 제35대 총무원장으로 당선되기까지는 적지 않은 난관의 여정이었다. 후보등록 이전부터 제기된 각종 의혹과 비방을 견뎌야 했고, 사실 확인이 안 된 가족사까지 공개되는 수모를 감내해야 했다. 거듭된 의혹제기로 출세간으로부터 존경을 받았던 설정 스님의 이미지는 만신창이가 됐다. 여기에 선거 막판 수불 스님 측의 ‘금품살포’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선거판이 요동쳤다. 이 때문에 종단 일각에서는 ‘설정 스님 중도 포기설’도 꾸준히 흘러나왔다.

그러나 설정 스님은 9월26일 출마기자회견에서 “내 한 몸 희생해 종단 발전을 이룰 수 있다면,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밝혔던 것처럼 각종 의혹 제기에 쉽게 흔들리지 않았다. 학력의혹에 대해서는 잘못을 시인했고, 가족사와 관련된 의혹에 대해서는 “유전자 검사도 받겠다”며 의혹을 제기한 측을 상대로 법적대응에 나서는 등 강한 면모를 보였다. 이 때문인지 각종 의혹제기로 흔들리던 선거인단의 표심도 안정을 찾았다. 그 결과 설정 스님은 수불 스님을 152표차로 수월하게 이기고 당선됐다.

설정 스님 선거대책본부는 이 같은 결과에 대해 “무분별한 의혹제기가 선거인단에게 피로감을 줬고, 더 이상 교단을 혼란스럽게 해서는 안 된다는 위기의식들이 오히려 설정 스님의 지지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한 교구본사 주지스님은 “선거에만 이기면 된다는 생각으로 아니면 말고식으로 제기하는 의혹은 후보자 개인을 넘어 불교 전체의 이미지만 훼손할 뿐”이라며 “더 이상 이런 폐단이 되풀이 되는 것을 막고 종단 안정을 고려해 후보자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설정 스님이 현 총무원 집행부와 뜻을 같이 했던 최대 종책모임 불교광장의 적극적인 지지로 총무원장에 당선된 만큼 제35대 총무원 집행부는 전임 집행부가 핵심적으로 추진했던 사업을 그대로 계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따라 제34대 총무원 집행부가 역점을 뒀던 조계종 총본산 조계사 성역화와 승려복지, 세종‧위례 등 신도시 포교전략 사업 등은 예정대로 추진될 전망이다. 또 한국불교 세계화, 대사회적 활동 등 33‧34대 총무원 집행부가 추진했던 사업도 큰 변화 없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설정 스님이 후보시절부터 강조했던 청정승가 구현을 위한 수행결사, 올바른 승가상 구현 등을 위한 각종 사업들도 비중 있게 추진될 전망이다.

그러나 이런 사업들이 안정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새 집행부가 풀어야 할 과제들이 적지 않다. 우선 선거과정에서 불거진 설정 스님 개인의혹에 대한 명쾌한 해명이 필요해 보인다.

특히 스님의 개인 가족사와 관련한 의혹은 어렵더라도 반드시 해명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설정 스님은 임기 4년 내내 발목이 잡혀 한걸음도 내딛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설정 스님이 “유전자 검사도 응하겠다”고 밝힌 만큼 조속한 시일 내에 결단이 필요해 보인다. 이를 통해 사실 확인 안 된 의혹을 제기한 측에 예고한 대로 “법의 준엄함”을 보이고, 더 이상 무분별하게 남발하는 의혹제기를 막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더불어 인사에 있어 공정한 인사기준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33‧34대 집행부가 많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따가운 비판을 받았던 것은 인사에 있어 뚜렷한 원칙 없이 측근을 중심으로 한 ‘회전문 인사’가 되풀이 됐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있다. 이렇다보니 각 부서별 전문성과 업무의 연속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따라서 35대 집행부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선거결과에 따른 ‘논공행상’식 인사가 아닌 능력과 전문성이 우선적으로 고려되는 인사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 또 필요에 따라서는 상대 후보 진영에 섰던 스님들도 발탁할 수 있는 ‘포용’의 미덕도 35대 집행부가 갖춰야 할 덕목이다.

이와 함께 구태한 선거문화를 개선하기 위해서라도 이번 선거기간 동안 발생한 선거법 위반자에 대해서는 분명한 법적용 원칙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역대 선거에서 금품선거 의혹은 꾸준히 제기됐지만 선거 이후 징계된 사례는 없었다. 선거 때마다 ‘공명선거’를 외쳤지만 공염불에 그치고 말았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수불 스님은 선거운동기간 이전부터 ‘대중공양’ 명분으로 전국 교구본사를 찾아 국장 등에게 거액을 전달했고, 선거운동기간 중에는 수불 스님의 사제와 선거대책본부 관계자가 지방 사찰주지스님에게 거액을 전달한 정황이 포착되기도 했다. 따라서 선거 때마다 되풀이 되는 금품선거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분명한 조사를 통해 일벌백계해야 한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설정 스님은 10월18일 원로회의의 인준을 거쳐 31일부터 임기가 시작된다. 설정 스님은 선거기간 내내 “종단을 안정시켜 신심 나고 사회로부터 존경받는 불교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그것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오직 ‘모든 일을 공정하고 분명한 원칙으로 풀어가겠다’는 설정 스님의 의지에 달려 있음이 자명하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1411호 / 2017년 10월 1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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