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금권·흑색선전 근절해야 공명선거 가능하다

기자명 법보신문
  • 사설
  • 입력 2017.10.16 13:40
  • 댓글 3

-조계종 35대 총무원장 선거를 돌아보며

조계종 35대 총무원장에 수덕사 덕숭총림 방장 설정 스님이 당선됨으로써 교계 안팎으로 시선이 집중됐던 조계종 선거는 끝을 맺었다. 신임 총무원장에 대한 대중의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는 시점이지만 이번 총무원장 선거 과정만큼은 짚어봐야 한다.

총무원장, 교구본사 주지, 중앙종회의원 선거 등 역대 치러진 조계종 주요 선거를 반추해 보면 당락이 결정된 직후 교계 대내외로 회자되는 말이 있다. ‘화합’이다. 어떤 모양의 쇠붙이라도 녹여버리는 용광로와 같은 화합이다. 상대 후보를 겨냥해 작심하고 날렸던 근거 없는 흑색선전이나 금품선거 등은 언제 그런 적이 있었냐는 듯 녹아 없어진다. 선거기간 중에는 ‘좌시하지 않겠다’,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하지만 투표 종결과 함께 기억에서 사라진 듯 아무 말이 없었다.

조계종 주요 선거에서 금품선거나 흑색선전이 발각돼도 후보자가 자진 사퇴한 적이 없었다. 선거 이후 당선 무효, 또는 그에 따른 중징계가 내려진 적도 없었다. 직면한 상황만 모면하면 그만이라는 인식이 팽배해지는 건 늘 화합으로 포장한 봉합이 기다리고 있음을 확신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선거법, 호계원법은 별다른 힘을 쓰지 못한다. 

조계종 35대 총무원장 선거는 그 어떤 선거보다 공명정대하게 치러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한국불교 대표 총림의 하나인 덕숭총림 방장인 설정 스님과 안국선원을 중심으로 선의 대중화를 이끈 수불 스님이 맞선 선거였기 때문이다. 수좌로서의 청정성과 공심, 그리고 애종심만은 두터울 것이기에 선거 우위를 점하기 위한 어리석은 언행만은 하지 않을 것이라 내다본 것이다. 교구본사주지협의회도 이례적으로 “종법위반과 부조리한 답습을 단호히 배척해 나갈 것”이라 천명했기에 기대감은 더욱 더 컸다. 그러나 이 기대는 산산조각 났다.

후보로 나선 수불 스님 사제가 선거 기간 중에 특정 사찰을 방문해 주지스님에게 거액을 건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를 방증이라도 하듯 수불 스님 선거캠프에서 활동 중인 종회의원이 지역 사찰의 스님에게 돈을 전달하려고 했다는 정황도 포착됐다. 이 경우 당해 사찰 주지스님은 총무원장 선거인단으로 선출된 상태였다. 금권선거의 전형이다.

입후보로 나선 수불 스님의 지시가 있었는지는 호법부가 조사를 통해 구체적인 내용을 밝혀내야겠지만 설령 직접적 관계가 없다 해도 수불 스님이 도의적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그러나 수불 스님 캠프는 금권선거에 관한한 ‘수불 스님과 관계없는 일’ ‘네거티브 하지 말자’는 원론적인 말을 되풀이 했다.

인터넷 언론에 의해 확대 재생된 설정 스님 은처·자식 의혹을 수불 스님 선거대책위원회는 악이용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선거 전날 ‘은처와 자식 보도는 비구승단 존립의 문제다. 호적등본을 공개하라’는 문자를 전국 총무원장 선거인단에게 발송한 건 홍보라기보다는 사실상 흑색선전에 가깝다.

대승적 차원에서 화합해야 한다는 데 반대할 사부대중은 없다. 선거 과정에서 불거진 불미스런 일들에 매달리기보다는 불교진흥과 종단발전에 서로 심혈을 기울이자는 제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경우의 화합은 ‘불미스런 일’이 미미했을 때나 가능한 일이다. 종헌종법을 명백하게 어겼고, 사안이 크다고 판단되면 그에 따른 조사와 징계가 이어졌어야 했는데 조계종은 이를 외면 혹은 방관했다. 흑색선전과 금품살포가 선거 때마다 불거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승가는 화합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 그러나 분명히 해야 할 건 이 대목에서의 화합은 ‘청정한 대중의 모임’을 이른다는 사실이다. 청정치 않은 대중을 승가에 그대로 두거나, 청정하지 않은 스님을 곁에 두고 바라만 보는 건 화합이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청정치 않은 스님을 당장 내치는 것 또한 아니다. 스스로 참회해 청정성을 회복하게 하는 시스템을 승가는 갖고 있다. 바로 갈마다.

아쉬운 건 작금의 현실을 감안할 때 총무원장에 나선 후보를 상대로 갈마를 한다는 건 현실성이 떨어진다. 전통 의식에 따른 갈마는 안타깝게도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다고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호법부, 호계원이 선거과정에서 불거진 의혹들을 낱낱이 조사하고 밝혀 그에 따른 책임을 물으면 된다. 당사자가 마음만 먹으면 조사 과정에서 참회도 가능하다. 물론 처벌만을 염두에 둔 조사를 말하는 게 아니다. 부처님 법에 준하는 선거였는지, 종헌종법을 엄중히 지킨 선거였는지를 판단해 보라는 것이다. 청정한 수행가풍과 청규를 해하는 행위를 했는지 여부를 철저하게 조사해 보면 되는 일이다.

종헌종법을 냉철하게 적용시켜서라도 청정승가를 구현하고 진정한 의미의 화합을 도모해야한다. 그 화합이 조계종을 하나로 뭉치게 한다. 그 결속력이 불교중흥을 이끄는 원동력임을 명심해야 한다.


[1411호 / 2017년 10월 1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