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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를 생활화 하는 사람

기자명 금해 스님
  • 세심청심
  • 입력 2017.10.17 10:56
  • 수정 2017.10.17 10:57
  • 댓글 1

단 하루도 일이 없는 날은 없어
매번 밖에서 답 찾는 것은 잘못
일상서 법대로 행하는 것이 답

‘일체 모든 일이 마음에서 비롯된다’는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는 가장 평범하고도 널리 알려진 ‘화엄경’의 한 구절입니다. ‘선한 씨앗은 선한 과보를 맺고 악한 씨앗은 악의 과보를 가져온다’는 선인선과 악인악과(善因善果 惡因惡果)는 아이들도 아는 진리의 말씀이지요. 이 두 구절만 오롯이 지녀도 진리의 바른 길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몇 년 전, 추석 명절이 다가올 때 쯤, 한 집안에 비상회의가 열렸습니다. 며느리가 무속인에게서 아들이 시험에 합격하려면 차례를 지내면 안 된다는 말을 듣고 온 것이었습니다. 평생 동안 작은 제사 한 번도 지나친 적이 없던 시어머니는 집안 어른들이 다 모이는 명절차례를 지낼 수 없다는 것에 절망했습니다. 하지만, 시험 합격 여부가 걸려 있다하니 가족들 어느 누구도 반대할 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차례는 지내지 못했고, 시험을 앞둔 아들은 이 모든 분란이 자신 때문인 것 같아서 매우 힘들어했습니다.

시험을 잘 치르려면 평소에 열심히 공부하고 몸과 마음이 건강하고 편안한 것이 최상의 방법이지요. 시험과 제사는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그런데 시험이 임박한 가장 중요한 시기에 이런 혼란을 겪은 아들의 마음은 얼마나 힘들고 부담 되었겠습니까. 이렇게 우리는 어리석은 판단으로 상황을 더 악화시킵니다. 결국 아들은 그 해 시험에 합격하지 못했습니다.

이웃의 어느 거사님이 대문 방향을 바꾸어야겠다며 공사를 시작했습니다. 이유를 들어보니, 풍수지리를 보는 이가 대문 방향이 안 좋아서 이웃과 사이가 나쁘고 일이 잘 안 풀린다고 했답니다. 저는 ‘대문 방향이 좋은 집은 문제가 안생기고 아무도 아프지 않습니까?’하고 물었습니다.

이 세상에 태어난 모든 생명, 대문 없이 사는 미물들조차도 생로병사(生老病死)를 겪습니다. 우리의 생로병사가 정말 대문 때문이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간단히 해결될 일이니, 사바세계가 고통이라는 말도 없을 것입니다. 공사하는 동안 소음과 담 높이 조절 때문에 이웃과 또 소란이 일었습니다.

진리의 말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대문을 바꾸는 비용으로 이웃들에게 작은 선물이라도 나누며, 기쁨을 전하는 좋은 씨앗을 심는 것이 훨씬 좋은 결과를 가져올 것을 알았을 것입니다.

얼마 전에는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아이를 낳는데, 사주가 중요하니 좋은 날로 수술 날짜를 잡아달라고 합니다. 한 날 한 시에 태어나는 쌍둥이도 삶이 다르고, 대통령이나 대사업가도 숱한 일을 겪습니다. 무엇으로 좋은 사주를 삼겠습니까? 가족이 다 모일 수 있는 시간, 함께 기다리며 축복 할 수 있는 시간에 수술하라고 말씀드렸습니다. 모든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사주는 가족들이 서로 사랑하고 화목해서 어떤 어려움도 지혜롭게 이겨낼 수 있는 마음일 겁니다.

우리들은 항상 일을 겪고, 해결하려고 노력합니다. 단 하루도 일이 없는 날이 없습니다. 그런데 매번 밖에서 답을 찾습니다. 환경이나 사주, 부모, 영가 탓을 하고 때로는 나무나 돌에게까지 책임을 미룹니다.

모든 것은 나의 마음에서 비롯되며, 만들어지고 변화됩니다. 착한 일은 좋은 일을 성취하게 하고, 나쁜 일은 나쁜 결과를 가져옵니다.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는 밝은 에너지를 끌어들이고 나쁜 에너지는 나쁜 것들을 끌어들입니다.

▲ 금해 스님
항상 경전을 가까이하며 끊임없이 수행해서 자신의 마음을 바르고 맑게 해야 합니다. 물론 이렇게 스스로 노력하는 것보다 다른 것들에게 미루면 더 쉽고 더 편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것으로 해결되는 것은 단 하나도 없습니다. 오직 자신만이 해결하고, 자신의 노력에 의해서 삶이 변화합니다.

부처님 제자라면 생활 속에서 진리를 그대로 적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일상에서 항상 자신을 보고, 마음을 알아차리고 동시에 부처님 법대로 행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금해 스님 서울 관음선원 주지 okbuddha@daum.net


[1411호 / 2017년 10월 1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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