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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 선거 되풀이 않으려면 선거법 개정 시급”

  • 교계
  • 입력 2017.10.20 11:11
  • 수정 2017.10.23 13:13
  • 댓글 13

논란 부추긴 조계종 총무원장선거법

선거인단 논란 최소화 위해
교구 산중총회서 선출해야
구성원 25% 요구면 투표도
금품 등 사전선거 명확하면
자격심사 때 후보자격 박탈
종책토론회 의무규정 마련
홍보광고 제한도 개정 필요

조계종 원로회의(의장 종하 스님)가 설정 스님을 새 총무원장으로 인준하면서 제35대 총무원장 선거가 일단락됐다. 비록 설정 스님이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되면서 표면적으로는 큰 탈 없이 마무리됐지만 선거기간동안 후보자를 겨냥한 비방과 각종 의혹제기가 이어지면서 혼란이 계속됐다. 여기에 현실과 동떨어진 총무원장 선거법은 선거기간 내내 숱한 논란을 부르는 원인이 됐다.

총무원장 선거 때마다 불거진 교구 선거인단 선출문제는 이번에도 어김없이 벌어졌고, 후보자간 종책대결은 구호에만 그쳤다. 또 금권선거를 막겠다며 선거 1년 전부터 어떤 명목으로 금품을 제공할 수 없다고 규정했지만 ‘대중공양’이라는 명목으로 버젓이 자행됐고, 후보자들의 종책 광고를 종단 기관지로 한정하면서 후보자들이 종책을 알릴 수 있는 기회도 크게 줄었다. 이렇다보니 선거 때마다 되풀이 되는 논란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선거법을 대폭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구선거인단 선출논란=이번 선거에서도 교구선거인단 선출을 두고 불공정 시비가 일었다. 240명을 뽑는 교구선거인단 선출과정에서 직할교구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교구본사가 본사주지에게 선거인단 추천권을 위임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행 선거법은 “교구선거인단은 교구종회에서 선출된 10인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어떤 방식으로 선출한다는 규정이 없다. 따라서 본사주지에게 선거인단 추천권을 위임했다고 해도 교구종회 구성원 다수가 동의했다면 법적으로 하자가 없다.

일각에서는 교구선거인단까지 선거로 뽑을 경우 종단 전체에 큰 혼란과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그러나 교구구성원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저해하고, 본사주지의 입김에 따라 총무원장 선거가 좌지우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선거의 공정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특히 교구종회 의원의 대부분이 현직 국장단과 말사 주지 등으로 구성돼 교구종회에서 본사주지의 영향력이 클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선거인단 선출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로서는 교구선거인단을 교구종회가 아닌 산중총회에서 선출하는 방식이 대안으로 꼽힌다. 산중총회는 교구재적승 가운데 법계 중덕(승랍 10년) 이상의 비구면 참여할 수 있고, 비구니도 전체 구성원의 20%까지 포함될 수 있어 본사주지의 영향력이 다소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선거인단 선출방식도 가급적 구성원의 합의로 결정하되, 구성원의 4분의 1(25%) 이상이 요구할 경우 투표방식으로 선출한다고 선거법에 명시한다면 현행과 같은 불공정 시비도 크게 줄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 이번 선거기간에도 금권선거 논란은 줄어들지 않았다. 중앙종회의원 39명은 지난 10월11일 수불 스님의 금권선거와 관련해 호법부와 중앙선관위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공염불에 그친 금권선거 근절=이번 선거에서는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되기 전부터 금권선거 논란이 일었다. 기호 2번 수불 스님이 후보등록 이전부터 전국 교구본사를 찾아다니며 본사주지와 국장단 등에 거액의 돈을 전달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수불 스님은 “자신이 돈을 돌린 것은 맞다”고 시인하면서도 “수년 전부터 진행해 온 대중공양”이라고 주장했다. 오히려 “불교의 전통인 대중공양까지 문제 삼는 것은 지나치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현행 선거법대로라면 수불 스님은 후보등록과 동시에 선거법 위반 혐의가 적용된다. 선거법에는 “후보로 출마하려는 자는 선거일 1년 전부터 어떤 명목으로도 금품을 전달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중앙선관위는 “수불 스님의 후보자격에 이상 없음”을 결정했다. 중앙선관위는 또 선거기간 중에도 수불 스님의 사제와 선대본부 관계자가 선거인단에게 거액을 전달한 정황이 포착됐음에도 이렇다 할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현행 선거법상 중앙선관위가 후보자격을 박탈하기 위해서는 호계원으로부터 선거법 위반 혐의로 징계가 확정됐을 때만 가능하다. 물론 징계가 확정되기 이전에 후보자격을 박탈하는 것은 논란의 소지가 크다. 그렇더라도 금품살포 등 사전선거운동의 정황이 뚜렷한 상황에서 끝까지 선거를 치르는 것은 더 큰 위험요소를 안을 수밖에 없다. 선거불복과 재선거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금품살포 등 사전선거운동의 증거가 구체적일 경우 중앙선관위와 총무원 호법부, 호계원 등이 합동조사위원회를 꾸려 후보자격 심사 이전까지 자격여부를 판단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실성 떨어지는 공식선거운동기간=현행 선거법에서 공식선거운동기간은 후보자격심사일 다음날부터 선거일 전날까지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선거의 공식선거운동기간은 9월26일부터 10월11일까지 총 16일에 그쳤다. 여기에 10일간의 추석연휴까지 포함돼 있어 실질적인 선거운동 기간은 6일에 불과했다. 지지기반 약해 지방에 있는 선거인단에게 자신의 종책을 우편으로 전달할 수밖에 없는 후보들은 발만 동동 굴러야 했다. 이 때문에 이번 선거에 후보로 출마했던 혜총·원학 스님은 선거일을 늦추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따라서 공식선거운동 기간을 늘리거나 예비후보등록제 도입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2~3개월 전에 출마의사가 있는 후보들의 예비등록을 받아 종도들에게 자신의 종책을 설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에도 무산된 종책토론회=후보들간의 종책토론회는 이번 선거에서도 성사되지 못했다. 선거 막판 후보들의 요구에 따라 종책토론회 성사여부가 논의됐지만 촉박한 선거일정과 토론회 운영방식을 두고 후보들간의 이견이 쏟아지면서 결국 무산됐다.

이는 현행 선거법상 “중앙선관위는 종책토론회를 실시할 수 있다”고만 규정돼 있어 강제성이 없기 때문이다. 또 사회자 선정, 토론주제, 참석 대상, TV중계여부 등 세부규정도 전무한 상태다. 총무원장 선거를 후보자간의 바람직한 종책 대결로 유도하기 위해서는 종책토론회에 대한 세부규정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또 후보들의 종책홍보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후보자 홍보 광고를 종단기관지로 제한”한 규정도 “교계언론”으로 개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원로회의 인준을 끝으로 제35대 총무원장 선거가 막을 내렸다. 일각에서는 “이번 선거가 역대 최악의 선거였다”는 비판도 나온다. 총무원장 선거 때마다 되풀이 되는 이 같은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제35대 집행부와 중앙종회는 이른 시일 내에 선거법을 대대적으로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1412호 / 2017년 10월 2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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