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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약무인(傍若無人)

민주주의와 정부의 품격

신고리5·6호기 건설이 재개됐다. 10월20일 신고리5·6호기 공론화위원회 회의에 참여한 시민참여단을 대상으로 최종 조사한 결과 59.5%가 공사재개를 선택했다. 공사중단을 선택한 사람은 40.5%였다. 청와대는 즉각 “공론화위원회의 결정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선거 당시 ‘탈원전’을 공약했다. 그리고 당선 이후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신고리5·6호기 공사를 잠정 중단하고 전문가와 시민들로 구성된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했다. 이후 3개월에 걸쳐 학습과 토론을 통한 공론화 과정을 거쳤다. 비록 시민참여단이 신고리 원전건설 재개를 선택했지만 원전정책에 있어서는 축소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과반을 넘은 것은 성과라 할 수 있다.

이번 공론회위원회의 활동은 한국 민주주의의 진전이라 할 수 있다. 소수의 관료들에 의해 밀실에서 결정됐던 에너지 정책에 일반 시민들이 참여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를 지닌다. 정부가 결정한 사안에 대해 단순히 찬반을 선택하는 유권자의 시민이 아니라 학습과 토론을 통해 관점을 정하고 정책결정에 참여한 주권자로서의 모습도 보여줬다. 정부가 의도한 결과와 다른 방향의 결정이 내려졌지만 정부가 즉각 이를 수용했다. 문재인 정부의 품격을 보여준 것이라 할 수 있다.

선가에 방약무인(傍若無人)이라는 말이 있다. 다른 사람은 신경 쓰지 않고 자기 멋대로 행동하는 사람을 이르는 말이다.

최근 지난 정부가 국가조직인 국정원을 통해 여론을 조작하고 보복을 일삼은 범죄행위들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우익단체들을 동원해 정부의 뜻에 반하는 사람들을 협박하고 고소하는 등 백색테러를 사주한 증거들도 쏟아지고 있다. 그야말로 방약무인들이 판을 치는 시절이었다.

이번 공론화위원회의 활동은 적어도 그런 반역의 시절은 지나갔음을 역설하고 있다. 정부가 어떻게 국민들의 민의를 수렴하고, 수용해야 하는지 그 전형을 보여줬다. 반대되는 결과까지도 깨끗이 수용했다. 아마도 이것이 국민들이 촛불을 들며 그토록 되찾고 싶었던 민주주의 참 모습이 아니었을까 싶다.

김형규 법보신문 대표 kimh@beopbo.com
 


[1412호 / 2017년 10월 2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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