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44명 고승 깨침서 내 안 불성 깨우다

  • 불서
  • 입력 2017.10.23 14:37
  • 수정 2017.10.23 14:38
  • 댓글 0

‘깨침의 순간’ / 박영규 지음 / 열림원

▲ ‘깨침의 순간’
깨달음은 찰나에 이뤄진다. 선에서 말하는 치열한 수행의 여정은 찰나의 깨달음 위한 것이다. 그렇다면 찰나는 무엇일까? 보통 눈 한번 깜빡할 정도의 짧은 시간을 말한다. 경전 속 찰나를 면밀히 분석한 학자들은 75분의 1초라고 밝히고 있다. 그야말로 번갯불이 번쩍하는 순간이다.

하지만 그 찰나의 순간이 자신을 바꿔놓고, 삶을 바꿔놓고, 세상을 바꿔놓는다. 찰나, 그 짧은 순간의 깨달음이 우주의 끝나지 않을 영속의 흐름을 바꿔놓는다. 2600년 전 붓다에게 일어난 그 순간의 깨침의 인연이 2600년이 지난 지금껏 우리에게 커다란 울림으로 남아있는 이유다. 

책은 75분의 1초라는 그 짧은 순간의 깨침들을 기록하고 있다.  그 순간의 깨침으로 인생에, 불교 역사에, 인류의 삶에 찬란한 빛을 흩뿌렸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가 흔히 조사 또는 선사라고 부르는 그런 선지식들의 깨침의 순간들을 담았다. 깨침의 본질은 하나다. 그러나 깨침의 길은 무수하게 많다. 깨침의 언어도 수만 가지고, 방법도 수만 가지다. 그 수만 가지의 길과 수만의 언어가 수만의 붓다를 탄생시켰다.

우리는 책 속에서 바로 깨달음을 얻었던 그 무수한 붓다들 중에서 44분의 선사들을 만나게 된다. 인도의 스님으로 중국으로 건너와 선불교의 신세계를 열었던 달마 스님, 도를 구하기 위해 자신을 팔을 잘라 바쳤던 혜가 스님, ‘금강경’ 한 구절에 깨우침을 얻고 무수하게 많은 깨달음의 꽃들을 피워냈던 혜능 스님, 그리고 근현대 한국불교에 새로운 깨달음의 길을 제시했던 경허 스님과 성철 스님에 이르기까지, 중국과 한국의 역대 선지식들의 깨침의 순간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다.

책은 44명의 고승과 선지식들이 1500여 년에 걸쳐 만들어온 깨달음의 역사를 복원하고 있다. 저자는 1996년 ‘한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을 펴내면서 본격적인 작가의 길로 들어선 이후 ‘한권으로 읽는 고려왕조실록’ 등 한권으로 시작되는 많은 실록 시리즈를 펴내며 오역된 우리역사를 바로 잡는 일에 많은 공력을 쏟았다. 이번에 출판한 책 또한 역대 선어록들을 종횡으로 섭렵해 불교 역사상 가장 아름답게 빛났던 깨침의 기억들을 선별해 한권의 책에 담아냈다. 역사를 맛깔스럽게 담아냈던 그 솜씨가 책 속에서 빛이 난다.

중국 당나라 때 회양 스님이 좌선을 하는 제자에게 다가갔다. “왜 매일같이 좌선을 하느냐?” 제자는 말했다. “부처기 되기 위해서입니다.” 그러자 회양이 곁에서 벽돌을 갈기 시작했다. 제자가 물었다. “무엇을 하는 겁니까?” 회양이 대답했다. “거울을 만드는 중이다.” 제자가 다시 물었다. “벽돌을 간다고 거울이 됩니까?” 그러자 회양이 일침을 놓는다. “좌선만 한다고 부처가 되느냐?”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일화지만 읽을 때마다 예사롭지 않은 이야기다. 깨침은 옛길을 답습한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불은 전해줄 수 있지만 결국 촛불은 자신의 몸을 태워 불을 밝힌다. 그래서 깨침은 온전히 자신의 몫이며 자신만의 깨달음이다. 좌선을 통해 깨달을 수 있지만 좌선 자체에 집착하면 결코 깨달음은 이룰 수 없다. 그래서 깨달음 혹은 깨침이라는 한 단어로 44명 선지식의 삶을 틀에 넣었지만 단 한명도 같은 모습의 깨달음은 없다. 44송이 꽃이 모두 깨달음의 꽃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같은 꽃은 결코 없다.

책은 역대 선지식들의 깨침을 통해 나를 일깨우고 있다. 불성은, 깨침의 씨앗은 단 한순간도 내 속에 머물지 않은 적이 없다. 타성에 젖어 시류에 따라 장삼이사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그 불성을, 깨침의 씨앗을 ‘몰록’ 일깨우고 있다. 1만5000원.

김형규 대표 kimh@beopbo.com
 


[1412호 / 2017년 10월 2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