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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잭과 콩나무 ①

기자명 김권태

‘잭과 콩나무’, 욕망·집착 형성과정 선명하게 제시

옛날 옛적 어느 마을에 잭이라는 소년이 살았다. 잭은 엄마와 단 둘이 살았는데, 가산이라고는 늙은 젖소 한 마리뿐이었다. 모자는 젖소의 우유를 내다팔며 생계를 삼았는데, 어느 날부턴가 젖소에 젖이 나오지 않자 엄마는 잭에게 시장에 나가 젖소를 팔아오라고 말했다. 잭은 소를 팔기 위해 집을 나섰다가 길에서 우연히 한 노인을 만났다. 노인은 잭에게 마법콩과 소를 맞바꾸자고 제안했고, 소년은 마법콩이라는 말에 신이 나 소를 콩으로 바꿔가지고 돌아왔다. 엄마는 불같이 화를 내며 콩을 창밖으로 던져버렸다. 다음날 콩은 하룻밤 사이에 하늘까지 자라있었고, 잭은 호기심에 콩나무를 타고 하늘나라에 올라갔다. 그곳에는 커다란 성에 사람을 잡아먹고 사는 거인 부부가 살고 있었다. 잭은 그곳에서 몰래 금화 자루를 가지고 내려왔고, 다음에는 황금알을 낳는 암탉을 가지고 내려왔다. 그 다음에는 스스로 아름다운 음악을 연주하는 황금하프를 가지고 내려오다 그만 거인에게 발각되었다. 잭은 뒤를 쫓는 거인을 뿌리치고 지상에 내려와 도끼로 콩나무를 잘라내 버렸고, 거인은 콩나무와 함께 땅에 떨어져 죽고 말았다. 그 후 잭은 하늘나라에서 가지고 온 보물들로 엄마와 함께 행복하게 잘 살았다.

보편적 발달과업 이야기로 표현
불교, 12연기로 존재양태 설명

‘잭과 콩나무’ 이야기다. 이 이야기의 서사 또한 우리의 보편적인 발달단계와 발달과업을 제시하고 있다. ‘어느 날부턴가 젖소에게서 젖이 나오지 않았다’는 것은 구강기의 이자관계가 끝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엄마가 잭에게 혼자 시장에 가서 젖소를 팔고 오라’고 한 것은 아이가 엄마와 분리되어 각기 고유한 개별성을 획득하고 자주성과 주도성을 익혀가는 것을 뜻한다. ‘노인의 마술콩과 젖소를 바꿨다’는 것은 아이가 마술적 힘과 환상으로 분리불안을 이겨내는 것을 뜻하며, 이때 아이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새로운 힘을 부여하는 노인은 엄마와의 이자관계를 깨고 새로 들어온 삼자관계의 아버지를 의미한다. ‘호기심에 콩나무를 타고 하늘에 올라갔다’는 것은 아이에게 정신공간이 생겨 현실에 자신의 욕망과 상상을 덧입히고 그 욕망을 해소하고자 스스로 환상을 만들어냈다는 뜻이다. 특히 이 시기는 자기신체의 통제능력과 더불어 언어기능이 비약적으로 발달하는 남근기로 본격적인 오이디푸스 갈등이 시작되는 시기이다.

이제 노인이 준 마술콩은 하늘까지 자라 아이에게 사람을 잡아먹는 거인부부가 살고 있는 공간을 열어준다. 아이는 그곳의 보물을 훔쳐다가 현실에 내려와 내다팔고, 끝내는 콩나무를 도끼로 찍어내 자기를 잡아먹으려고 따라 내려오던 거인남자를 죽인다. 이것은 전형적인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로 아이의 무의식적 환상에서 벌어지는 친부살해와 근친상간의 욕망을 나타낸다. 그리고 점차 사회화되고 문명화된 아이는 그러한 무의식적 갈등을 극복하고, 비로소 아버지 대타자가 요구하는 상징계에 들어서는 것이다. 목숨을 걸고 아버지의 보물을 훔쳐다가 현실에 필요한 생필품을 사들이는 일이 바로 이러한 일을 의미하는 것이다.

불교에서는 존재의 양태를 ‘발달’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고, ‘12연기의 생사유전’을 들어 설명한다. 왜냐하면 불교는 존재와 마음을 둘로 나누어보지 않고, 또 심리학이나 정신분석처럼 마음의 치유 차원에서 끝나는 것이라 삶의 더 근원적인 문제를 해결하고자하기 때문이다. 특히 12연기 중 고통의 직접적 원인이 되는 ‘애(愛)’와 ‘취(取)’는 오이디푸스기부터 사춘기에 해당하는 시기로 ‘자아(ego)’의 발달과 더불어 ‘나, 나의 것, 자아’에 대한 강한 욕망과 집착(견해, 세계관)을 뜻한다. 잭과ㅁ 콩나무 이야기는 우리의 보이지 않는 욕망과 집착이 형성되는 과정을 선명한 그림으로 제시한다. 재색식명수의 오욕락과 유애, 무유애의 욕망들, 그리고 욕취, 견취, 계금취, 아취 등의 그릇된 견해들이 어떻게 내면화되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하여 우리의 착각을 시정하고, 바른 견해로서 고통의 근원적 원인인 무명을 밝혀 ‘애’와 ‘취’를 없애는 새로운 법문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김권태 동대부중 교법사 munsachul@naver.com
 


[1412호 / 2017년 10월 2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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