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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과 율, 종단위상 굳건히 세울 두 축

기자명 법보신문
  • 사설
  • 입력 2017.10.30 13:43
  • 댓글 1

설정 스님 총무원장 취임에 즈음하여

조계종 35대 총무원장 설정 스님이 11월1일 취임한다. 돌이켜 보ㅁ면 총무원장으로 당선되기까지 결코 녹록치 않았다. 후보등록 전후로 끊임없이 제기된 각종 의혹과 비방을 온몸으로 견뎌내야 했고, 사실 확인도 안 된 가족사까지 세간에 공개돼 남모를 수모도 겪어야 했다. 조계종 중앙종회 의장을 역임한 이력은 물론 덕숭총림 방장이 함의하는 수행 표상마저도 폄하되고 있었다. 중도 하차설은 그래서 회자됐다. “종단 발전에 내 한 몸 바치겠다”는 원력이 아니었다면 경선완주는 불가능했다.

새 집행부는 ‘개혁 정책’으로써 사부대중의 ‘소망’을 담아내야 한다. 첫 번째 소망은 굳건한 불교위상 정립이다. 소망의 성취여부는 청정승가 구현에 달려 있다고 본다. 원론에 가까운 말이기에 고답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에세 사문’이 전한 일언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다.

부처님께서 ‘진정한 석가 사문들의 수행이 무엇이냐고 너희들에게 물으면 어떻게 대답할 것인가?’라고 질문하셨을 때 ‘에세 사문’은 이렇게 대답했다.

“대의(大衣)를 입었다고 해서, 나무 아래 앉아 수행한다 해서, 주문을 암송한다 해서 사문이라 하지 않습니다. 위선, 기만, 교활한 마음을 버리고 여래의 가르침인 법과 율에 의해 행동하며 자비심, 기쁨, 고요, 번뇌를 끊고 해탈한 사람을 바른 사문이라 합니다.”

추락한 조계종 위상을 바로 세우고 불교중흥을 이끌 두 축은 ‘법과 율’이다. 정법과 계율을 간과하거나 외면하는 종단에게 불교홍포를 기대할 수 없다. 법을 전하지 않는 종단을 우리는 필요로 하지 않는다. 

다행스러운 건 설정 스님 또한 이 사안에 대한 심각성과 대처방안을 강구해왔다는 점이다. 

방장에 오르기 전 당간 41년 유교법회(遺敎法會)를 조명하는 연찬회에서 설정 스님은 “우리 교단은 비승가적 모순에 빠져 있으며, 물질과 명리에 집착하고 있어 국민에게 신망을 잃고 사부대중에게 절망을 안겨주고 있다”고 일갈한 바 있다. 선거 공약에서도 청정승가 구현을 내걸었다. 승풍진작에 관한 한 보여주기 식 또는 단기성과에 연연하지 말고 간단없이 뚝심 있게 추진해 가기를 바란다. 모범적인 수행상이 드러날 때 교단이 번영한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설정 스님은 이웃종교에게 종교인구 1위 자리를 내주고 충격에 빠진 사부대중에게 희망을 주는 총무원장이 되었으면 한다. 포교 일선에서 뛸 인재를 양성하는 데 소홀했고, 현대 흐름에 맞는 법회 프로그램 개발 부족으로 포교는 전국 각지에서 부진으로 이어져 불자수가 급감했다. 포교가 더 깊은 침체로 빠져드는 추세를 반전시켜야 한다. 물론 단기간에 실현한다는 건 불가능하다. 중장기 계획 아래 주도면밀하게 하나씩 실천해 가야한다. 중앙신도회를 중심으로 전국 각지에 포진해 있는 신도단체들과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포교혁신을 모색해 가기를 바란다.

승가를 바다에 비유한 ‘아수라경’에서 부처님은 “백천 강물이 바다에 들어오면 하나의 바닷물이 되듯이 나의 제자들은 신분과 직업 귀천에 관계없이 차별 없는 나의 제자들”이라고 하셨다. 비구에 비해 비구니가 상대적 차별을 받는 경향이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중차대한 이 사안을 세간의 남녀 불평등 관점에서 다뤄서는 곤란하다. 비구니도 비구처럼 삼보의 한 요소인 승보라는 데 방점을 두고 살펴야 한다. 차별요소 제거를 위한 제도개선에 볼멘소리를 차단할 방책은 이것밖에 없다.

대화합에 역점을 두되 사법을 들어 정법을 훼손하려는 세력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 특히 사리사욕에 눈이 멀어 종헌종법을 부정하고 이교도의 손까지 빌어 종단을 흔드는 세력들이 다시는 조계종 선거에 발붙일 수 없도록 해야 한다. 그 세력들은 자신들이 설정한 목적을 이루기 위해 교구본사 주지, 중앙종회의원 등의 주요 선거에 끊임없이 개입할 게 분명하다.

일찍이 운서주굉 스님은 “세간의 지혜는 두 가지”라고 했다. 첫 번째는 넓은 학문과 훌륭한 문장력, 그리고 재주와 책략이다. 그러나 이것은 남을 이기려는 수단에 불과하다. 둘째는 선과 악을 밝히고 삿된 것과 올바른 것을 구별하는 것이다. 이 지혜를 소유한 사람은 반드시 행해야 할 것은 행하고, 그만두어야 할 것은 그만두는 결단을 내린다. 상기한 두 지혜 모두를 얻어야 ‘올바른 지혜’가 발현된다고 했다. 개혁이라는 허명 아래 해종·훼불을 일삼는 세력들에 대해서는 필요하다면 강력한 징계도 불사해야 한다. 그래야 종단이 바로 선다.

설정 스님은 향후 4년 동안 조계종과 한국불교를 책임진다. 어찌됐든 불거진 의혹들은 하루빨리 해소하기를 바란다. 일말의 의구심이라도 깔끔하게 떨쳐내 총무원장 권위를 올곧게 세워야 한다. 그 위에 선 ‘새 총무원장’을 중심으로 사부대중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조계종의 위상고양과 불교중흥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나가기를 기대한다.


[1413호 / 2017년 11월 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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