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게차에 깔려 발목도 앞날도 산산조각

  • 상생
  • 입력 2017.10.30 14:28
  • 수정 2017.10.30 14:30
  • 댓글 0

조계사·화계사·법보신문 이주민돕기 공동캠페인

▲ 평택 마하위하라 사원 주지 담마끼티 스님이 우뿔씨가 입원한 병원에 방문해 쾌유를 기원했다.

비탈길에서 쌀 1200포대를 쌓아 앞이 안보이는 지게차를 운전하고 있었다. 무언가 휙 지나가는 느낌에 핸들을 돌렸다. 운전을 하던 스리랑카 이주노동자 우뿔(46)씨는 쌀무게에 쏠려 쓰러지는 지게차와 함께 넘어졌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정신을 잃을 정도로 심한 통증을 느끼는 사이 응급실로 옮겨졌다. 마취에서 깨어나 쇠심으로 고정된 발을 바라보자 고통보다는 근심이 앞섰다.

스리랑카 이주민 우뿔씨
쌀포대 옮기던 중 사고나
깁스 풀러도 걷기 어려워
병원비 1000만원 넘어서

2008년 한국에 입국한 우뿔씨는 두 아이의 아버지다. 스리랑카에서 공장 영업과 운전 등을 하며 돈을 벌었지만 두 아이의 교육비를 감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큰 아이가 중등학교에 들어가는 시기에 맞춰 한국에 입국했다.

처음 들어간 곳은 콩나물 공장이었다. 아침 7시~ 오후5시 근무계약을 했지만 현실은 새벽 6시에 출근해 새벽 1시까지 몸이 부서져라 일하는 생활이었다. 주말 없이 일해도 월급은 고작 80만원뿐 이었다. 고된 일을 하는 틈틈이 한국어 공부를 했다. 한국어가 유창해지는 만큼 한국생활은 조금씩 수월해졌다. 고국으로 보내는 돈도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우뿔씨의 성실함은 좋은 인연을 불러들였다. 타국생활에 정을 붙일 수 있는 사장님을 만나 돼지 농장에서 숙식하며 일을 했다. 돼지에게 밥을 주고 분뇨를 치우는 일은 고됐지만 보람도 있었다. 내 돼지를 키우는 마냥 열심히 했다. 사장님 내외는 언제나 성실한 우뿔씨를 아들처럼 대해줬다.

우뿔씨는 한국에 온 지 5년만에 처음으로 고향에 다녀왔다. 영상통화로만 만나던 가족과 포옹하던 순간 뜨거운 눈물이 차올랐다.  짧은 만남을 뒤로한 채 한국으로 돌아왔다. 또 다른 이별이 기다리고 있었다. 일한지 3년이 다돼갈 즈음 사장님은 농장을 처분했다. 농장을 계속하기에는 사장님의 나이가 너무 많았던 탓이었다. 할 수 없이 정든 농장을 떠나 건설현장 일용노동자로 이곳 저곳을 전전했다. 현장 청소, 벽돌쌓기 등 처음해보는 일이었지만 한국말을 제법 할 수 있었기에 일을 빨리 배울 수 있었고 보조일까지 맡아서 했다. 하지만 건설현장은 겨울엔 거의 일이 없었기 때문에 돈을 벌 수 없었다.

지난 9월 우뿔씨는 쌀 공장에 취직했다. 오랜만에 구한 안정된 직장이라 공장장이 시키는 것은 마다하지 않고 했다. 이번 가을 수확된 햅쌀 출고 준비를 하던 날이었다. 밀려오는 주문을 처리하려면 쉬지 않고 일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날도 주문된 양을 맞추기 위해 새벽부터 일하기 시작했다. 지게차가 감당할 수 있을 만큼만 실어야 했는데 무리해서 1200포대를 싣고 옮겼다. 지게차 앞은 보이지 않았고 지나가는 물체를 피하려 핸들을 돌리는 바람에 지게차는 쌀포대와 함께 넘어졌고 우뿔씨의 다리는 차에 깔렸다. 지게차 가드가 그대로 발목을 내리치는 바람에 왼쪽 발목이 산산조각났다. 1차 수술로 일단 발목을 고정했지만 아직 몇 번의 수술을 더 해야할지 기약이 없다. 깁스를 푼다고 해도 발목 근육이 끊어지고 뼈가 완전히 손상돼 정상적으로 걷는 것은 불가능하다.

“건강한 체질이라 몸이 아파 쉰 적은 없었습니다. 몸 하나만 믿고 한국에 와서 열심히 일했는데 가장 소중한 자산을 망가뜨리고 말았으니 앞으로가 걱정입니다. 당장 병원비만 해도 1000만원이 넘는다고 들었어요.”

고향의 가족은 부모님이 돌봐주지만 당장 생활비를 보낼 수 없어 생계가 막막해졌다. 다친 이야기는 차마 하지 못했지만 입원기간이 길어질수록 근심도 깊어지고 있다. 불심깊은 우뿔씨가 바쁜 생활 속에서도 꾸준히 활동했던 평택 마하위하라 사원 주지 담마끼티 스님은 “스리랑카 공동체에서도 모연을 진행하고 있지만 퇴원을 장담할 수 없어 병원비를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며 “한국에 온 이주노동자들이 불의의 사고로 불행해지는 경우가 너무 많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모금계좌 농협 301-0189-0372-01 (사)일일시호일. 02)725-7014

천안=조장희 기자 banya@beopbo.com
 


[1413호 / 2017년 11월 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