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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신행일기] 이동상

기자명 법보신문

▲ 54, 인명
죽음은 여기 저기, 그리고 내 곁에 도사리고 있었다.

부모 죽음서부터 방황 시작
독립·결혼·이혼 등 우여곡절
타종교 다녀도 마음은 공허
‘금강경’ 등 사경하며 귀의

4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다. 엄마와 같이 다니는 일이 잦았고, 부모와 떨어져 한시도 살 수 없을 것 같았다. 어느 날, 영원한 이별이라는 죽음을 알게 된 후부터 두려움에 빠져 살았다.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어떻게 살아야하나.’ 아버지는 53세에 돌아가시고 말았다. 슬픔이 엄습했고 앞은 캄캄했으며 숨도 잘 쉬어지지 않았다. 점차 울음소리만 남았고, 메마른 눈물은 가슴만 미어지게 했다. 그 순간이었다. 사촌이 흐느끼는 막내의 발을 밟았고, ‘아야!’하는 소리가 나왔다. 감당하기 버거운 슬픔의 순간에도 자신의 아픔이 먼저 터져 나왔다. 슬픔은 온데 간 데 없이 비명이 흘러나왔다. ‘난, 누구일까?’ 아버지를 잃은 슬픔도 타자의 아픔이었다. 자신의 작은 고통에 비할 바 아니라는 사실을 문득 알게 됐다. 아버지를 보낸 뒤 3년도 되지 않아 어머니도 눈을 감으셨다.

결혼한 형의 집에 얹혀살다 독립했다. 자취집을 구했고, 주인 아주머니가 다니던 교회에 나가기 시작했다. 찬송가를 부르고 설교를 들으면 눈물이 났다. 기도원에서 금식기도도 했다. 그래도 술만 마시면 부모님 생각에 힘들었다. 인연을 만나 결혼했지만, 책임질 준비가 부족했다. 아이에게 엄마와 생이별을 하게 했다. 가족들에게는 힘들게 사는 모습을 보였다. 한 여성을 이혼녀로 만들었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상처를 주는 삶이 이어졌다. 기댈 곳이 필요했을지 모른다. 아이와 가톨릭 교리를 배우고 세례를 받았다.

삶은 여기 저기, 함정이 도사리고 있었다. 운영하던 작은 가게가 세 들었던 건물이 경매로 넘어갔고 쫓겨났다. IMF로 아파트 계약도 무산됐다. 아들과 살며 몇 해 동안 어렵게 벌었던 모든 게 사라졌다. 새 삶을 준비했다. 성당과 멀어졌다. ‘나는 누구이며,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뚜벅뚜벅, 부처님이 인생에 걸어 들어왔다. 간간히 절을 찾아 108배를 했다. 봉화 각화사에서 절을 하고 내려오자, 갈수록 마음이 편해졌다.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던 때였다. 오대산 상원사 중대사자암 적멸보궁에 1주일 동안 머물렀다. 하루 4번 예불에 참석했고, 오로지 절만 했다. 다리가 많이 아팠지만 예불 내내 절했다. 절하는 내내 ‘참회합니다’만 속으로 되뇌었다. 곁에서 기도하는 젊은 스님이 눈에 들어왔다. 스님은 2시간씩 빠뜨리지 않고 기도했다. 알고 보니 1000일 기도를 하고 있었다. 새벽이면 도량석을 하고 하루 4번 예불을 혼자 집전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경건한 마음이 절로 생겼다. 그때였다. ‘저렇게 일심으로 정성을 다하고 인내하고 노력하며 실천한다면 무엇을 하더라도 두려울 것이 없다!’

새롭고 낯선 환경에서 근무가 시작됐다. 간간히 찾는 절에서 ‘참회합니다’ ‘참회합니다’ ‘참회합니다’ 108번을 했다. 술 끊고 100일 동안 108배하는 원력을 세웠다. 절에 못가면 방에서 여행을 하게 되면 여관에서 했다. 한 번은 직원들과 회식 차 외지에 갔는데 기도 시간이 없어 양해를 구하기도 했다. 가는 길에 혹 사찰이 있으면 들러서 20분만 기다려 달라고 했던 것이다. 하지만 기도를 회향하던 날, 술판이 벌어졌다. 그동안 입에 대지 않았던 술이 목구멍을 타고 술술 넘어갔다. ‘100일 동안 무엇을 위해 인내했을까. 왜 그렇게 기도했을까. 나를 시험하고 고통만 준 일이었을까.’ 거한 술판을 벌인 다음 날, 허탈하기 그지없고 속상했다.

아직 먼지 같은 공덕이라도 남았었나보다. 작은 누나가 상위에 책 몇 권을 두고 갔다. ‘금강경’과 ‘반야심경’ 사경노트였다. 한참을 그냥 뒀다. 그러다 문득 사경이 하고 싶어 책장 넘겨가며 한 자 두 자 꾹꾹 써 내려갔다. 무슨 말인지 이해가 잘 안 됐지만 계속 썼다. 그리고 천천히 암송하기 시작했다.

외운 내용은 법문을 들으면서 이해가 됐다. 오온이 공하다는 것과 12처, 18계, 12연기, 사성제를 이해했다. 무릇 상이 있는 것들의 허상과 발보살심에 필요한 마음가짐 그리고 보시행을 알게 됐다. 인연 따라 생멸하는 ‘나’라는 실체 없는 존재도 어렴풋이 손에 잡혔다. 디지털대학신도전문과정으로 불교의 전반적인 내용을 접하면서 큰 보람을 느꼈다. 많은 사람들에게 부처님 말씀을 전하는 포교사가 되겠다는 원력, 포교사가 된 지금도 날 지탱하는 힘이다.

공동기획:조계종 포교원 디지털대학


[1413호 / 2017년 11월 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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