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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선덕과 보시행

기자명 이제열

승단에 치우쳤던 보시, 중생에게 돌리다

“부처님께서 장자의 아들 선덕에게 말씀하셨다. 그대가 가서 유마힐을 위문하여라. 선덕이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도 그를 찾아가 병을 위문할 수 없나이다. 왜냐하면 제가 예전에 아버지의 집에서 스님, 바라문, 외도, 거지, 고아 등을 위해서 큰 공양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그 때에 유마힐이 나타나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선덕이여 대보시회는 이렇게 치러서는 안됩니다. 어찌하여 당신은 물질로써만 보시합니까? 보시는 반드시 전후가 없이 법으로 보시하는 것이 되어야 합니다. 어떠한 것이 법으로 보시하는 것인가? 모든 중생들에게 자비희사의 사무량심을 일으키며 보시, 지계, 인욕, 정진, 선정, 지혜의 육바라바라밀을 일으키고 육념과 육화를 일으키며 중생의 얽힌 번뇌를 풀어주기 위한 보살행을 일으키며 불국토를 청정케 하기위해 복덕업을 일으키며 실상의 문에 들도록 지혜의업을 일으키며 일체의 조도법을 일으켜야 할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제가 유마힐의 이와 같은 말을 듣고 마음이 청정해져 큰 기쁨이 일어나 값비싼 보배영락을 바쳤더니 유마힐은 그 중 한 몫은 가장 궁핍한 거지에게 주고 한몫은 난승여래에게 드렸습니다. 그리고는 유마힐은 ‘시주가 만약 보시를 하되 못난 걸인을 부처님처럼 대하고 평등한 마음을 일으키며 그 과보를 구하지 아니하면 이것을 일러 법보시라 합니다’ 하였습니다. 그러므로 저는 그에 가서 문병 할 수 없습니다.”

초기경전, 선정 지혜 집중
세상 향한 보시에는 인색
대승경전, 적극 보시 강조
물질에서 법 보시로 회향

선덕은 속인이다. 그러나 그는 부처님의 권화신(權化身)으로 보살의 지위에 있다. 권화신은 부처님이 자신의 깨달음 속에서 중생을 제도하기 위해 방편으로 지어낸 인물들을 말한다. 예컨대 아미타불, 약사여래불, 미륵불, 관세음보살, 문수보살, 지장보살, 선재동자, 유마거사, 승만부인 등 대승경전에 나타나는 모든 인물들이 거의 부처님의 권화신들에 속한다. 이러한 권화신으로서의 선덕이 보시를 베풀 때 유마거사가 나타난 것이다. 여기서 유마거사는 선덕보살의 보시 방법을 비판하고 올바른 보시란 무엇인가에 대해 설명한다. 본래 보시는 불교에서 불도를 성취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수행 실천법으로 강조되어 왔다. 대승에서는 이 보시를 여러 가지 바라밀 가운데에서도 가장 으뜸이 되기 때문에 제일바라밀이라 칭하기까지 한다. 초기 경전에서도 석가모니 부처님이 불도를 이루고 부처가 될 수 있었던 것은 한량없는 세월동안 보시바라밀을 실천한 공덕에 의해서라고 가르친다.   그런데 보시 방법은 소승과 대승 사이에 많은 차이를 보인다. 재가신자들의 보시가 세상 쪽을 향하기보다는 부처님을 비롯한 출가 스님들을 향해 행해진다. 초기 경전에는(대승에서는 초기경전을 소승의 가르침으로 본다) 재가신자들이 이웃의 불우한 자들이나 궁핍한 자들에게 보시를 베풀었다는 이야기가 눈에 잘 띄지 않는다. 대신 재가신자들은 앞 다투어 부처님과 승단을 찾아 갖가지 공양을 올리고 집에 초대하여 공양을 베풀었다는 이야기들이 수없이 등장한다. 다음은 초기경전에는 보시의 형태가 거의 물질보시에 치중하고 있다는 점이다. 불교에서의 보시는 크게 세 종류로 나뉜다. 재보시, 법보시, 무외시가 그것이다. 여기서 재보시는 물질을 베푸는 것이고 법보시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베푸는 것이며 무외시는 약자를 보호하고 사랑하는 것이다. 그런데 초기경전에는 재가자들이 이웃사람들에게 법보시를 했다든가 무외시를 했다는 기록이 미미하다. 초기경전에서는 복을 얻는데 있어 가장 좋은 길은 부처님과 승단에 보시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또한 초기경전을 보면 출가승들이 재가신자나 세상 사람들에게 보시를 했다는 기록이 없다. 출가승들은 경제 활동은 하지 않기 때문에 물질보시는 행하기 어렵다. 그러나 출가승이라 할지라도 법보시나 무외시는 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초기경전에 나오는 출가승들의 모습은 선정과 지혜수행에 부지런할 뿐 세상을 향한 보시행은 인색하기만 하다. 이에 반해 대승경전은 보시의 적극성을 설하고 부처님과 승단에 치우쳤던 보시의 형태를 모든 중생으로 확산시킨다. 그리고 무엇보다 법보시를 으뜸으로 삼으며 물질보시가 물질로 끝나지 않고 법으로 회향될 수 있도록 강력하게 유도한다. ‘못난 거지에게 보시하되 난승여래에게 보시하는 것처럼 한다면 구족한 보시라 할 수 있으며 거기에 과보까지 구하지 않는다면 최상의 보시가 된다’는 유마거사의 설법이 그것이다.

이제열 불교경전연구원장 yoomalee@hanmail.net
 


[1413호 / 2017년 11월 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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