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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자타교환수행으로 지혜 연민 일으키기

기자명 재마 스님

지혜로운 이타심 향상 위해 배워야 할 수행법

지난 주 우리는 고통의 보편성을 볼 수 있는 눈이 필요하고, 남과 나를 동등하게 여기는 마음을 잠깐 살펴보았습니다. 누구나 고통을 겪으면서 살아내고 있다는 것과 타인은 나와 같이 보호와 사랑이 필요한 ‘한 사람’이라는 인식을 갖기 위해서는 지혜로운 이타심, 지혜로운 연민이 필요합니다. 지혜로운 연민이란 고통과 존재의 본질을 이해하고 꿰뚫어볼 수 있는 눈과 깨어 있는 관심으로 모든 이들이 고통에서 벗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타인 돌보고 자기 집착 벗어나
타인에 연민 갖게 하는데 탁월
남 귀하게 여기는 마음 일으킴
삼독 없애고 자아병 치료 특효

먼저 고통을 가져오는 원인인 번뇌의 본질은 환영(幻影)이나 물거품과 같이 실체가 없는 공(空)이라는 것을 인식하는 것입니다. 이런 지혜로 진리의 입장을 이해하면 현상적으로 이루어지는 세상의 많은 고통을 하나의 자비심으로 없앨 수 있는 ‘자타교환 수행’을 할 수 있습니다. 샨티데바 스님은 ‘입보살행론’에서 자타교환수행의 원칙과 방식을 자상하게 소개하고 있는데요, 그 요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자타교환수행의 원칙과 방식은 네 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첫째는 모든 중생의 이익을 위하는 것만 생각하기, 둘째는 몸을 남들의 행복에 사용하기, 셋째는 중생이 주인이라는 생각으로 자신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남들을 위해 사용하기, 넷째 타인을 나 자신이라 생각하고 시기·교만·경쟁심을 다스리기’입니다. 우리에게 익숙하거나 쉬운 방법은 아니지만, 이 수행의 목적이 ‘세속적으로 중생들을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고 행복을 주는 것’이라고 합니다.

자타교환수행은 붓다처럼 깨달은 이가 되고 싶거나 지혜로운 이타심으로 모든 이들이 고통에서 벗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닦고 싶은 이들이 배워야 할 수행법입니다. 이 자타교환수행은 자신을 돌보듯이 타인을 돌보고, 타인을 경시하듯이 자신에 대한 집착을 벗어나 연민을 갖게 하는 탁월한 수행법입니다. 이 수행법을 통해 모든 사람들의 안녕과 행복을 기원하는 넓은 마음을 수련할 수 있습니다.

나 자신을 다른 사람 아래에 두는 것은 참으로 이 세상의 질서와는 거꾸로 가는 가르침인데요, 저는 다른 사람과 함께 협력하면서 일을 하는 것이 서툽니다. 대신 제가 원하는 방식이 확실할 때는 다른 사람이 저의 견해에 따라와 주기를 바라는 데 익숙합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이 나의 의견에 반대하거나 무시하면 화가 일어나는 자동화반응 아래 자신을 두고 사는 습관을 봅니다. 하지만 지혜로운 이타심과 연민이 작동할 때는 서로 협력하거나 다른 사람 아래 제 자신을 두는 것이 그렇게 어렵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 아래 제 자신을 두고 그 사람의 이익을 위한 순수한 마음을 일으킬 때 지혜로운 연민이 점점 자라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이익을 생각하는 것에 익숙해진다면, 또한 다른 이의 이익을 위해 나의 몸을 사용할 수 있다면, 나와 내 것에 집착해서 생기는 마음의 고통은 줄고, 흔히 말하는 보람과 인간애를 실천한 깊은 만족감과 행복감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특히 내가 필요한 것들을 남을 위해 사용하는 데 있어, ‘나를 희생하고 그를 위해 봉사한다’는 개념보다 나와 남이 둘이 아니라는 ‘불이(不二)’의 지혜를 지속적으로 실현하는 무주상보시수행이 가능합니다. 그렇게 되면 섣부른 자만이나 교만이 싹트지 않아 번뇌가 없는 순수한 행복과 평화로움을 느끼는 시간이 점점 늘어날 것입니다. 이것이 지혜로운 연민수행의 이익입니다.

그런데 우리에게는 어쩌면 이러한 마음을 일으키려는 의도를 내는 것조차 낯설고 어려운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남들을 귀하게 여기는 것, 남들이 귀하기에 그들이 자신이 겪는 고통을 견디기 어려워하는 마음을 경험하는 것, 그래서 그들의 고통을 없애려는 의지를 일으키는 것이 연민(karuna, compassion)수행입니다.

이번 주는 낮고 아파하고 비참한 세상을 경험하는 고통 속에 있는 이들과 ‘나’를 교환해보는 상상을 한 번 해보시기를 바랍니다. 남을 귀하게 여기는 마음을 일으키는 것과 자타교환수행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 탐·진·치 삼독을 없애고 ‘자아(自我)’라는 병을 치료하는 특효약임을 기억하며 한 번이라도 실천해볼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재마 스님 jeama3@naver.com


[1414호 / 2017년 11월 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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