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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해인총림 설립과 비구계 수계법회

기자명 이병두

종합수도도량 출범…수계 제도화

▲ 해인총림 설치 후 첫 비구계 수계 기념(1967년 음력 10월 21일, 양력 11월 22일).

1962년 통합종단으로 출범한 조계종은 교단 정상화를 위한 발걸음을 한 발짝 한 발짝씩 내딛고 있었다. 종립 동국대학교를 정상화하고, 종비생 제도를 두어 승려들에게 현대식 교육을 시키며, 동국역경원을 설립해 경전 번역을 시작하였다.

1967년 종회서 총림법 통과
성철 스님 방장 추대로 출범
몇 달 뒤 비구계 수계 법회
순차적 늘어 현재 8대 총림 

그러나 이처럼 겉으로 드러난 것보다 중요한 과제는, 승가의 수행 풍토를 확립하고 비구·비구니 등이 ‘정식으로 부처님 제자가 되었음을 인정해주는 수계(授戒와 受戒)’를 제도화하는 것이었다. 성직자(聖職者)라고 불리는 기독교의 신부나 목사와 달리 ‘출가수행자’인 스님들은 계정혜 삼학(戒定慧 三學)의 수행을 떠나서는 존재할 수 없는 것이고 수행자 됨을 증명해주는 수계 절차는 승려 개인뿐 아니라 교단의 존립이 달린 문제였다.

조선조 500여 년의 억불(抑佛)과 일제강점기의 힘든 시절을 지나는 동안 한국불교는 이 두 가지를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있었다. 수행풍토 운운할 형편이 못되는 때가 많았고, 새로 들어오는 수행자들에게 계를 주는 계단(戒壇)을 율장 규정에 맞추어 구성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이런 점에서 1967년 7월 임시중앙종회에서 총림법을 통과시키고, 이어서 성철 스님의 방장 추대를 결의하여, 해인총림이 정식 출범하고 그 몇 달 뒤에 비구계 수계법회를 개최한 것은 불교사의 획을 긋는 중대한 순간이었다.

본래 총림(叢林)은 ‘석보상절’에서 “얼근 수프리라”고 풀이하였듯이 ‘나무가 얽힌 숲’을 말한다. 그러나 조계종에서 총림은 ‘강원과 선원·율원·염불당 등을 갖춘 종합수도도량’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이런 조건을 갖춘 가야산 해인사가 이때에 가장 먼저 지정·설립되고 그 뒤를 이어 순차적으로 조계(송광사)·영축(통도사)·덕숭(수덕사)과 고불(백양사)총림이 설립되어 각각의 수행가풍을 갖춘 이른바 ‘5대 총림’체제가 유지되었다. 2012년에는 팔공(동화사)·쌍계(쌍계사)·금정(범어사) 총림을 추가지정하여 현재 '팔대총림'이 되었다.

이 사진은 해인사에 총림이 설립된 뒤 정식으로 비구계 수계법회를 가진 뒤의 기념 촬영이다. 앞줄 가운데에 방장 성철 스님, 그리고 오른쪽으로 고암·자운·지월·일타 스님이, 왼쪽 끝에는 젊은 지관 스님의 모습이 보인다. 비구계를 받는 수계자(受戒者)들의 가슴에도 감격이 가득 차있었겠지만, 처음 비구계를 주는 계사스님들의 감동도 이에 못지않았을 것이다. 방장 성철 스님은 당시 만 55세로 요즈음 같으면 젊은 축에 속하겠지만 사진에서 보듯이 기백 넘치는 수행자로, 금방이라도 쩌렁쩌렁 울리는 사자후(獅子吼)를 토해낼 것 같다.

성철 스님은 총림 설립 이후 이어진 ‘백일법문’을 통해 출재가 대중뿐 아니라 일반 사회인들에게도 충격과 감동을 주었고, 불교학자들에게는 발심을 새롭게 하는 자극이 되었던 것이다.

설립 이래 해인총림은 종단의 최고 존엄을 상징하는 종정을 역임했던 고암·성철 스님에 이어 혜암·법전 스님이 종정으로 추대되는 등 한국 불교의 중심 도량의 역할에 충실하고 있다.

이병두 종교평화연구원장 beneditto@hanmail.net
 


[1414호 / 2017년 11월 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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