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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일본으로 밀반출하려다 적발된 불상

기자명 이숙희

도난 문화재 국내 유통 어려워 일·미 밀반출

▲ 영탑사 금동삼존불상, 고려, 충남 당진. 사진출처 : ‘문화재대관’보물-불교조각Ⅰ(문화재청, 2016).

문화재 밀반출은 도난, 불법거래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게다가 문화재 절도범, 장물아비(나까마), 골동상까지 점조직 단위로 활동하면서 깊이 개입되어 있다. 이렇게 도난된 문화재는 국내에서 유통하기 어렵기 때문에 대개 일본이나 미국 등 해외시장으로 흘러들어 가는 것이다. 특히 일본은 오래전부터 고미술시장이 활성화되어 있고 우리 불교문화재 애호가들도 많기 때문에 도난 불교문화재를 밀반출하여 매매하기에 가장 좋은 곳이다.

1964년 보물 제409호 지정된
당진 영탑사의 금동삼존불상
1928·1975년 두 차례나 도난
일본 밀반출 직전에 되찾기도

통도사 은제 아미타삼존불상
1981년 3월 도난·4월 되찾아
2004년 본존불 대좌 밑바닥서
금·수정·마노 등 300여 복장물
조성발원문 발견, 15C작 확인
조선시대 불상연구 중요 자료

일본으로 밀반출하려다 적발된 불상 중에는 크기는 작지만 보물로 지정되어 있는 금동삼존불상의 두 예가 있다. 우선, 충청남도 당진군 면천면 성하리 영탑사에서 발견된 금동삼존불상은 1964년 9월5일에 보물 제409호로 지정되었다. 오래전인 1928년 8월12일 오후 6시30분쯤 충청남도 예산군 고덕면 용곡리에 사는 전직 순사였던 이모씨가 영탑사에 봉안되어 있던 금동삼존불상을 훔쳐 팔려고 하다가 붙잡혀 불상을 되찾아온 적이 있다. 그 뒤 1975년 6월30일 새벽에 또 도둑이 들어 법당 안에 있던 금동삼존불상을 도난당한 후 일본으로 밀반출되기 직전에 되찾았다. 불상을 도난당한지 1년6개월만의 일이었다. 이렇듯 영탑사 금동삼존불상은 두 번의 도난 위기를 넘겼으나 오른쪽 협시보살상이 떨어져 나와 있고 팔목부분이 파손되는 등 크게 훼손된 상태로 다시 돌아왔다.

당시 ‘동아일보’와 ‘조선일보’에 실린 기사 내용은 이러하다. 불상 도난사건의 주범인 전과 9범 김모씨는 특수절도죄로 대전교도소에서 복역하면서 알게 된 유모씨, 송모씨와 함께 1975년 6월30일 새벽 2시쯤 영탑사 대웅전의 문을 드라이버로 뜯고 들어가 고려시대의 금동삼존불상을 훔쳤다. 일단 훔친 불상은 서울에 거주하는 송씨의 집에 숨겨두고 구입자를 물색하였다.

그러던 중 송씨가 가정불화로 갑자기 자살을 하게 되자 송씨의 아버지는 불상 내주기를 거부하였다. 할 수 없이 김씨는 300만원을 주고 불상을 구입해서 왼쪽 협시보살만 떼어 유씨에게 처분해 달라고 맡기고 나머지 본존불과 오른쪽 협시보살상은 형무소 동기인 이모 씨에게 판매하도록 의뢰하였다. 유씨와 이씨는 불상이 팔리지 않자 제주도 남경기념사 주인 이모씨를 통해 일본인과 연락하여 내년 초에 밀반출하기로 하였다. 일본으로 밀반출을 모의했던 일당 8명이 모두 검거되면서 불상은 서울과 부산에서 각각 압수하였다. 이번 사건을 배후에서 조정한 것으로 보이는 유씨는 서울 모 대학 사학과 출신으로 공주 K여중 미술교사를 하다가 승려생활까지 했던 사람이다. 유씨는 1968년 1월 현충사에서 이충무공의 ‘난중일기’를 훔쳐 밀반출을 기도한 일 외에도 1963년 서울 성동구 삼성동 봉은사 승려로 있으면서 보물 321호인 고려시대의 청동은입사 향로를 훔쳤으며 1966년 양산 통도사에서 동제불상 3구를 훔쳐서 팔아먹은 적이 있다. 1974년 9월에는 공주 동혈사에서 추사 김정희가 쓴 ‘구국제민(救國濟民)’이란 현판을 훔쳐 부산 모 골동상에 팔았던 것도 유씨였다.

▲ 통도사 은제도금아미타삼존불상, 조선(1450), 통도사성보박물관. 사진출처 : ‘문화재대관’보물-불교조각Ⅰ(문화재청, 2016).

당진 영탑사 금동삼존불상은 연화대좌 위에 비로자나불상을 중심으로 좌우에 협시보살상이 배치된 특이한 형식의 고려시대 불상이다. 높이는 본존불 27.5cm, 왼쪽 보살상 17.8cm, 오른쪽 보살상 18cm로 본존불이 협시보살에 비해 유난히 큰 편이다. 이 삼존불상은 크기나 양식적 특징에서 다소 차이가 있어 원래부터 한 짝이었는지 의심스럽다. 본존불은 육각형 대좌 위에 앉아 있고 협시보살상은 중대에서 뻗어 나온 연화줄기 위에 표현된 연꽃 위에 각각 앉아 있는 모습이다. 삼존불상은 모두 옷자락이 대좌 위를 덮고 있는 상현좌 형식으로 표현되었다. 특히 육각형 대좌는 통일신라시대의 대좌 형식을 따른 것이나 중대와 하대석에 뚫려 있는 안상(眼象)이 특이하며 반마름꼴 형태로 늘어진 옷자락은 형식화되어 있다. 

경상남도 양산시 하북면 통도사 성보박물관에 있는 은제도금 아미타삼존불상 또한 1981년 3월15일 오전 7시쯤 도난당한 후 다음달인 4월4일 부산 골동상에 의해 일본으로 밀반출되기 직전에 되찾았다. 대구 중부경찰서는 불상을 훔친 통도사 승려 황모씨를 검거하고 불상은 부산 중구 광복동 삼보당에서 회수하였다. 승려 황씨는 지난달 15일 오전 7시쯤 통도사 김모 승려의 방 캐비닛 안에 있던 불상을 훔쳐서 삼보당 주인에게 250만원을 받고 팔아 넘긴 것이다. 황씨가 훔친 은제도금 삼존불상은 거의 파손되지 않은 채 금빛이 찬란하며 정교하게 만들어진 조선시대 불상이다. 2012년 2월22일에 보물 제 1747호로 지정되었다.

통도사 아미타삼존불상은 높이 11cm, 폭 11.8cm로 크기가 매우 작으며 연화대좌 위에 입상과 좌상으로 구성된 삼존불상이라는 점에서 특이하다. 현재 두껍게 도금되어 있어 원래의 모습을 많이 잃어버렸지만 상 전체가 둔중한 느낌을 주며 조각기법 역시 세련되지 못하고 투박하다. 1989년에 실시한 1차 조사 때 불상의 내부에 복장이 납입되어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는데, 2004년에 본존불 대좌 밑바닥에 뚫려 있는 지름 2.2cm의 작은 구멍에서 금, 은, 진주, 수정, 마노, 직물 등 30여건의 복장물과 ‘조성발원문’이 발견되었다. 이 발원문은 1450년(세종 32) 5월 조사(造士) 해료(海了)가 약 400여명의 승속과 향도들이 뜻을 모아 불상을 조성하였을 때 기록한 것으로 시주자의 이름이 모두 나열되어 있는 것이 주목된다. 특히 발원문에 나오는 ‘원성미타삼존동발원(願成彌陀三尊同發願)’의 내용을 보면, 이 불상이 15세기 중엽인 조선 초기에 조성된 아미타삼존불상임을 알 수 있다. 한때는 발원문의 연대를 중수된 시기로 보고 통일신라시대에 제작된 상으로 추정하기도 하였다.

불상의 존명과는 다르게 아미타불상이 석가불이 취하는 항마촉지인을 하고 있으며 관음과 세지보살상 역시 경권을 두 손으로 비스듬히 잡고 있다. 본존불 아미타불좌상은 몸에 비해 머리가 약간 큰 편으로 신체비례가 적당하지 않고 젖가슴이 표현된 점이나 팔뚝을 굵고 뭉뚝하게 처리한 점 등은 조선시대 불상에서 볼 수 있는 특징이다. 그러나 머리 위에는 육계가 표현되지 않고 보주 형태의 계주가 큼직하게 표현된 점, 한쪽 어깨에 걸친 두터운 우견편단의 법의의 굵은 옷주름 표현 등은 새로운 요소로서 중국 원대와 명대의 티베트 불상양식이 반영된 것이다. 특히 정상계주는 고려 말에 티베트 양식의 불상과 함께 전해져 조선 초기에 이르기까지 나타나는 불상 형식이다. 좌우의 협시보살상은 모두 연화좌 위에 입상으로 서있다. 천의자락이 휘날리는 모습이 예스러우나 보관이나 천의 표현에서는 화려하고 장식적인 요소가 엿보인다. 특히 보관 중앙에는 관음과 세지보살의 상징인 화불과 보병이 각각 새겨져 있다.

통도사 아미타삼존불상은 오랫동안 진위문제로 논란되어 왔다. 다행히 근래 불상의 복장물이 발견되면서 1450년의 조선 전기에 조성되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으며 양식상 중국 원·명대의 불상에 영향을 받은 외래적 요소가 남아 있어 조선시대 불상을 연구하는데 중요한 자료가 된다.

이숙희 문화재청 문화재감정위원 shlee1423@naver.com
 


[1414호 / 2017년 11월 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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