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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이라는 이름의 욕망

입시철이 되니 수험생들의 대학 지원을 위한 정보들이 뉴스 매체에 자주 등장한다. 그 가운데는 가급적 지원을 회피해야 할 대학들 리스트도 있는데, 이 리스트에 금강대가 들어 있다. 정부대학평가에서 D등급을 받아 정부 재정 지원 사업 신청이 불가능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장차 폐교해야 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대학으로 평가된 셈이다. 금강대는 그간 천태종에서 상당한 재정적 부담을 떠안으면서 지원해 온 대학인데 처참한 성적표를 받음 셈이다.

전체 한국 대학순위에서는 최하위 그룹에 속하지만, 금강대는 불교계에서 주목을 받아 온 대학이다. 불교계에는 대학 자체가 희귀하기 때문이다. 동국대와 위덕대를 제외하면 제대로 된 대학으로 인정받는 불교계 대학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불교인들은 사실상 한국의 2대 불교종단이라 할 수 있는 천태종에서 설립한 금강대가 훌륭히 성장하기를 희망했는데, 그 희망이 부질없는 것이 되었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는 문제일 수도 있지만, 한국불교가 사회적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원인이자 결과가 바로 불교계 대학의 설립 부족이다. 한국 기독교인들은 연세대와 이화여대 같은 한국사회가 명문대로 분류하는 대학들을 설립하였고, 이는 오늘날 한국기독교가 사회적 영향력을 발휘하는 기초가 되었다. 한국기독교의 짧은 역사를 생각하면 놀라운 일이다. 반면에 한국불교는 1600년 역사를 가지고 있음에도 동국대 외에는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대학을 설립한 것이 없다. 여러 상황들이 어려웠겠지만, 불교인들이 대학 설립에 그다지 관심을 가지지 않은 것을 원인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대학들이 급격한 구조조정을 겪는 이 시점에서 불교인들이 대학을 설립하자는 말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냉정하게 보면 근래 설립한 불교계 대학들은 설립하지 않는 것이 현명한 판단이었을 수도 있다. 금강대를 설립할 무렵에 한국에 수많은 대학들이 설립되었다. 대학 설립은 장기적인 시각을 가지고 해야 하는데, 대학이라는 그 이름에 대한 욕망만으로 많은 개인과 단체들이 대학 입학 가능 인구가 급격히 줄어들 것이 예상되는 시점에 대학을 세웠다. 그 결과 10년 내에 수많은 대학이 문을 닫아야만 했다. 우리 사회는 대학이라는 ‘이름’에 대한 헛된 욕망을 가지고 있는데, 불교인들 역시 예외가 아니다. 사찰들에서 운영하는 수많은 불교교양대학들은 이러한 욕망에 편승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사람들이 대학이란 ‘이름’에 집착하는 이유는 그것이 사회의 최고위 교육기관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상황이 바뀌어 대학 학부는 보통 교육기관이 되었다.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사람도 사회의 엘리트가 되지 못하는 시대이다. 사회는 이제 새로운 형태의 고도의 전문 교육기관과 시스템을 필요로 하고 있다. 여전히 수많은 학부모들이 자녀들을 명문대에 보내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 기울이지만, 그것은 대학이 정말로 그 학생 자신을 위해서나 사회를 위해서 필요로 하는 지식들을 가르친다고 믿기 때문이 아니다. 명문대를 나와야 극도의 경쟁사회에서 도태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줄어들 것이라는 데 대한 막연한 기대감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의 명문대는 이상적인 측면에서는 물론이고 실용적인 측면에서조차 개인과 사회가 필요로 하는 지식을 학생들에게 가르쳐주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용기 있는 젊은이들은 요식업, 게임 산업, 농업, 엔터테인먼트 산업, 소프트웨어 산업 등 분야에서 대학이 아닌 전문 교육 기관에서 배운다.

불교인들도 이제 대학에 대한 헛된 욕망에서 벗어나 대학이라는 과거의 최고위 교육기관에 집착하지 말고 새로운 형태의 최고위 전문 교육기관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 교육기관이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과 형식을 갖추어야 하는지를 쉽게 말하기는 어렵지만, 한국불교가 가지고 있는 문화적 자산, 자연적 자산, 정신적 고갈 상태 있는 현대인들이 불교에 대해 가지고 있는 기대감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면 불교가 만들 수 있는 전문 교육기관의 윤곽이 그려지리라고 생각한다.

김종인 경희대 객원교수 laybuddhistforum@gmail.com
 

[1416호 / 2017년 11월 2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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