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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악행 하는 사람에 연민 일으키기

기자명 재마 스님

무자비 해로움 관찰이 연민심 계발 첫걸음

지난 한 주 한 순간이라도 자신만큼 소중히 여길 수 있는 사람을 만나보셨는지요? 무슨 일이든 긍정적으로 바라보며 “좋아!”라고 받아들이는 경험은 어떠셨는지요? 불편한 상황에서도 유익함을 배우셨나요? 타인을 향한 습관적 평가나 비판적 시각을 연민과 자애로 바꾸는 시도를 해보셨는지요? 또한 어려움 중에도 자비심이 일어나는 경험을 해보셨다면 한 걸음 더 나아가는 시도를 권하고 싶습니다.

마음이 자비로울 때 행복 경험
잔인함 느낄 때 불편하고 고통
남에 슬픔 준 사람 자유 기원 등
모두에 자비심 일으킬 때 가능

만약 아무도 자신만큼 소중한 사람을 발견하지 못했다 해도 괜찮습니다. 좋습니다. 먼저 연민의 마음을 계발하는 첫 걸음으로 자비심의 이로움과 무자비의 해로움을 먼저 따져보면 좋습니다. 자비심의 이익과 자비심이 없을 때의 불이익을 헤아려보는 것입니다. 가장 먼저 마음이 자비로울 때는 우리 자신이 편안하고 행복함을 경험합니다. 그러나 자비심과는 거리가 먼 잔인함을 느낄 때의 마음은 불편하고 괴롭습니다. 그러므로 연민과 자비심을 계발하는 것은 바로 우리 자신을 위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이익과 불이익을 숙고한 후에는 실제로 수행을 시작해보길 권합니다.

고통 받고 있는 한 사람을 떠올리고 그 사람을 향해 마음으로 조용히 “당신이 고통에서 자유롭기를 바랍니다”라는 기원과 에너지를 보냅니다. 다음으로 한 단계 더 나아간다면 다른 사람을 힘들게 하고 슬픔과 고통을 주는 사람을 떠올려 그를 위해 “당신도 고통과 고통의 원인에서 자유롭기를 바랍니다”라고 기원을 합니다. 타인에게 고통을 주는 사람을 보면서 싫어함과 경멸과 증오로 반응을 한다면 그것 또한 자애와 연민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기 때문에 고통의 원인이 됩니다. 우리 자신도 고통과 고통의 원인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애와 연민을 길러야 합니다.

세월호 사건이 있은 후, 얼마간 광화문 천막에 가서 고통 받는 이들과 함께 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열심히 활동한 분들에 비해 아주 미천하지만 그때는 고통을 함께 나누기 위해 나름 최선을 다했는데 점점 힘들어지는 순간이 다가왔습니다. 그것은 ‘공의(公義), 의분(義憤)’이라고 부르는 정의를 외치면서 분노를 함께 일으켜야 하는 분위기 때문이었습니다. 당시 저는 고통 받는 이들이 가해자에 대해 분노와 적개심으로 더 상해가는 모습을 보면서 어떻게 도와야 할지 무력함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그때 분노보다 연민심이 일어나 모두가 고통에서 벗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이 자라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때 ‘사악한 사람에게 자비심을 일으키는 것은 다르마의 길에서 진보의 표시’라는 엘렌 윌리스의 가르침을 듣지 못했다면 아직도 번뇌를 일으키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티베트의 스승 게쉐 랍덴 스님은 “공성과 연기의 관점에서 보면, 능력 있고 원기왕성한데도 사악한 행위를 하는 사람에게는 특히 자비심이 필요하다. 그는 이생과 다음 생을 윤회하며 다른 사람들뿐만 아니라 자신에게도 고통을 주는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했습니다.

‘아티샤의 명상요결’을 정리한 엘렌 윌리스는 연민수행을 첫째는 고통 받는 사람, 두 번째로 악행을 저지르는 사람, 그 다음으로 사랑하는 사람이나 친구에게, 그다음엔 무관심한 사람, 마지막으로 자신에게 해를 주거나 주기를 원하는 사람에게 똑 같이 고통과 고통의 원인에서 벗어나기를 바라는 자비심을 계발하라고 전합니다. 이 다섯 단계의 모든 사람에게 평등하게 자비심이 흐를 때까지 연민심을 수행하라고 가르칩니다.

참 쉽지 않은 수행법입니다. 모든 존재를 아주 잠깐 평등하게 대할 수 있는 것은 일시적인 자비심이 있을 때 가능합니다. 바로 모든 존재에게 평등하게 자비심을 일으키겠다는 의도를 가질 때입니다. 그 시작은 지금 고통 받고 있는 존재들에게 일시적으로 연민을 느낄 때입니다. 그리고 우리 주변에서 사라져가는 것을 지켜보는 아픔과 덧없음, 무상함과 더불어 공성의 진리를 깨닫는 통찰력이 합해진 더 깊은 자비심을 계발할 수 있습니다. 비이원적인 대자비심은 공성의 깨달음과 결합해서 생겨납니다.

재마 스님 jeama3@naver.com

[1416호 / 2017년 11월 2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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