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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에 당황한 스님이 한 말은

  • 기자칼럼
  • 입력 2017.11.27 13:16
  • 수정 2017.11.27 13:17
  • 댓글 1

며칠 전 친분 있는 한 스님으로부터 푸념 섞인 경험담을 들었다. 이 스님은 오랫동안 부산지역에서 도심포교당을 운영하면서 나눔 활동을 전개해 지역불자뿐 아니라 관공서에 근무하는 공무원들에게도 신망이 두터운 분이었다. 특히 해마다 김장철이면 관할 경찰서를 찾아 직접 담근 김장 김치를 나눴고, 매년 동지 때면 팥죽을 쒀서 경찰서와 소방서 등에 전달했다.

그랬던 스님은 지난해 난감한 일을 겪었다. 지난해 동지 때도 예년처럼 300인분의 팥죽을 쒀서 경찰들과 나누기 위해 관할 경찰서를 찾았다.

그러나 관할 경찰서장으로부터 예상치 못한 답을 들어야 했다. 관할 경찰서장은 “스님의 정성은 고마우나, ‘김영란법’ 때문에 자칫 오해가 생길 수 있으니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당황한 스님은 “우리는 아무런 대가도 바라는 것이 없고, 신도들의 정성이니 받으라”고 몇 번을 말했지만, 경찰서장은 한사코 이를 거부했다. 할 수 없이 스님은 정성껏 싸간 팥죽을 그대로 들고 돌아와야 했다.

스님은 “추운 날 고생하는 경찰 기동대원들에게 따뜻한 음식 한 그릇도 공양하지 못하도록 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부정한 청탁을 막자는 취지는 알겠지만 ‘김영란법’ 때문에 작은 것 하나라도 서로 나누는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전통까지 사라지지 않을까 걱정스러울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스님은 “많은 사찰에서 김장김치나 동지 팥죽을 지역 관공서에 나누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나처럼 이런 일을 겪지 않으려면 미리 확인을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비단 이 스님뿐 아니라 지난해 9월말부터 시행된 ‘김영란법’으로 불교계의 나눔 활동이 되레 위축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특히 송년을 맞아 공공시설 종사자의 자녀에게 지원되던 장학금마저도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거부되는 사례도 종종 들려온다.

일명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에 관한 법’은 그야말로 부정한 방법으로 이익을 얻거나 대가를 바라는 일을 막자는 취지다. 공명정대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제도라는 데 두말할 여지가 없다.

▲ 주영미 기자
그렇더라도 사찰과 같은 종교단체가 신도들의 정성을 모아 어려운 여건에서 근무하는 공공기관의 근무자에게 전달하는 자비의 온정마저 부정한 청탁으로 내몰 수는 없는 일이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 사회는 더 각박해지고 비인간적인 세상이 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우리 사회 일각에서 ‘김영란법’을 현실에 맞게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왕 법이 개정된다면 취지는 살리되 종교단체에서 진행되는 자비의 온정이 왜곡되는 일이 없도록 현실에 맞게 개정될 필요가 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주영미 기자 ez001@beopbo.com
 


[1417호 / 2017년 11월 2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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