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43. 사명대사 동상 제막식

기자명 이병두

박정희와 재력가들도 불사에 동참

▲ 서울 장충당 공원의 사명대사 동상.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당시 의승군을 일으켜 지휘하며 관군보다 더 큰 활약을 하고 임금 선조의 부탁을 받아 수신사가 되어 일본을 오가며 전후 처리 등 외교를 맡았던 사명대사 동상을 제막하는 행사가 1968년 5월11일 서울 장충공원에서 열렸다. 송영수가 조각하고 이희승의 발문을 서예가 김충현이 써서 새긴 동상 제막식에는 대통령 박정희 부부와 국회의장 이효상, 조계종 종정 고암 스님 등 5000여명이 참석했다. 동상 제막 사진에서 보듯이 군 의장대와 악대가 동원되어 분위기를 돋우고 있어서 동상 건립이 정부와 밀접한 관계에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사업에는 다음과 같은 배경과 역사가 있다. “제1회 5·16민족상 산업부문 장려상수상자 이한상(이하 덕산)씨가 상금 50만원을 기탁하여 선열들의 조상(彫像)을 건립”하자는 제안에 따라 1966년 8월 ‘애국선열조상건립위원회’를 결성하고 당시 권력의 제2인자였던 김종필 공화당 의장이 ‘위원회’의 총재를 맡고 서울신문사가 주관하여 군대 작전식으로 추진하였다.

1968년 5월 11일 장충공원에
이한상 제안, 김종필 총재맡아
배경에는 장기집권 위한 포석
피폐했던 불교계 승재가 환영

동상 조성과 건립에 들어가는 돈은 힘 있는 권세가 또는 잘 나가는 재계의 실력자들에게 하나씩 떠맡기는 식으로 진행되어 가장 먼저 박정희 대통령이 이순신 동상을, 그 다음 김종필이 세종대왕을, 세 번째로 이한상이 사명대사 동상 건립비용(600만원)을 헌납하였다. 박정희가 앞장서서 돈을 내었으니 그 뒤로 재력가들이 나설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필요한 돈은 재력가들이 내게 하고 김세중·김경승 등 내로라하는 조각가들과 이은상·최현배·이희승·박종홍 등 저명 학자들, 서예가 김충현 등 각 분야의 최고 권위자들에게 조각·발문(跋文) 쓰기와 글씨를 의뢰하였다.

박정희는 이순신부터 시작해서 열두 번째 퇴계까지 동상 제막식에 단 한 번도 빠지지 않았다. 명분으로는 ‘애국선열을 극진하게 기리는 추모의 마음’을 내세웠지만 짧은 기간에 동상을 양산(量産)한 배경에는 장기 집권 기반을 다지려는 ‘민심 끌어안기 작전’이 있었을 것이다. 한편 덕산은 겉으로 “일본인에게 억눌려온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일본인을 지략과 무용으로 지배했던 조상이 있었다는 사실을 일깨워주기 위해서”(동아. 1968년 5월11일자)라고 내세우면서 이 사업에 사명과 원효 스님을 포함시켜서 땅바닥까지 떨어진 불교의 자존심을 되살리려는 목적을 갖고 있었다.

그는 당시 국내 최대 건설회사인 풍전산업을 경영하면서 ‘대한불교’ 발행과 대불련·군법사단 지원 등 불교발전을 위해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었다. 당시 불교 현실은 그가 아니었으면 어느 곳도 온전한 역할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취약한 상태에 있었다.

1962년 조계종이 통합종단으로 출범했다고 하지만 그 뒤로도 분규가 계속 이어져 종단이 선대의 훌륭한 스님들을 기리는 사업을 펼칠 엄두조차 낼 수 없었던 상황에서 사명당 대사 동상이 제막되자 승재가를 막론한 불자들은 환호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니, 제막식이 끝난 뒤 따로 ‘사명대성사 봉안대재’를 개최하여 축제를 펼치고 ‘대한불교’ 신문에는 중진 스님과 불교학자·국회의원의 특별기고문을 게재한 데에서 그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다.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당시 사명당의 의승병 모집과 전투참여 등에 대해 “출가 수행자의 본분을 어기고 살생을 했다”, “이 동상 건립이 박정희의 독재를 합리화시키는 도구에 불과했다”는 비판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유 있는 주장일 것이지만 워낙 침체해 있던 불교계로서는 이런 문제에까지 신경을 쓸 엄두를 낼 수 없었을 것이다. 따라서 당시 이 사업을 추진한 덕산이나 환호했던 당시 불교인들에게 심한 비판을 한다면 너무 가혹하지 않을까.

이병두 종교평화연구원장 beneditto@hanmail.net
 


[1417호 / 2017년 11월 2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