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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희망연대, 수불 스님 사조직이었나

  • 기자칼럼
  • 입력 2017.12.01 14:48
  • 수정 2018.01.08 10:42
  • 댓글 30

기자칼럼-권오영 기자

수불 스님, 종단정치 퇴진에
불교희망연대도 해산 분위기
‘불교의 새 희망 되겠다’ 선언
수불스님 변심에 1달만에 접나

▲ 불교희망연대는 10월25일 창립 발기인대회를 열고, "한국불교의 새 희망을 만들어 가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최근 수불 스님의 종단정치 일선 퇴진 선언에 따라 불과 1달 만에 해체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에서 ‘금품살포’ 혐의로 호법부의 조사선상에 오른 안국선원장 수불 스님이 돌연 ‘종단 현실정치에서 떠나겠다’는 입장문을 발표해 궁금증을 낳고 있다. 수불 스님은 제35대 총무원장 선거에서 234표 대 82표라는 ‘참패’를 겪고 난 이후에도 “심기일전 하겠다” “이제 시작이라는 마음으로 새롭게 출발하겠다”며 재도전에 대한 강한 의지를 천명했다. 이에 따라 수불 스님은 총무원장 선거가 끝난 2주 뒤인 10월25일 창립된 ‘불교희망연대’라는 승가단체의 고문을 맡으며 의욕적인 활동을 예고했다.

그랬던 수불 스님이 불과 1달여 만에 ‘종단정치’를 그만두겠다고 밝히면서 배경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호법부 조사를 앞두고 “일단 소나기는 피해가자는 것 아니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수불 스님의 공식입장은 아니어서 앞으로도 ‘종단정치 일선 퇴진’ 배경에 대한 해석이 분분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수불 스님과 함께 하기로 했던 ‘불교희망연대’도 해체수순을 밟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특히 교계 한 인터넷매체는 “(수불 스님이) 불교희망연대를 해체하고 자신을 지지한 중앙종회의원 종책모임 법륜승가회와의 관계도 정리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불교희망연대는 이와 관련해 공식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불교희망연대에 참여했던 한 스님은 “수불 스님이라는 구심점이 사라져 활동이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사실상 해체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불교희망연대는 지난 10월25일 “불자와 국민에게 새로운 불교의 의지처가 되도록 노력하고, 인재양성과 발굴을 통해 새로운 희망을 써가겠다”며 야심차게 출발했다. 당시 발기인 명단에 50여명의 스님들이 참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종단 내부에 새로운 대안세력이 생기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특히 불교희망연대가 종단 현실을 ‘절망’에 가깝다고 매섭게 진단하며 “△새로운 승풍진작 운동 △불교의 대사회 역할 강화 △종단 혁신” 등의 사업방향을 제시한 점도 종단 안팎의 주목을 받았다. 어떤 조직이든 비대한 권력은 부패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불교희망연대가 새 집행부에 ‘균형과 견제’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기도 했다.

그런 불교희망연대가 수불 스님의 ‘변심’을 계기로 발기인대회를 연 지 1달도 안 돼 해체수순을 밟고 있다는 것은 의외다. “한국불교의 시련을 발전과 도약의 디딤돌로 삼겠다” “불교희망연대가 새로운 희망이 되겠다”는 등의 호기에 찬 구호와 선언이 단순히 수불 스님의 ‘마음’ 하나에 매달려 있었던 것인지 의아할 뿐이다.

물론 조직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구심점과 재원이 필요하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그렇더라도 수불 스님이 떠남과 동시에 불교희망연대 자체를 해산하겠다는 것은 불교희망연대 구성원들이 스스로 수불 스님의 하수인이었거나 불교희망연대가 수불 스님의 사조직에 불과했었음을 시인하는 꼴이다. 그동안 내놓았던 종단개혁을 위한 일단의 구호들이 순수한 애종심이 아닌 진영논리에 따른 것은 아니었는지 의구심마저 든다.

 
불교의 새로운 희망이 특정인의 총무원장 당락에 의해서만 좌우되는 것은 아니다. 불교의 현실을 직시하고, 새롭게 변화시키겠다는 원력이 하나하나 모아질 때 비로소 희망이 만들어진다. 절망에서 희망을 찾겠다던 이들이 수불 스님의 결정에 따라 모임 자체를 해산하는 상황 자체가 절망스러운 종단 현실을 반영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1418호 / 2017년 12월 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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