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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시대, 불교의 길을 제시하다

  • 교학
  • 입력 2017.12.04 17:35
  • 수정 2017.12.22 10:30
  • 댓글 1

한국불교학회, 국제학술대회
불교와 4차 산업혁명 주제
국내외 발제·토론자 60여명
새 시대에 불교 대응 모색

인공지능·사물인터넷·빅데이터 등으로 대변되는 4차 산업혁명이 눈앞의 현실로 다가온 가운데 불교계가 혁신기술을 어떻게 활용하고 어떤 방식으로 대응해야 하는지를 심층적으로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한국불교학회는 12월2~3일 동국대 서울캠퍼스에서 ‘불교와 4차 산업혁명’을 주제로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번 학술대회는 국내외 학자 26명의 발제, 9명의 좌장, 26명 논평자 등 모두 60명의 학자들과 800여명의 청중들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됐다.

한국불교학회는 이번 학술대회 개최를 위해 지난 3월 최호진 카이스트 전산학부 교수를 초빙해 워크숍을 개최한 것을 시작으로 4월에는 김대영 카이스트 전산학부 교수, 5월에는 김동한 경희대 전자공학과 교수, 6월에는 장성주 카이스트 건설 및 환경공학과 교수, 7월에는 원광연 한국과학기술연구회 이사장을 잇따라 초청해 발표자와 토론자들의 이해를 높이는 시간을 마련했다.

▲ 한국불교학회장 성운 스님이 '불교와 4차 산업'을 주제로 기조강연하고 있다.
한국불교학회장 성운(동국대 석좌교수) 스님은 개회사에서 “4차 산업혁명시대 불교의 위상은 우리의 혁신 역량과 의지에 달려 있다”며 “불교는 미래를 지향하는 종교로서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역할과 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는 나침반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스님은 “우리 불교철학이 4차 산업기술의 부정적 요소를 어떻게 극복하고 이를 긍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에 관한 명확한 해답을 도출해내야 한다”며 “그리하여 불교와 4차 산업이 상입융합해 모든 생명 모든 사람들에게 행복을 제시하는 한국불교, 미래의 불교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계종 총무원장 설정 스님은 불교학계가 불교와 4차 산업혁명에 관련한 연구를 진행하는 것이 대단히 고문적인 일이라고 격려했다. 설정 스님은 “우리 불교계는 새 시대에는 ‘혁명만이 살 길’이라는 마음가짐으로 4차 산업혁명에 적응해 가야 한다”며 “우리 종단도 이러한 불교의 4차 산업혁명의 행보를 적극 뒷받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동국대 이사장 자광 스님은 “4차 산업혁명이라는 새로운 시대에는 우리 인간의 정신혁명, 마음의 혁명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며 “모든 것이 연기법에 의해 존재하는 것임을 자각하고 정신세계를 확장해 나갈 것”을 역설했다.

동국대 총장 보광 스님은 “문화사적으로 볼 때 우리 불교가 지닌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다른 문물을 받아들일 때 보이는 연기론적인 수용성이었다”며 “불법을 전파하는 과정에서 불교는 세계 어느 대륙에 가더라도 그 지역의 문화를 창조적으로 수용하면서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나갔다”며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는 불교의 모습도 그런 장점을 십분 발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김종욱 정무부시장이 대독한 축사에서 “4차 산업의 본질은 모든 인간의 행복한 삶이 돼야 한다는 것으로 이는 불교정신과 맞닿아 있다”며 “모든 산업혁명이 그러했듯이 4차 산업혁명에는 명암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이어 구체적 사례로 “양극화 심화, 대량 실업, 인간 효용가치의 하락 등이 예상되고 이로 인한 불평등의 심화, 인간소외 등을 부추길 수 있다”며 “저는 여기에 불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고 불교를 통한 인간의 정신혁명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4차 산업혁명은 융합의 시대로 함께 이야기하고 토론하는 협력의 시대로, 새로운 미래는 융합적 사고와 상상력을 통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며 “4차 산업시대는 인간과 로롯, 인간과 드론 등 ‘관계’가 핵심에 대한 많은 토론과 이야기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축사가 뒤에는 원광연 한국과학기술연구회 이사장과 한국불교학회장 성운 스님이 4차 산업과 불교를 주제로 기조강연이 이어졌다. 원 이사장은 제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변화와 그 시대가 필요로 하는 인간상에 대해 설명했다.

산업혁명은 18세기 중엽 영국에서 시작된 기술혁신과 이에 수반해 일어난 사회·경제 구조의 변혁이다. 2차는 19세기 말의 전기 동력 대량 생산, 3차는 1960년대 컴퓨터 생산, 4차는 현재 ICT 기술 지능형 공장과 제품 탄생을 일컫는다. 원 이사장은 제4차 산업혁명의 기술적 핵심으로 ‘정보의 재평가’(인공지능, 빅데이터, 나노, 바이오 등), ‘물질의 반격’(3D프린터, 로봇, 드론, 자율주행자동차), ‘주객의 전도’(인류, 생활 형태, 사물)를 꼽았다.

그는 1차 산업혁명이 기계가 중심이 돼 시간을 바라보는 인간의 인식을 바꿔 놓았다면, 2차는 전기가 중심이 돼 공간(실제)에 대한 이해를 바꿔 놓았다고 평가했다. 또 3차는 디지털이 새로운 공간(가상)을 창출해 냈으며, 향후 로봇과 인공지능 등 기술혁신이 이뤄질 4차는 실제와 가상이 혼재된 새로운 공간 개념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했다.

원 이사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기계를 소유한 사람들 △기계가 못하는 것을 할 수 있는 사람들 △기계가 싫어하는 일을 해야 하는 사람들의 3종류로 나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기계가 못하는 것을 할 수 있어야 가장 이상적인 인간으로, 곧 ‘기계를 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 수 있으며, 공유할 수 있고, 향유할 수 있고, 사유할 수 있는 인간’이라고 밝혔다. 원 이상은 “4차 산업혁명 시대는 매우 이질적인 것들이 상호작용해서 일체감과 최적의 상태를 경험하게 한다”며 “그것이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요구하는 하이브리드 인간”이라고 밝혔다.

한국불교학회장 성운 스님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불교의 역할과 불교계의 대응방법에 대해 강연했다. 스님은 4차 산업혁명이 인간 삶의 곳곳에 편리성을 가져다주겠지만 인간 고유가치의 혼란, 인공지능의 공포 등으로 인간 소외를 부추길 것으로 예측했다. 극단적인 양극화로 인해 대립과 반목을 가져오는 동시에 빈곤 등 문제를 야기할 수 있으며, 이러한 문제들은 물질로는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스님은 “4차 산업혁명은 인간이 행복을 위해서 만들어가는 세상으로 4차 산업혁명도 인간의 고통을 극복하는데 있는 것이니 인간이 얼마든지 제어할 수 있다”며 “불교는 공동체 회복, 자비 정신의 구현 등으로 새로운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님은 또 “불교학자뿐만 아니라 세계 유수의 석학들도 모든 존재가 상호의존하고 연결돼 있다는 불교의 연기론과 현대과학의 관계론, 인과 원리가 서로 통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불교적 입장에서 인공지능 연구에 관심을 갖고 연구가 올바른 방향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하여, 인간의 행복을 위해서 불교적 철학을 통해 대단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님은 4차 산업혁명시대에 불교계의 구체적인 대응방법으로 종단차원의 연구기관 설립, 불교 빅데이터 구축, 4차 산업 기술의 활용 방안 모색, 전문적인 지도자 양성 등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불교야말로 현대과학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는 높은 단계의 종교’라는 아이슈타인의 말을 인용한 스님은 “불교가 지닌 과학성과 합리성, 미래를 향해 무한히 열린 개방성은 불교와 4차 산업의 기술을 상입상즉(相入相卽)하는 데 있을 것”이라며 “4차 산업 AI, 인공지능시대에 있어 기술의 역기능을 제어하고 순기능의 기술을 활용해 인류의 행복을 극대화하는 길은 오직 불교의 연기법(緣起法) 로드맵만이 가능할 것이라 확신한다”고 밝혔다.

▲ 12월2일부터 이틀 동안 5개 주제로 나뉘어 진행된 국제학술대회는 뜨거운 관심 속에 진행됐다.
▲ 이번 국제학술대회는 26명의 발제자를 비롯해 60여명의 학자들이 발표하고 토론에 참여했다.
개회식이 끝난 뒤에는 이틀 동안 5개 주제로 동국내 만해관 대강의실, 만해관 모의법정, 다향관 세미나실 3곳에서 발표와 토론이 이어졌다. 제1주제는 ‘인공지능(AI)로봇과 인간사회’로 고영섭, 최종남, 황순일 교수가 좌장으로 △인공지능(AI) 로봇의 해탈 가능성: ‘인간은 생각하는 기계인가’에 한 불교적 관점(한성자/ 국사편찬위원회) △인공지능 및 인공지능 로봇의 상용화와 불교적인 인간 이해: 동아시아의 사유적인 특징과 선불교의 주관심을 중심으로(자현 스님/ 중앙승가대) △인공지능 챗봇에 한 선문답 알고리즘의 데이터: 심리치료 상담챗봇을 중심으로(보일 스님/ 해인사 승가대학)가 발표됐으며, 논평은 김은영(동국대), 황상준(동국대), 박인석(동국대) 박사가 맡았다.

제2주제는 ‘사물인터넷(IoT)‧스마트시티와 불교’로 신성현 동국대 교수를 좌장으로 △스마트시티와 공동체의 지능화(황종성/ 한국정보화진흥원) △IoT 시스템 인과율에 한 불교논리학적 해석(박기열/ 금강대) △4차 산업 기반의 불교건축 활용방안(장재진/ 동명대)이 발표됐으며, 논평은 안필섭(동국대), 김재권(동국대), 석길암(동국대 경주) 박사가 맡았다.

제3주제는 ‘4차산업 기술의 불교철학적 해석 좌장’로 김응철 중앙승가대 교수와 김성철 동국대 교수를 좌장으로 △AI와 인간의 마음, 불교교학적 해석과 심층적 논의(안환기/ 서울불교대학원대) △유정과 무정의 간극에 해: 감각의 확장에 한 불교의 시선(류현정/ 가톨릭대) △가상현실을 통한 불교 이론의 재검토(강형철/ 동국대) △유식학의 관점에서 본 인공지능(이진경/ 한국과학기술대)이 발표됐으며, 논평은 심준보(금강대), 최지연(동국대), 김자현(동국대), 성청환(동국대) 박사가 맡았다.

제4주제는 ‘4차 산업혁명 사회에서의 전법포교’로 안성두 서울대 교수를 좌장으로 △4차 산업혁명의 문제점과 불교의 역할(권서용/ 부산대) △4차 산업 시대의 디지털 사찰(김현구/ 전남대) △문헌 독해 방법으로서의 텍스트 인코딩(함형석/ 일본 큐슈대학)이 발표됐으며, 논평은 유리(경상대), 장성우(동국대), 이영진(금강대) 박사가 맡았다.

제5주제는 ‘VR/AR을 이용한 불교교육용 프로그램 개발’로 김호귀 동국대 불교문화연구원 교수와 신규탁 연세대 교수를 좌장으로 △심리상담분야에 미치는 4차산업의 영향력과 이에 한 불교의 역할(문진건/ 동국대) △VR과 AR을 통한 불교문화재의 재구성(김진숙/ 동국대) △4차산업혁명의 시 VR/AR을 이용한 불교교육용 프로그램의 개발(이재수/ 동국대) △가상현실의 실재화에 불교는 어떻게 답해야 할까?(지혜경/ 연세대)가 발표됐으며, 김동한(명상상담교육원), 유지원(동국대), 신광철(한신대), 정영희(동국대) 박사가 논평을 맡았다.

이와 함께 해외학자들의 발표도 있었다. 황순일 동국대 교수를 좌장으로 △당신의 컴퓨터를 일깨우기: 기계의 자아와 ‘진짜’ 불교적 자아?(앤드류 오베르그/ 일본 고치대) △인공지능의 윤리적 문제에 대한 불교적 관점(킨 청/ 미국 모리비안대학) △4차 산업의 고(Dukkha): 기술의 비판에 대한 불교의 입장(니콜라스 존스/ 미국 앨라배마대학 헌츠빌) △‘깨달음’과 ‘인공지능(AI)’ 사이: 한국의 4차 산업혁명 중심에 있는 불교의 ‘인과론’(지뗀드라 우땀/ 동아시아연구센터 자와할랄네루대학) △불교에서 본 인공생명⋅인공지능(모로 시게키/ 일본 하나조노대학)이 발표됐다.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1418호 / 2017년 12월 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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