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42. 나에게 주어진 삶이 오늘 하루뿐이라면

기자명 재마 스님

다음생 살아갈 자원인 기쁨·행복의 원인 심기

안녕하세요? 지난 주 우리는 세상의 고통을 자신에게 가져가서 행복과 기쁨으로 바꿔주는 자애와 연민의 극치인 통렌수행을 통한 대승보살의 길을 살펴보았습니다. 12월의 거리는 반짝이는 작은 전구로 장식한 트리와 크리스마스 캐롤송으로 성탄의 기쁨을 알리는데요, 아기 예수님은 어쩌면 대승보살로 이 땅에 오셨는지도 모릅니다. 성탄이 지나면 곧 태양을 섬기던 문화가 만들어낸 새해도 금방 달려올 것입니다.

애착과 증오가 선한 마음 방해
고통을 가져오는 가장 큰 원인
불선업은 죽음 앞서 공포 유발
놓을 줄 알아야 죽음 평화로워

이즈음에 우리는 가지고 있는 물건들을 정리하고, 컴퓨터 속에 저장된 쓰지 않는 파일들도 정리합니다. 마음속에 남아있는 미움도 용서를 주고받고 고마운 마음도 감사편지나 카드에 담아 보내기도 합니다. 지금은 이메일이나 sns를 사용하는 분들이 더 많으시겠죠.

올해 초 존재여행 연재를 처음 시작할 때 몸과 마음을 가볍게 하면서 살고 싶다는 서원을 여러분과 나눴던 기억이 납니다. 여러분은 1년이라는 시간여행을 시작할 때 마음과 지금을 비교하면 어떻게 변화하고 달라졌는지요? 저는 그동안 제가 얼마나 가벼워졌는지 가만히 멈추어 봅니다(stop). 그리고 머물러 보면서(stay) 올 한 해를 어떻게 살아왔는지 비추어 보려고(see) 합니다. 제가 선택했던 일이 저와 다른 사람들에게 얼마나 유익하고 행복했는지 말입니다.

언젠가 자신의 죽음을 앞두고 살아서 자신의 장례식을 치르는 짧은 단막극을 본 적이 있습니다. 서른 살 즈음 된 주인공은 시한부 선고를 받은 후 죽음을 준비하는 중에 중학교 때 친구를 만나게 됩니다. 주인공은 어릴 때 자신을 버리고 떠난 어머니가 장례식에 올 것을 기다리면서 자신의 장례식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친구는 주인공이 그녀의 어머니를 그리워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주인공의 장례식을 살아있을 때 치르도록 도와줍니다.

주인공과 친구는 보고 싶었던 사람들과 고맙고 의미 있는 인연들을 초대해서, 서로 하고 싶은 말과 듣고 싶은 말들을 하며, 미리 이별의 슬픔과 아픔을 나눕니다. 고마움과 그리움, 그동안에 깊숙이 묻어 두었던 감정들을 모두 꺼내놓습니다. 마치 볕 좋은 날에 솜이불을 널어 말리듯이 말이죠.

참 따뜻하고 울림을 주는, 이 지구별의 존재여행은 반드시 끝이 있고 짧다는 것을 보여주는 작품이었습니다. 이 작품은 시청자들에게 이 짧은 여행에서 꼭 해야 하는 것과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질문합니다. 만약 저에게 주어진 삶이 오늘 하루뿐이라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저 자신에게 물어봅니다. 저는 ‘가벼움’이라는 단어가 떠올랐습니다. 1년 전이나 지금이나 같은 주제가 남아 있다는 것은 아직 해결이 안 된 것이죠.

여러분들이 올 해 꼭 하고 싶었던 일은 무엇인가요? 내일이 없는 오늘, 꼭 해야 하는 일의 목록을 한 번 만들어 보면 어떨까요? 여러분들의 장례식에는 누가 와서 여러분을 기억해주기를 바라는지요? 여러분들은 이생을 떠날 때 어떤 준비를 하고 싶으신가요? 존경하는 많은 수행자들과 스콧 니어링은 이생을 떠날 때 곡기를 끊는 것으로 떠날 준비를 했습니다. 절집에서는 임종순간에 보이는 표상이 다음 생을 미리 알려준다고 합니다. 그러려면 가고 싶은 곳을 미리 알아야 하고, 평소 마음에 자주 떠올리는 습관이 중요하다고 가르칩니다.

그래서 우리는 아미타부처님과, 석가모니부처님의 열 가지 이름을 자주 부릅니다. 혹은 좋아하는 불보살님들의 세계와 조우하기 위해 그분들의 이름을 부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다음 세상에 태어나 살아갈 큰 자원인 기쁨과 행복을 가져다주는 원인을 심습니다. 행복의 원인인 선한 마음상태를 방해하는 가장 큰 것은 애착과 증오입니다. 애착과 증오는 고통을 가져오는 원인이고, 그로 인한 불선업은 죽음이 다가올 때 우리에게 두려움과 공포를 불러일으킵니다. 평화로운 죽음을 위해 첫 번째 할 일은 애착과 증오를 내려놓고 평온한 상태로 자유로워지는 것입니다.

이번 주, 나의 평온을 방해하는 애착과 증오하는 것들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한 번 살펴보시기를 바랍니다.

재마 스님 jeama3@naver.com
 


[1418호 / 2017년 12월 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