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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얻을 수 없는 법

변화의 배후에 있는 불변의 참나는 없다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내지 무유소법가득. 시법평등 무유고하.

정자와 난자가 결합해서
아이가 되고 어른 되듯이
끝없는 변화만 존재할 뿐
변화 없는 그 무엇은 없다

얻을 바 법이 없다. 무아연기(無我緣起)이기 때문이다. 연기법(緣起法)을 깨달았지만, 모든 게 무아(無我)이므로 대상도 없고 주체도 없다. 그러므로 얻은 것도 없고 얻은 자도 없다. 연기법에 의하면, 일체는 제 인연이 연기(緣起)하여 생긴 현상이고, 이 현상은 제 인연이 바뀌면 본래 모습을 유지하지 못하고 변하고 사라지기 때문이다.

원자가 모여 분자가 되고, 분자는 모여 DNA가 되고, DNA는 단세포 생물이 되고, 단세포 생물은 둘이 모여 진핵세포 생물이 되고, 진핵세포 생물은 모여 다세포 생물이 되고, 다세포 생물은 변해 물고기가 되고, 물고기는 양서류가, 양서류는 파충류가, 파충류는 포유류가, 포유류는 영장류가, 영장류는 유인원이, 유인원은 인류가 되었다.

끝없는 변화가 일어난다. 하지만 이 변화의 배후에 자리 잡은 변하지 않는 아트만(我 참나)은 없다.

다세포 생물 일부는 동물이 되지 않고 식물이 되었다. 씨는 발아해 싹이 되고, 싹은 자라 꽃나무가 되고, 꽃나무는 커서 꽃이 되고, 꽃은 짝지어 열매가 되고, 열매는 여물어 씨가 된다.

끝없는 변화가 일어난다. 하지만 이 변화의 배후에 자리 잡은 변하지 않는 아트만(我 참나)은 없다.

정자와 난자가 결합해 수정란이 되고, 수정란은 세포 분열해 손·발·뇌·눈·귀·코·혀·피부·척추·장기·신경계가 되고, 신체기관들이 모여 태아가 되고, 태아가 자라 갓난아이가 되고, 갓난아이는 커서 어른이 되고, 어른은 정자와 난자로 변한다. 이 중 어느 하나도 영원히 같은 상태로 있지 못한다.

끝없는 변화가 일어난다. 하지만 이 변화의 배후에 자리 잡은 변하지 않는 아트만(我 참나)은 없다. 식물이 수억 개 씨를 만들 듯, 동물은 수억 개 정자를 만든다. 식물이 끝없이 씨가 되듯이, 동물은 끝없이 정자와 난자가 된다. 씨가 끝없이 식물이 되듯이, 정자와 난자는 끝없이 동물이 된다.

끝없는 변화가 일어난다. 하지만 이 변화의 배후에 자리 잡은 변하지 않는 아트만(我 참나)은 없다. 달 밝은 밤 크릴새우가 해수면으로 떠오르면, 거대한 향유고래 입속으로 들어가, 향유고래가 된다. 향유고래가 죽어 바닥에 가라앉아 썩어 분해되면, 무기물·유기물 양분이 되어 크릴새우 몸속으로 흡수되어 크릴새우가 된다.

끝없는 변화가 일어난다. 하지만 이 변화의 배후에 자리 잡은 변하지 않는 아트만(我 참나)은 없다. 12연기란 인간이 끝없이 내부외부환경과 상호작용하며 끝없이 변해가는 과정을 그린 것이다. 순연기(順緣起)는 시간의 흐름에 따른 변화를 묘사한 것이고, 역연기(逆緣起)는 시간을 거스르는 게 아니라 ‘원인을 제거함으로써 결과를 제거’하는 것이다. 일체가 무상하고 인(因)도 무상하다. (특정한 인과가 존재하는 것은 특정한 인이 되풀이되기 때문이다.) 인과의 작용도 시간적으로 인(因)은 과(果)에 선행하지만, 인을 제거함으로써 과의 발현을 막는다.

전자와 양성자와 중성자가 모여 탄소 원자가 되고, 탄소 원자가 모여 다이아몬드 분자가 되고, 다이아몬드 분자는 다이아몬드가 된다. 다이아몬드에 에너지가 가해지면 탄소분자가 되고, 다시 에너지가 가해지면 탄소원자가 되고, 또다시 에너지가 가해지면 전자·양성자·중성자가 된다.

끝없는 변화가 일어난다. 하지만, 이 변화의 배후에 자리 잡은, 변하지 않는 아트만(我 참나)은 없다.

강병균 포항공대 수학과 교수 bgkang@postech.ac.kr
 

[1418호 / 2017년 12월 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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