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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도교의 지옥과 시왕신앙

기자명 김성순

불교 수용으로 새 시왕신앙 탄생

불교의 지옥을 주재하는 최고신은 야마(Yama; 閻魔)로서, 그 기원이 베다시대로까지 소급된다. ‘리그 베다’에 의하면 야마는 인류 최초로 ‘죽은 자’로서 명부를 개척하고, 나중에는 인간의 사후에 생전의 선악을 심판하는 자가 된다.

도교선 죽으면 태산 돌아가
명부에서 10명 시왕이 심판
도교 지옥, 옥력초전에 기록
지옥, 현세 어딘가 존재 믿어

이 야마가 중국에서는 염라(閻羅) 혹은 염마(閻摩)로 번역되면서 중국 도교의 태산부군(泰山府君)과 결합하게 된다. 고대 중국인들은 사람이 죽으면 그 영혼이 태산으로 돌아가게 되며, 태산부군은 지상의 명부인 태산에 거주하면서 사후세계를 다스린다고 믿었다. 이 때문에 당대 밀교에서는 태산부군에게 지전과 폐백을 올리면서 죽음의 명부[死籍]에서 자신의 이름을 지우고 생적[生籍]으로 옮겨달라고 기원하기도 했다. 하지만 불교의 지옥교설이 수용된 이후에는 사람의 본명을 관장하는 태산부군이 염마왕보다 하위 신격으로 자리하게 된다.

불교의 지옥사상이 본격적으로 들어 온 이후에는 양자의 융합을 거쳐 도교에서도 새로운 시왕신앙이 만들어지게 된다. 사람이 죽은 뒤에 명부 시왕의 심판을 차례로 거치면서 다음 생의 화복이 결정되며, 죄가 중한 경우에는 지옥으로 떨어지게 된다고 믿는 것이 시왕신앙의 요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불교에서는 삼장월이나 육재일의 재법과 여러 가지 불사(佛事), 도교에서는 십재일과 삼원일등의 재초(齋醮)의식 등을 통해 생전에 미리 복을 닦아두려는 수행법들이 등장하게 된다.

불교의 지옥교설이 그러하듯이, 도교도 각 교단의 경전마다 지옥에 대해 서술하는 내용에 차이가 있다. 중국 도교의 지옥 교의를 가장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는 문헌은 ‘옥력초전(玉歷抄傳)’으로서, 젊은 학자가 잘못 지옥에 떨어져서 시왕과 대화한 내용을 적은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시왕은 각자 자신의 관할 하에 지옥을 다스리고 있다. 먼저 시왕의 우두머리는 진광왕(眞光王)으로서, 아귀나 자살자의 영혼을 지상으로 돌려보내 하늘이 정해준 수명을 채우도록 하는 것이 특징이다. 두 번째, 초강왕(初江王)은 부정직한 방법으로 이익을 취한 자들을 16곳의 별처지옥으로 보내 징벌한다. 세 번째, 송제왕(宋帝王)은 부정한 관리와 악처, 불충한 자들, 중상모략한 자, 정의롭지 못한 범죄자 등에게 육체적 형벌을 가한다. 네 번째, 오관왕(五官王)은 인색한 부자, 치료법을 알려주지 않는 자, 사기꾼, 화폐 위조범, 도둑질한 자들을 벌한다.

다섯 번째, 염라왕(閻羅王)은 원래 시왕의 우두머리였지만 지나치게 자비로운 처분을 한 까닭에 옥황상제의 분노를 사서 다섯 번째로 강등되었다고 한다. 염라왕의 지옥에는 살생을 한 자, 경을 파손한 자, 계율을 지키지 않은 승려 등 주로 종교적 죄를 범한 자들이 떨어지게 된다. 여섯 번째, 변성왕(變成王)은 신성을 모독하고, 신을 세속적인 목적에 이용한 자들을 벌하는데, 두 널빤지 사이에 죄인을 끼우고 톱질을 하거나, 산 채로 가죽을 벗겨 박제를 만든다. 일곱 번째, 태산왕(泰山王)은 무덤을 파헤쳐 시신을 팔거나, 약혼자를 노예로 팔아먹은 자들에게 기름이 끓는 가마솥에 던지는 형벌을 가한다. 여덟 번째, 평등왕(平等王)의 지옥에서는 불효한 자들을 변소구덩이에 묻는다. 아홉 번째, 도세왕(都世王)의 지옥에서는 방화범이나, 낙태시술자, 외설적인 그림이나 글을 읽는 자들의 머리를 화로에 넣고 굽는다. 열 번째, 전륜왕(轉輪王)은 지옥을 빠져나가 윤회하도록 결정하는 일을 맡는다.

중국도교의 시왕은 그 체계에서 보면 불교의 시왕과 별 차이가 없으며, 단정하고 위엄 있는 고위관료의 모습을 하고 있다. 심지어 후대로 가면 북송대의 명판관이었던 포증(包拯; 포청천)이나 유명한 역사적 인물들을 염라대왕으로 모시기도 한다.

시왕신앙은 남북조시대 이래 도교의 사후세계관과 신격들이 불교의 명부신앙 구조와 융합한 것으로서 태생적으로 많은 유사점을 가지고 있다. 양자 간의 결정적인 차이점이라면 불교의 교의에서는 지옥이 사바세계의 아래에 존재하지만, 도교에서는 현세의 땅 어딘가에 지옥이 존재한다고 믿는 것에 있다고 하겠다.

김성순 서울대 종교문제연구소 연구원 shui1@naver.com
 

[1419호 / 2017년 12월 1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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