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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선수행 김형길-상

기자명 법보신문

▲ 67, 묘각
사실 이 도량이 아니었다.

‘선림고경총서’와 만남에
본격적인 불교공부 몰입
화두참구에 목마름 느껴
정진력 얻은 참선반 결성

부산 대광명사에 오기 전 다른 사찰에 다녔다. 8년 정도였던가. 그 사찰에서 불교기초교리와 경전 공부를 꽤 오랫동안 해왔던 기억이 있다. 집안 자체가 부처님 가르침을 믿고 따라왔기에 신앙은 불교에 가까웠다. 하지만 평소 내 모습은 불자라고 하기에는 좀 거리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경책이라고나 할까. 부처님은 불서로 이끌었고, ‘장경각’에서 발행된 ‘선림고경총서’를 마주했다. ‘선림고경총서’를 무심코 꺼내 읽으면서 부처님과 부처님 가르침, 승가에 대한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마침 아내가 다니고 있는 재적사찰에 따라 나선 인연이 불교공부라는 길에 내디딘 첫 걸음이었다.

마음자세가 바뀌어서인지 기초 교리공부를 착실하게 할 수 있었다. 경전 중에는 ‘금강경’을 열심히 배웠다.
나중에는 도량 운영위원까지 맡게 됐다. 그러다 어느 날, 도량의 임원에서 스스로 내려오게 됐다. 이 좋은 도량에서 채워지지 않는 그 무엇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바로 참선. 참선에 대한 궁금증이었다. 대신심, 대분심, 대의심으로 화두를 참구하며 은산철벽을 뚫을 기세로 정진하며 천길 낭떠러지 앞에서 한 발 더 내딛는 용맹이 필요하다는 참선이 과연 무엇인지 몹시 궁금했다. 처음 접한 불교가 선어록이라 그런지 유독 나는 참선에 관심을 가졌다.

교리공부를 하면서 그 궁금증은 더 깊어졌다. 그렇다고 해서 이 도량을 떠나 바로 참선을 배우는 다른 도량을 찾아가고 싶진 않았다. 다만 내가 해야 할 공부가 따로 있다는 생각이었고 그러던 중 다시 아내가 수소문하여 대광명사를 가게 되었다.

하지만 정작 당시 대광명사에 갔을 때에는 참선반이 주간에만 있었다. 저녁 시간을 이용해 절에 가야하는 입장이어서 주간반에는 참석하기가 어려웠다. 일단 야간 경전반에 등록해 처음에는 경전 공부만 했다. 당장 참선반에 들어가진 못했지만 먼저 다닌 도량에서 교리공부를 한 덕분인지 경전 공부에 빠져들었다. 무엇보다 목종 스님은 사소한 질문도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진솔한 스님의 답변은 때때로 불교의 깊은 세계까지 들어갔다.

‘스님께서 귀찮으실 수 있겠다’는 염려를 했다. 그러면서도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며 공부를 이어온 지 3년 즈음 지났을 때였다. 목종 스님이 여러 신도들과 함께 공양하는 자리에서 “야간 참선반을 개설해 이끌어 보시면 어떻겠습니까?”하고 제안을 했다. 깜짝 놀랐고 두려움도 생겼다. 하지만 스님의 말씀을 거듭 생각해보니 그동안의 경전 공부를 통해 스님과 문답을 지속적으로 이어왔고, 스님이 지도법사로 앞에서 끌어준다면 할 수 있겠다는 용기가 생겼다. 이렇게 해서 사중 신도들과 주변의 지인 등 10여명이 모였다. 야간 참선반이 탄생했다.

사실 참선반을 만들기 전부터 나름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며 홀로 참선을 하고 있던 차였다. 단전호흡을 배우면서 호흡을 익혔고 선어록을 반복해서 읽으며 화두에 몰입했다. 어느 순간부터는 많은 화두 가운데서도 ‘부모미생전 본래면목’이라는 화두를 잡게 됐다. “부모님의 몸을 빌려 태어나기 전 본래의 자리가 무엇인가?”를 참구했다. 이 화두에 몰두해서 타파해보겠다고 얼마나 노력했는지 모른다. 부모로부터 받은 것은 몸과 정신의 일부라고 생각했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화두의 경계가 나타날 때면 목종 스님에게 묻고 물으며 난해한 순간들을 헤쳐갈 수 있었다. 본격적으로 야간 참선반을 개설한 이후부터는 도반들의 도움을 정말 많이 받게 되었다.

야간 참선반의 특징을 소개한다면 매회 모임을 마무리할 때마다 항상 자신의 수행체험과 경험을 표현하는 ‘마음 나누기’를 한다는 사실이다. 처음에는 어색했다. 하지만 회원들도 이제는 누구나 스스럼없이 동참하고 자신의 수행과 경험담을 진솔하게 풀어낸다. 서로가 서로에게 진솔해지고 마음을 나누면서 몇몇 회원들은 수행이 매우 깊어졌음을 느끼기도 한다.

처음에는 혼자 수행하는 게 좋은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대중수행은 달랐다. 혼자 수행할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도반이 있다는 것 그리고 도반과 나누는 수행담 그 자체가 공부 점검과 향상에 큰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들을 비로소 공감할 수 있었다.

[1419호 / 2017년 12월 1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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