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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교도 회원 단체에 ‘불자상’ 준 재가연대

  • 사회
  • 입력 2017.12.18 12:37
  • 수정 2017.12.20 11:34
  • 댓글 43

적폐청산실천단‧미동추 선정
사회주의혁명 지향하는 당원과
개신교인 밝힌 목사 아들 포함
‘불자 정체성 훼손’ 비판 확산
심사위원장 “개신교인 몰랐다”

▲ 안드레 48대 동국대 총학 회장이 3월28일 동국대 서울캠퍼스 본관 앞에서 학생자치 탄압을 주장하며 총장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부처님 가르침을 바탕으로 봉사와 회향의 삶을 살고자 하는 불교인들의 네트워크’를 지향하는 참여불교재가연대가 조계사 일주문에 계란을 투척한 집회 현장실천단에 ‘올해의 재가불자상’을 수여해 빈축을 사고 있다. 또 목사의 아들로 자신도 개신교인임을 밝힌 이가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단체에까지 ‘재가불자상’을 시상하면서 재가연대 스스로 불자의 정체성을 무너뜨리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참여불교재가연대(공동대표 허태곤·김형남, 이하 재가연대)는 12월15일 서울 문화살롱 기룬에서 ‘제14회 올해의 재가불자상’ 시상식을 개최했다. 재가연대는 이날 ‘조계종적폐청산시민연대 현장실천단(이하 적폐청산실천단)’과 ‘미래를 여는 동국추진위원회(이하 미동추)’에 ‘올해의 재가불자상’을 수여하고 각각 상금 100만원을 전달했다. 올해의 재가불자상은 2002년부터 매년 ‘재가불자들의 의식과 신행에 바람직한 영향을 미친 개인과 단체’를 선정해 수여해 온 상이다.

그러나 적폐청산실천단과 미동추가 ‘올해의 재가불자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교계 일각에서는 강한 우려와 함께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교도를 끌어들여 불교를 비난하고 개신교인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단체에까지 불자상을 수여하는 것은 상을 제정한 취지에서 벗어날 뿐 아니라 불자들의 자부심도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적폐청산실천단은 지난 7~10월 서울 보신각에서 매주 집회를 진행했다. 이 집회는 이교도 인사들이 참여해 불교계를 비난하고 그 때문에 집회를 주최한 단체의 정체성 문제가 제기됐다. 특히 9월28일에는 집회 참석자들이 조계사 일주문을 향해 계란을 투척하는 사건까지 벌어져 불자들로부터 “이교도도 하지 않을 행위”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심지어 일부 불자들은 이들을 ‘불교파괴세력’이라 지칭하며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미동추 역시 재가불자상과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미동추는 ‘동국대 제47,48대 총학생회’ ‘일반대학원 제31,32대 총학생회’를 중심으로 동국대 총장 사퇴 운동을 펼쳐온 단체다. 미동추 핵심 멤버인 안드레 전 동국대 총학생회장은 자신이 목사 아들이자 개신교인임을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또 미동추에는 노동자 총파업과 민중 항쟁을 기반으로 한 사회주의 혁명을 목표로 하는 사회변혁노동자당에서 활동하는 이들도 여럿 포함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동국대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것 외에는 사실상 재가불자와는 거리가 먼 것이다.

이와 관련 ‘올해의 불자상’ 심사위원장은 단체 구성원의 종교가 무엇인지도 몰랐던 것으로 확인됐다. 게다가 해당단체의 임원 혹은 관련된 인물들이 심사위원에 포함됐던 것으로 드러나 선정과정에서의 공정성 여부도 도마 위에 올랐다. 심사위원은 박병기 한국교원대 교수를 심사위원장으로 김윤이 전 불교아카데미 이사, 오기현 SBS 시사교양본부 선임PD, 조재현 참여불교재가연대 사무총장, 한만수 동국대 교수의 5명으로 이뤄졌다. 이 가운데 한만수 교수는 이번에 재가불자상을 받은 미동추와 함께 현 동국대 총장 퇴진 운동을 벌인 당사자이며, 조재현 재가연대 사무총장은 적폐청산연대 집행위원장을 맡았었다.

박병기 심사위원장은 “미동추에 개신교인이 포함돼 있는 줄 몰랐다. 동국대 학생들은 불자일 것이고 동국대라는 공동체를 자정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평가 했다”고 말했다. 적폐실천단에 대해서도 “조계종 적폐 청산을 위해 노력했다고 평가했다”며 “그동안의 실천과 비교해 봤을 때 조계사 계란투척 정도는 상을 수상하는데 결격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 적폐청산연대 집회 참가자들은 9월28일 서울 보신각 앞 집회 후 조계사 일주문을 향해 계란 10여개를 투척했다.

이어 ‘올해의 재가불자상’이 아닌 재가연대가 수여하는 ‘활동가 상’이라는 명칭이 더 어울리지 않겠냐는 지적에 “오랫동안 올해의 불자상이라는 명목으로 시상해 왔기에 그 부분에 대해 문제제기는 하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김형남 참여불교재가연대 공동대표는 한술 더 떠 “미동추에 기독교인이 포함돼 있더라도 그가 부처님 법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면 재가불자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어떤 점이 부처님 법을 이해하려고 노력한 것이냐’는 질문에 “종립학교인 동국대가 좀 더 투명해지고 삿된 것과 아닌 것에 대한 분별의 지혜가 통용될 수 있는 학교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 점”이라고 답했다. 동국대 투명화를 위해 집회에 나섰다면 목사, 신부들조차도 부처님 법을 배우고 실천하는 ‘재가불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인지 추가설명이 필요해 보인다.

이에 대해 불교계에서는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특히 “이교도를 재가불자상에 선정한 것은 단체 정체성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는 우려와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재가불자 모임을 이끌고 있는 A지도법사는 “재가불자는 삼보에 귀의하고 오계를 수지해 부처님 가르침에 대한 확고한 믿음과 실천을 약속한 사람”이라며 “‘개신교인도 불제자다’는 논리는 불교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궤변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심사위원에 선정단체 임원이 포함돼 있었다는 것 자체가 ‘그들만의 잔치’임을 드러내고 있다”며 “두 단체의 활동은 불교적이지 못했다. 이들의 활동이 불교계에 어떤 바람직한 변화를 불러왔고 재가불자의 모범이 되었는지 객관적인 평가부터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B재가법사도 “불자라는 정체성 결여가 재가운동의 위기를 불러왔다”며 “개척정신을 갖고 공동체를 위해 헌신한 사람이 재가불자라고 할 수 있다. 재가불자상은 이런 분들에게 시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장희 기자 banya@beopbo.com

[1421호 / 2017년 12월 2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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