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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로역여전(如露亦如電)

무소불위 권력의 몰락

한해가 가는 길목은 스산하다. 연필심처럼 뾰족하게 남은 한해 끝자락에 서면 지난 일 년을 돌아보는 자기고백의 시간을 갖게 된다. 돌이켜보면 부처님이 아니고서야 어찌 지난 삶에 허물이 없겠는가. 그럼에도 매년 되새김질해 반성하는 것은 허물을 조금씩 덜어 더 나은 미래의 자양분으로 삼기 위함이다. 

해의 끝자락에 설 때마다 떠오르는 금구성언이 있다. ‘금강경’의 가르침인 ‘여로역려전(如露亦如電)’이다. “이슬과 같고 번개와 같다”는 뜻이다. 무엇이 이슬과 같고 번개와 같을까? 일체 유의법, 즉 우리 곁에 있는 모든 것이 그렇다는 뜻이다. 이 모든 것이 이슬과 같고 번개와 같으니, 마땅히 이렇게 봐야 한다는 가르침이다.

‘법꾸라지’라고 불렸던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구속됐다. 2번이나 구속영장을 청구했는데도 기각돼 국민적인 공분을 샀다. 모시던 대통령이 구속됐지만 그는 구속되지 않았다. 취재기자를 째려보고 손을 모은 검찰후배들 앞에서 팔짱을 끼고 웃으면 조사받던 그의 힘은 오로지 법조계의 일원이었다는데 있다. 그런 그가 수갑을 찬 모습으로 결국 교도소로 향했다.

지난 9년, 정권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말을 듣지 않는 기자와 PD, 아나운서들을 마구잡이로 탄압했던 MBC 또한 해직 PD출신이 사장으로 임명됐다. 해직됐던 구성원들이 복귀하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던 사람들이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 대통령 구속의 결정적인 원인을 제공했던 국정농단의 주역 최순실씨에 대한 1심 재판이 마무리되고 선고만이 남아있다. 검찰은 25년형을 구형했다.

이들 모두 권력이나 세월이 영원하지 않았음을 알았다면 그런 잘못도, 지금의 이런 비극적 결말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비단 이런 교훈이 이들만의 몫일까? 적폐청산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일련의 일들도 마찬가지다. 법과 원칙에 따라 품격 있게 진행돼야 한다. 그러나 가끔은 빨갱이 딱지처럼 마무대나 적폐 딱지를 남발하는 이들이 있어 우려스럽다. ‘여로역여전’의 가르침은 좌우(左右)와 사람을 가리지 않는다.

김형규 법보신문 대표 kimh@beopbo.com
 


[1420호 / 2017년 12월 2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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