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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욕 비우는 연습엔 보시가 그뤠잇(great)”

  • 상생
  • 입력 2018.01.03 17:33
  • 수정 2018.01.03 17:51
  • 댓글 1

법회마다 불서 권선하는 지현 스님

▲ 지현 스님은 보시하고 싶다는 이들에게 항상 “제게 불서를 시주하세요”라고 답한다.

“진주불교회관 가야불교대학에 우리스님이 많은 강사를 소개해주셨어요. 그렇게 불교대학이 운영되고 있지요. 재가자들에게 부처님 가르침을 전하도록 다리를 놔주시는데 이게 법보시 아닌가요.”

진주 보광사 주지소임 시절
기도 후 20분 동안 불서읽기
불교입문 강의 전후도 낭독
최저생계비 빼고 사회 회향

홍수승 진주불교회관 이사장은 법명 대신 ‘우리’를 붙였다. 건설업체를 이끌고 있어 눈코 뜰 새 없이 바빴지만 ‘우리스님’ 탓(?)에 일정을 쪼갰다고 했다. 진주불교회관에서 불교입문을 강의하는 ‘우리스님’이 지현 스님이다.

“제 살림살이가 부족합니다. 그래서 좋은 글을 공유하고 있을 뿐입니다. 글 안에 부처님 가르침이 담겼다면 금상첨화이지요.”

스님은 불서를 읽거나 나누지 않는 현실이 안타까워서 시작한 일이라고 했다. 실제 고산문화재단이 발표한 ‘2014년 여론조사결과’에 따르면 10명 중 6명의 불자(61.3%)가 아예 불서를 읽지 않았다. 반면 개신교인은 29.3%에 불과했다. 2015년 한국갤럽이 펴낸 ‘한국인의 종교’에서도 종교서적을 전혀 읽지 않는 불자가 48%로 단연 높았다.

그래서 시작한 일이 법보시다. 짧지만 2년 동안 진주 보광사 주지소임 시절, 법회와 기도시간 풍경을 바꿨다. 물론 신도들과 함께 기도하고 절을 하지만 특별함은 그 이후에 있다. 지현 스님이 ‘책 읽어주는 스님’으로 변신해서다. 매일 신도들에게 20분씩 불서를 읽어줬다. 불서에는 부처님 가르침과 선지식들의 법문 그리고 불자들의 롤모델이 될만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는 생각에 시작했다. 불교를 깊이 알고 있는 작가들과 출판인들 추천으로 ‘이달의 불서’를 선정하고, 신도들과 함께 읽기를 2년간 지속했다. 법당에도 책을 비치해 사가거나 읽도록 권선했다. 특별한 기도에 입재하는 신도들이 시주를 문의하면 관련 불서를 100권씩 보시하도록 권했다. 최근 진주불교회관에서 시작한 강의도 10분씩 불서의 한 구절을 읽는 명상으로 시작해 끝을 맺는다.

▲ 지현 스님의 헌신에 연신 감사를 표한 홍수승 진주불교회관 이사장이 스님을 바라보며 활짝 웃고 있다.

“먼저 좋은 불서를 추천받아 정독한 뒤 흥미로운 부분을 먼저 읽습니다. 그러면 듣는데 재미를 느끼는데 거기서 멈춥니다. 그리고 권선을 합니다. 제게 보시하고 싶다는 불자들에겐 꼭 불서를 사달라고 말합니다. 중요한 점은 불서에 있는 좋은 가르침이 생활 속 긍정에너지로 바뀌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반드시 명상으로 곱씹으며 실천해야 합니다.”

사실 스님의 법보시는 이보다 훨씬 일찍부터다. 제방선원에서 정진한 뒤 운수행각을 나설 때면 서점에 들러 책을 살폈다. 미술을 공부했던 스님에게 우연히 조정육 미술평론가의 ‘거침없는 그리움’(아트북스, 2005)이 들어왔다. 스님은 동양미술을 설명하는 작가가 불교미술을 꼭 넣었던 점이 흥미로웠다. 시시콜콜 인생사를 버무린 작가의 수완에 어려운 전문서적이 술술 읽혔고, 행간에 담긴 부처님 가르침이 감동적이었다고 스님은 회고했다. 그때부터였다. 책을 사서 보시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법보신문에 연재했던 불법승 시리즈도 단행본으로 구입해 스님이나 재가자들에게 법보시했다. 이외에도 많은 불서를 주변에 권하고 보냈다.

탐욕도 소비해야 한다는 게 지현 스님 지론이다. 그 연습의 최고봉이 보시다. 스님은 의식주 포함 최저생계비를 7로 잡고 재물이 7을 넘어서면 무조건 비운다. 스님은 “사실 쓸 곳이 없다”고 너털웃음이다. 시줏물의 청정한 복전이 되려면 수행자로 잘 살고, 시주하는 이들의 공덕을 사회로 다시 회향하는 게 당연하다고 했다. 스님에게 필요 없는 재물이 누군가에게는 꼭 필요한 재물이 될 수 있어서다.

법보시하고 남으면, 진주중학교를 다니는 형편 어려운 학생들 장학금으로도 건넨다. 인연 닿은 사회복지사에게 장학금을 주면서도 “알아서 쓰라”고 한다. 건넨 돈의 쓰임까지 집착하면 또 다른 번뇌가 일기 때문이다. 대신 스님은 사회복지사에게 불서를 권선하면서 불자로서 바른 길을 걷도록 경책할 뿐이다.

“탐욕을 없애는 방법은 보시밖에 없습니다. 그릇은 비워야 채워집니다.”

지현 스님은 탐욕을 소비하는 연습에 보시를 단연 으뜸으로 꼽았다. 잘 한 소비를 칭찬할 때 쓰는 유행어를 감히 붙인다면 ‘그뤠잇(great)’이다.

진주=최호승 기자 time@beopbo.com
 


[1422호 / 2018년 1월 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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