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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연재를 시작하며

기자명 김규보

혹독한 차별·고난 극복하고
열반의 기쁨 표현한 ‘오도송’

깨달음을 향해 나아가는 수행자들의 이야기에서 우리는 깊은 감동과 함께 불자로서의 원력을 발견한다. 고난과 역경을 씨앗 삼아 피워냈던 정진의 꽃송이가 수백 혹은 수천 년 지난 지금껏 향기를 퍼뜨리고 있는 것이다. 부처님으로부터 시작됐던 그 향기를 따라 오늘도 많은 이들이 깨달음으로 화현하고자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오늘 우리의 원력 또한 짙고 그윽한 꽃내음 되어 후대에 영감을 선사하게 될 터이니, 쉼 없이 정진하여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여성출가자 삶·수행 소개
모진 시대에 얻은 깨달음
섬세한 언어들로 가득해
세대 뛰어넘는 영감 선사

여기, 초기불교시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여성수행자들이 인류사에 새겨 넣었던 숭고한 향기가 있다. ‘장로니게경’으로 불리는 ‘테리가타’를 비롯한 경전들 속 이야기들이 그것이다. ‘테리가타’는 부처님 재세 시의 여성수행자들이 온갖 역경을 극복하고 마침내 열반에 이른 희열을 노래한 오도송이다. 남성수행자 위주로 기술되고 전승된 ‘깨달음의 역사’ 속에서도 엄연히 살아 숨 쉬고 있었던 여성수행자들의 놀라운 기록인 것이다. 특히,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모질고 혹독했던 성차별의 시대적 상황서 태동한 깨달음들이었기에 그 교훈은 더욱 값지고 소중하게 다가온다.

실제로 ‘테리가타’ 속 여성수행자들이 감내해야 했던 차별과 고통은 일반적인 상식을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당시는 ‘연약한 여자들이 목을 자르고 독약을 복용하기도 하며, 살모(殺母)의 아이가 모태로 들어가면 둘 다 죽음을 겪어야’ 하는 모진 시대였다. 그럼에도 여성수행자들은 이를 자양분으로 여기며 깨달음의 토지를 비옥하게 일궈나갔다. 키사 고타미는 “시체가 버려진 곳 한가운데에서 아들의 살이 뜯어 먹힌 것조차 보았다. 가족을 잃고 모두에게 경멸당하고 남편이 죽었지만 나는 불사를 얻었다”며 “불사로 이끄는 여덟 가지 고귀한 길을 나는 닦았다. 열반이 실현되었으니, 가르침의 거울로 보았다”는 일갈을 남겼다. “우리 두 사람 어머니와 딸이 한 남자를 남편으로 삼았으니, 끔찍하다”고 절규했던 우팔라반나 역시 결국에는 “일체 번뇌는 부수어졌고 여섯 가지 곧바른 앎이 이루어졌다”고 외쳤다.

남성과 다르지 않은 출가자로서 수행의 어려움을 극복한 이야기도 오늘날 우리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비자야는 “마음의 적멸을 얻지 못하고 마음에 자재를 얻지 못하고, 네 번인지 다섯 번인지 나는 승원을 뛰쳐나왔었다”고 토로한 뒤 그러한 난관을 극복하면서는 “희열과 행복이 나의 몸에 스며들었다. 어둠의 다발이 부수어졌다”며 깨달음의 환희를 말했다. 웃타마도 선정의 몰입과 해탈의 순간을 “이레 동안 가부좌를 틀고 행복에 충만하여 앉아있었다. 어둠의 다발이 부서지니, 여드레 째 나는 다리를 폈다”고 노래했다. 단순히 깨달음을 알리는 데에서 나아가, 그것을 특유의 아름답고 섬세한 언어들로 표현해냄으로써 세대를 뛰어넘는 영감을 선사하고 있는 것이다.

이 연재의 주인공은 바로 이들 여성수행자들이다. 많은 이들에게 기억되어 오진 않았기에, 오히려 더욱 선명하게 기억해가야 할 그들의 삶과 정진을 이야기로 각색해 전달할 예정이다. 전재성 박사가 완역하고 한국빠알리성전협회가 펴낸 ‘테리가타-장로니게경’ 등 다양한 경전들을 참고하여 풀어내고자 한다. 2500여년 동안의 숭고했던 발원과 치열했던 정진을 고스란히 재현해내는 게 결코 쉽지는 않겠지만, 단 한 글자만이라도 그들에 닿길 서원하며 짧고도 긴 여정을 떠날 준비를 한다. 그들을 읽고 기억하려는 세상 모든 노력들은 이윽고 짙고 그윽한 꽃내음 되어 마찬가지의 영감과 원력을 후대에 전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일곱 깨달음 고리는 열반에 도달하는 길이니, 깨달은 님께서 가르치신 대로 나는 그 모든 것들을 닦았다. 나는 저 세존을 친견하였으니 이 집적의 몸이 최후의 몸이 되었다. 태어남으로 인한 윤회는 부수어졌으니, 이제 결코 다시 태어남은 없다.”(장로니 젠티)

김규보 법보신문 전문위원 dawn-to-dust@hanmail.net


[1422호 / 2018년 1월 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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